화이트 셔츠, 퍼, 트렌치코트, 롱 드레스, 테일러드 재킷, 그리고 티셔츠를 모르고서 여자는 결코 아름다워질 수 없다. 여기 스페셜리스트들이 이 6개 아이템에 대한 철학과 매력을 이야기한다. 그들의 특별하고 생생한 강의를 지면과 동영상에 담았다.

1. 진태옥

진실의 거울 White Shirt
“화이트 셔츠는 가장 보편적이면서도 가장 패셔너블한 아이템이에요. 원래 남성의 옷에서 시작되었기 때문에 화이트 셔츠에는 남성성이 내재되어 있어요. 이것을 여자가 입었을 때 남성성과 여성성이 만나면서 기묘한 섹시함을 드러내는 것이지요. 목이 길고 쇄골뼈가 일자인 여성이 화이트 셔츠를 루스하게 뒤로 젖혀서 입고 침대 위에 있으면 얼마나 아름답고 섹시한지 몰라요. 그래서 저는 잠옷으로 남자 화이트 셔츠를 사서 입어요. 화이트 셔츠는 여자가 아름답고 매력적이고 투명하고 순정하게 보이도록 해줍니다. 그런 한편 더없이 엄격한 게 또 화이트 셔츠입니다. 화이트 셔츠 하나로 입는 사람의 인격, 내면, 지성, 라이프스타일 등 그 사람의 내면을 볼 수 있지요. 그래서인지 셔츠를 입을 때 너무 짙은 화장은 어울리지 않는 것 같아요. 화이트 셔츠가 등장하는 기억에 남는 몇면 장이 있어요. 드라마 <로비스트>에서 고 장진영 씨가 화이트 셔츠를 입은 모습은 정말 우아하고 매혹적이었고, 마릴린 먼로가 셔츠의 단추를 푸르고 셔츠 끝을 묶은 채 스키니 팬츠를 입은 장면은 몹시 섹시했어요. 그런가 하면 오드리 헵번이 <로마의 휴일>에서 화이트 셔츠를 입은 채 아이스크림을 먹는 장면은 아주 순박하고 순하진게 느껴지죠.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의 잉그리드 버그먼이 운명이 갈리는 기로에 섰을 때 화이트 셔츠를 입고오 나는데 그 룩 또한 매력적이죠. 그처럼 화이트 셔츠는 매우 다양한 표정과 내용을 갖고 있다고 할 수 있어요. 그리고개 저인 적으로는 화이트 셔츠는 디자이너 진태옥의 첫 단추, 첫 애인이고 시작이며 동시에 진태옥의 마감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2. 김재현


여자가 빚어내는 드라마 Long Dress

“여자라면 누구나 롱 드레스에 대한 판타지를 갖고 있을 거예요. 롱 드레스는 여자들이 우아해 보이고 싶거나, 특별해 보이고 싶을 때 입는 아이템이니까요. 아마 평생 롱 드레스를 입어보지 못한 여자도 많지 않을까요. 저는 롱 드레스를 입은 여자를 상상하는 것을 좋아해서 매 컬렉션마다 다양하고 로맨틱한 롱 드레스를 선보이는데 이는 쇼에 드라마틱한 클라이맥스 역할을 해줍니다. 롱 드레스의 매력은 드레스 자체에도 있지만 롱 드레스를 입은 여성의 걸음걸이나 자태가 우아해진다는 데도 있습니다. 그러나 롱 드레스를 파티 웨어로만 입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롱 드레스가 거추장스럽거나 불편하다는 편견을 버리세요. 그래서 저는 롱 드레스를 만들 때 실용적이거나 활동적인 면에 신경을 많이 씁니다. 롱 드레스에 캐주얼한 아우터나 액세서리를 매치한다면 어떤 아이템보다도 더 활동적이고 편안한 데이 웨어로 연출이 가능합니다. 이렇게 연출된 롱 드레스는 또 다른 면모, 쿨한 매력을 발휘한답니다.”

3. 손정완

원초적 존재 Fur
“퍼는 소재에 있어 다이아몬드 같은 존재예요. 여자를 가장 빛나게 해주기 때문에 오랫동안 사랑받는 것 같아요. 또 한편으론 위험하기도 하지요. 퍼의 세계에 빠져들면 어떤 소재보다도 강한 매력 때문에 집착하게 돼요. 게다가 커팅, 패턴, 컬러에 따라 무궁무진하게 연출할 수 있는 매력까지 있습니다. 그야말로 치명적인 매력이라 할 수 있죠. 여자라면 누구나 다 퍼를 좋아하지만 올드하거나 진부한 느낌을 줄까봐 자칫 두려워하기도 해요. 그래서 저는 여태껏 사용되어온 퍼의 사용법과는 다르게 젊고 세련되게 연출할 수 있도록 제안해요. 저는 퍼를 즐겨 쓰는데 실크나 트위드 소재를 쓰는 것처럼 자연스럽고 부드럽게 처리하려고 애씁니다. 퍼를 입었을 때도 퍼를 입었다는 강한 이미지보다는 몸을 타고 자연스럽게 흘러서 내 몸에 익숙한 소재처럼 보이게 하고 싶어요. 그래서 제가 실제로 많이 입어보고, 퍼를 잘게 커팅해보기도 하고 부드럽게 염색도 해보고, 여러 가지 형태로 바꾸어보기도 합니다. 제가 좋아하는 퍼를 여자들이 멋지게 스타일링할 수 있도록 말이죠.”

4. 스티브J & 요니P

미친 존재감 T-Shirt
“티셔츠는 가장 쉬우면서도 어려운 아이템이에요. 티셔츠를 입고 나가면 사람들은 성의 없게 입고 나왔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하이패션적으로 스타일링하면 자신의 캐릭터를 세련되게 부각시켜주는 아이템이에요. 또 어떤 티셔츠를 고르느냐에 따라 완전히 달라지죠. 우리는 고유의 프린트로 매 시즌 시즈너블한 캐릭터를 제안하려고 해요. 저희 고유의 티셔츠를 선보이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해보고, 직접 일러스트를 해서 누가 봐도 스티브 앤 요니 티셔츠 같다는 얘기를 듣도록요. 스타 중 저희 티셔츠를 좋아하는 이들을 보면 볼드한 프린트 때문에, 자신의 색깔을 쉽게 보여줄 수 있어서 선호하는 것 같아요. 그러나 티셔츠를 스타일링하기란 쉽지만은 않아요. 여자들은 목까지 채워지는 박스 티셔츠보다는 조금 더 여성스러운 실루엣을 매치하면 섹시해 보일 수 있어요. 잠에서 깬 모습에 하얀 티셔츠 하나만 걸쳐도 매우 섹시한 케이트 모스처럼요. 루스한 박스 티에 시폰 스커트를 매치하는 등 신선하고 다양한 방법을 구사해 스타일링의 재미도 느껴보세요. 티셔츠는 사계절 전천후 아이템이기도 한데 아우터를 입더라도 살짝 밖으로 나오는 티셔츠의 느낌에 따라 새로운 감도를 만들어주는 키 아이템이기도 해요. 또한 티셔츠는 편안한 것이 매력이지요. 소재도 편안하게 느껴지고 언제 어디에서나 쉽게 걸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요. 그래서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게 아닌가 싶어요.”

5. 최지형


재킷의 힘 Tailored Jacket

“재킷에 처음으로 매료된 순간은 컬렉션을 준비하면서였어요. 컬렉션 오프닝을 장식할 피스를 고민하다 문득 재킷이 떠올랐지요. 그만큼 재킷은 파워풀한 매력을 지녔어요. 특히 여성이 재킷을 입었을 때 재킷의 파워풀하고 남성적인 느낌이 매력적으로 드러나죠. 재킷은 그 어떤 아이템과 매치를 해도 재킷만의 강한 이미지가 압도적으로 느껴지는 것 같아요. 이브 생 로랑의 스모킹 룩을 떠올려보면 쉽게 알 수 있을 거예요. 여성이 재킷을 입었을 때 표출할 수 있는 가장 아름답고 파워풀한 모습을 보여준 이미지이니까요. 그러나 재킷은 캐주얼하게 스타일링하거나 로맨틱한 드레스와 입어도 잘 어울립니다. 개인적으로 재킷은 클래식한 아이템부터 출발하는 것이 멋있다고 생각해요. 그만큼 기본 아이템이지만 변형했을 때는 또 다른 묘한 매력을 풍깁니다. 재킷이 기본적으로 지닌 포멀하고 파워풀한 느낌에 저는 위트 있는 재해석을 하는 것을 좋아해서 테일러드 베스트로 변형하거나 롱 트렌치 느낌으로 변형하곤 합니다. 그런데 변형된 재킷 또한 다른 아이템과 믹스했을 때 테일러드 재킷과 흡사한 효과를 줍니다. 재킷을 입었을 때 애티튜드가 달라지는 것도 재킷이 가진 흥미로운 부분 중 하나지요. 편안한 자리에서도 재킷을 입으면 긴장감 있는 행동이 나오고 마음가짐이나 말투까지도 포멀해집니다. 또 특별한 자리나 오피스 룩에서도 빠질 수 없는 아이템으로 미팅을 나갈 때나 중요한 자리에서 본인이 나타내고자 하는 마음가짐과 이미지를 재킷이라는 아이템으로 충분히 드러낼 수 있습니다.”

6. 정욱준

완벽의 또 다른 이름 Trench Coat
“트렌치코트는 트렌치코트 자체만으로 완벽합니다. 트렌치는 디테일 하나하나까지도 완벽한 아이템이에요. 사람들이 트렌치코트를 어떻게 입어야 하는지를 물으면 제 대답은 항상 심플해요. ‘모든 것을 단순화시켜라.’ 액세서리도 필요 없어요. 트렌치코트 하나만 입어도 스타일이 완벽해지는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저는 여자가 트렌치를 입는 것이 너무 멋지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지금의 트렌드는 오버사이즈 트렌치코트를 무심하게 툭 걸친 듯 입는 것입니다. 트렌치는 무채색 계열과 함께 입는 것이 잘 어울리는데 예를 들어 베이지 카키 트렌치에 심플한 라운드 티나 브이넥 니트 혹은 스트라이프 티셔츠와 블랙이나 차콜 그레이의 팬츠와 입어도 좋습니다. 메이크도업 자연스러운 것이 좋고 가장 중요한 것은 헤어스타일인데 너무 과장되거나 꾸미면 어울리지 않아요. 거기에 트렌치 하나만 무심히 걸치고 벨트로 묶거나 오픈하기만 하면 멋진 룩을 연출할 수 있어요. 트렌치코트에 있어서는 가장 심플한 룩이 가장 완벽한 법이니까요. 갱스부르 가족이 좋은 예입니다. 예전에는 샤를로트 갱스부르를 더 좋아했지만 지금은 제인 버킨이나 세르주 갱스부르의 스타일이 더 자연스럽게 느껴집니다. 50, 60년대 트렌드가 다시 와서인지 그들의 라이프스타일이 부각되는 것 같아요. 그들을 보면 트렌치코트는 프렌치 시크, 유러피언 시크를 가장 잘 표현해주는 옷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매우 실용적인 아이템이기도 합니다. 누구나 한 벌쯤은 갖고 있을 만한 아이템, 그렇지만 멋스럽게입는 것이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