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스키에 관한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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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 스카치위스키 브랜드인 시바스 리갈이 5명의 패션 디자이너와 함께 준비한 <More Than Whisky, Chivas> 전시장을 찾았다. 이 진한 황금색 술에 대해 갖고 있던 낡은 편견들은 칵테일 잔 바닥에 남겨두고 돌아왔다.

1. 이주영 + 이하린 ‘PILLOW TALK’ 2. 홍승완 + 배정완 ‘LOOKING OUT FROM INSIDE’ 3. 이상봉 + 이청청 + 유키 마츠에다 ‘TIMELESS HERITAGE’ 4. 송자인 + 모임 별 ‘THE ADVENTURE OF JANIE & SONNY’ 5. 김서룡 + 맹민화 ‘HIS HISTORY’

1. 이주영 + 이하린 ‘PILLOW TALK’ 2. 홍승완 + 배정완 ‘LOOKING OUT FROM INSIDE’ 3. 이상봉 + 이청청 + 유키 마츠에다 ‘TIMELESS HERITAGE’ 4. 송자인 + 모임 별 ‘THE ADVENTURE OF JANIE & SONNY’ 5. 김서룡 + 맹민화 ‘HIS HISTORY’

위스키는 오해를 많이 받는 술이다. 일단 맥주나 샴페인 처럼 가볍게 즐길 종류는 아니라고 성급하게 결론짓는 사람들이 많다. 드레스 셔츠 단추를 두어 개쯤 끄른 중 년 남성이 시가 연기와 번갈아가며 들이켤 듯한 그런 이미지인 것이다. 하지만 입안을 뜨겁게 데우는 이 황금빛 액체가 지닌 표정은 그보다 훨씬 다양하다. 지난 10월 28일부터 11월 2일까지 호림아트센터 내 JNB갤러리에 서 열린 <모어 댄 위스키, 시바스(More Than Whisky, Chivas)> 전시는 위스키에 대한 고정관념을 적잖게 바꾸어놓을 만한 자리였다. 스카치위스키의 대명사와도 같은 시바스 리갈은 그간 알렉산더 매퀸, 크리스찬 라크르와, 비비안 웨스트우드 등과도 협업을 한 바 있다. 한국에서 기획된 이번 프로젝트는 패키징 디자인에 그치던 기존 방식에서 서너 발자국쯤 더 나간 것이다. 이상봉, 김서룡, 송자인, 이주영, 홍승완, 이렇게 5명의 패션 디자이너는 5팀의 아티스트와 각각 호흡을 맞춰 시바스 리갈의 이미지를 설치 작품으로 구현했다. 위스키는 시가 연기가 자욱한 바를 떠나 독창적이고 패셔너블한 작업의 오브제가 됐다.

사진가 맹민화와 짝을 이룬 김서룡은 술이 남기는 몽롱한 추억을 주제로 삼았다. 적막한 바닷가에 두 남자가 서 있는 장면이 영사되는 벽 앞으로 작은 모래밭을 만들고 편지가 든 술병들을 꽂아뒀다. 취기가 가시면서 찾아오는 쓸쓸함을 연상시키는 이 작품의 제목은 ‘His History’다. 홍승완은 설치미술가 배정완과 함께 ‘Looking Out from Inside’란 작업을 완성했다. 반투명 비닐 너머로 어른거리는 빛을 보다 보면 얼음이 가득 담긴 위스키 잔 안에 앉아 있는 듯한 기분이 된다. 모임 별을 파트너로 지목한 송자인은 짧은 동화를 쓴 뒤 이를 영상과 음악, 설치 작업으로 표현했다(‘The Adventure of Jainie & Sonny). 시바스 리갈을 상징하는 사자 소니와 디자이너 자신을 뜻하는 캐릭터 제이니가 겪는 모험은 낮잠을 자며 꾼 슬픈 꿈 같다. 이주영은 도예가 이하린이 만든 베개 모양의 금빛 도자기 케이스에 검은 모피를 깔고 붉은색으로 장식한 시바스 리갈을 담았다. 특유의 어둡고 기괴하면서도 관능적인 아이디어가 읽히는 작품의 제목은 ‘Pillow Talk’이다. 마지막으로 이상봉은 디자이너 이청청, 아티스트 유키 마츠에다와 함께 미래 지향적인 전통을 표현했다. 시바스 리갈을 한국의 단청 문양으로 장식한 뒤 그 로고가 솟구치는 듯한 형상을 만들어낸 것. ‘Timeless Heritage’란 제목대로 전통적인 내용물을 미래적인 문법으로 제시한다.

다양하게 해석된 위스키의 이미지들을 눈으로 확인하고 나면 혀로도 재차 경험해보고 싶은 기분이 든다. 시바스리갈은 갤러리 내에 작은 바를 마련하고 디자이너와 유명 바텐더들이 개발한 시그너처 칵테일을 제공함으로써 방문객의 요구에 부응했다. 모두 위스키를 베이스로 했지만 디자이너들의 개성만큼이나 각각의 맛과 색이 달랐다. 다만 그중에서 위스키에 관한 뻔한 이미지, 즉 시가를 문 점잖은 중년 남성을 떠올리게 하는 칵테일은 없었다. 위스키는 우리가 짐작한 것보다 훨씬 젊고 섹시한 술일지도 모른다. 12월 한 달 동안 청담동 트라이베카, 임페리얼 팰리스 호텔 조이바, 신사동 머니 라운지에서 판매될 시바스 리갈 디자이너 시그너처 칵테일을 맛보면 이 말을 좀 더 수긍하게 될 거다.

에디터
피처 에디터 / 정준화
포토그래퍼
엄삼철, COURTESY OF CHIVAS REG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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