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일, 함부로 하지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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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으로 보아도 좋고, 향을 맡아도 좋고, 피부에 바르면 더 좋다는 마성의 화장품, 오일 화장품이 대세다. 넘치는 호기심으로 방 안 어딘가 굴러다니던 갈색 오일병을 하나 집어들었다면, 잠시 스톱하시길. 자동차에도 ‘좋은 기름’만 넣고, 참기름 한 방울도 깐깐하게 따져보는 당신이 아무 오일이나 바를 수야 없지 않은가.

1. BURT’S BEES 리페어 세럼
불포화 지방산의 보고로 알려진 달맞이꽃 오일과 로즈힙 꽃 오일이 베이스. 녹차 추출물과 비타민 ACE 등을 더해 재생과 항산화 기능을 강화했다. 29.5ml, 5만4천원.

2. JURLIQUE 에너자이징 바스 오일
각질 제거와 보습력이 탁월한 아보카도 오일이 베이스. 줄리크 농장에서 직접 재배한 레몬, 오렌지, 로즈메리 허브를 첨가했다. 100ml, 4만4천원.

3. KIEHL’S 미드나잇 리커버리 컨센트레이트
밤새 손상된 피부를 재생해주는 고농축 나이트 오일. 엄선된 올리브 오일과 식물성 스콸렌, 최고급 달맞이꽃 종자유, 그리고 8가지 천연 에센셜 오일이 주성분이다. 30ml, 6만5천원.

4. BELIF 티트리 오일
한두 방울씩 면봉에 묻혀 트러블 부위에 사용하는 긴급 처방 아이템. 산화 방지와 트러블 진정 작용이 뛰어난 티트리와 캐머마일, 라벤더 오일이 믹스되어 있다. 5ml, 2만5천원.

5. INNISFREE 릴랙싱 아로마 에센셜 오일
라벤더와 베르가모트, 오렌지 오일이 블렌딩된 원액. 아로마 램프나 디퓨저에 2~3방울을 떨어뜨리고 호흡을 통해 흡입하거나, 입욕제로 사용한다. 10ml, 1만5천원.

6. DARPHIN 8 플라워 넥타
음의 기운을 가진 아로마(장미, 라벤더, 아이리스, 보릿대 국화)와 양의 기운을 가진 아로마(일랑일랑, 파촐리, 네롤리, 재스민) 8가지를 배합. 컨디션에 따른 테라피 효과를 극대화했다. 15ml, 22만5천원.

7. AVEDA 카밍 컴포지션
호호바와 로즈 에센셜, 보리지 씨드 오일이 주요 성분. 두피나 모발, 보디에 마사지와 함께 사용하거나, 극도로 건조하고 예민한 피부를 위한 클렌징 오일 대용품으로도 훌륭하다. 50ml, 3만2천원.

‘아로마 에센셜 오일은 음과 양의 기운을 전달하는 능력이 있어 피부에 에너지를 주고…’ 달팡의 페이셜 에센스 자료를 읽고 있던 나는 순간 두 눈을 의심했다. 음과 양의 기운? 제아무리 동양 문화에 세계가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지만 대표적인 프랑스 브랜드이자 뼛속까지 유러피언 감성으로 무장한 달팡에서 동양의 음양설을 논하다니, 이건 또 무슨 황당한 경우인가. 당장 달팡 교육부 장문영 과장을 찾았다. “분자 구조 측면으로 접근한 거죠. 아로마 오일은 수백 개의 분자 구조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저마다 양의 전기적 성질(양전하), 혹은 음의 전기적 성질(음전하)을 띠게 됩니다. 이를 영어로는 에너지(Energy)라고 설명하는데, 달팡에서는 좀 더 빠른 이해를 돕기 위해 ‘기(氣)’ 라는 단어를 함께 사용하고 있어요.” 음식에도 몸의 양기를 보충해주는 보양식과 화를 내려주는 찬 음식이 있는 것처럼 오일마다 고유의 성질이 있다는 설명. 때문에 향초나 입욕제 등을 고를 때에도 향의 기운을 먼저 살피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음의 기운이 있다는 건 기운을 가라앉혀준다는 의미. 진정 효과가 있는 캐머마일이나 로즈, 니아울리, 오렌지 블로섬, 라벤더, 아이리스 등은 피부가 열 또는 자극을 받았거나 발진되었을 때 유용하다. 반대로 피곤에 지쳐 리프레싱이 필요하다면 에너지를 주고 기운을 되살려줄 양기의 아로마를 선택한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탠저린. 재스민, 네롤리, 파촐리, 미르(Myrrh) 등도 양( )의 에너지를 갖는다. “신기한 것은 일부러 공식처럼 외우고 있지 않아도 우리 몸이 컨디션에 따라 유익한 향을 기막히게 골라낸다는 사실이에요.” 원래 즐겨 쓰던 제품이 어느 날 갑자기 거북하게 느껴지거나 별로 좋아하지 않았던 것이 그날 따라 새롭게 느껴지는 현상은 바로 향의 이러한 성질 때문. 중앙대학교 의과대학 이비인후과 김현직 교수 역시 첫인상으로 향기를 고르는 방법에 동의했다. “그때그때의 느낌에 집중하세요. ‘난 원래 라벤더를 좋아하니까’ 혹은 ‘장미 향은 절대 안 써’ 하는 식으로 단정지을 필요는 없습니다. 처음 맡았을 때 순간적으로 거부감이 생기는 향을 계속해서 맡게 되면 후각 신경의 피로도가 증가해 컨디션을 다운시키고, 심한 경우 일시적인 마비 현상까지 일으킬 수 있으니까요.”

오일 화장품은 대부분 식물이나 열매 등에서 추출한 에센셜 오일을 함유하고 있기 때문에 일차적으로는 향기가 선택의 기준이 된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오일 자체가 지니고 있는 효능 역시 무시할 수 없다. 크게 두 가지를 살펴보아야 하는데, 제품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베이스 오일과 1~2% 비율로 첨가된 에센셜 오일이다. 원액 상태의 에센셜 오일은 직접 피부에 바르면 화상을 입을 만큼 휘발성이 강한 정유. 때문에 대부분의 오일 화장품은 소량의 에센셜 오일을 호호바나 스위트 아몬드, 그레이프 시드 같은 베이스 오일에 희석해서 만든다. 요리는 콩기름으로 하고 참기름은 1~2방울만 떨어뜨려 향미를 더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베이스 오일은 에센셜 오일의 효능을 피부에 전달해주는 역할을 한다고 해서 ‘캐리어 오일(Carrier Oil)’이라고도 합니다. 식물이 가진 비타민이나 미네랄을 고스란히 함유하고 있는데, 분자 크기가 커서 혈액 속으로 흡수되지 못하고 피부 가장 바깥 층에 머무르죠.” <약사 버블워니가 만드는 천연화장품>의 저자이자, 한국아로마테라피강사협회(KAIA)의 대표인 정선아 테라피스트는 오일 화장품의 주요 기능을 결정하는 베이스 오일로 무엇이 사용되었으며, 그것이 본인의 피부 타입과 맞는지부터 판별하라고 조언한다. 오일을 에센스처럼 사용할 건지, 보습 크림 대신인지, 혹은 마사지용으로 필요한지도 헤아려 본다. 제품에 들어 있는 에센셜 오일을 살필 때에는 좀 더 신중을 기한다. 에센셜 오일의 함량이 보통 1~2%를 넘지 않으니, 한 번 얼굴에 바르는 화장품을 넉넉히 1g쯤 된다손 치더라도 그 비율은 엄청난 소량.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은 기름’을 찾아야 하는 건, 바로 분자의 순환 때문이다. “코 안으로 향이 들어오면, 점막과 말초 후각 신경을 통해 대뇌까지 신호가 전달됩니다. 이는 중추신경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데, 호르몬 분비는 물론 심박동수를 늦추거나 근육을 이완시키는 등 다양한 반응을 야기하죠.” 김현직 교수는 아로마테라피가 의학에서도 약물의 대체 요법으로 사용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장문영 과장 역시 오일 화장품을 선택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으로 안정성을 꼽았다. “천연 에센셜 오일은 그 입자가 매우 작아서 바르는 즉시 피부 속 깊숙이 스며들어요. 피부 세포 사이사이는 물론 림프를 통해 전신까지 순식간에 퍼지기 때문에 아주 신중하게, 품질 좋은 제품을 가려내야 하죠.”

에센셜(Essential)의 사전적 의미는 ‘필수적인’ 혹은 ‘극히 중요한’. 구구절절 설명을 늘어놓긴 했지만, 결론은 제발 아무거나 쓰지 마라는 거다. 연예인의 오일 보습법을 접하자 3년 전 태국의 길거리에서 구입한 3천원짜리 에센셜 오일이 떠올랐겠지만, 그건 그냥 사진과 함께 추억 속에 넣어두도록. 이미 시중에는 이렇게나 다양한 오일 화장품들이 우리의 쇼핑 카트를 기다리고 있으니 말이다.

Q.주요 베이스 오일의 종류와 그 특징은?
호호바 오일 피지와 지방산의 조성이 유사해 모든 피부 타입과 잘 맞으며 피부 친화성이 좋다.
엑스트라버진 올리브 오일 올레인산이 풍부해 보습 효과가 뛰어나고 면역력과 자생력을 높여주는 효과가 있다.
스위트 아몬드 오일 다량의 단백질과 비타민 AB2E가 함유되어 지치고 건조해진 피부와 모발 개선에 효과적이다.
포도씨 오일 유분이 적어 가볍고 피부에 잘 흡수되는 성질이 있어 지성 피부가 사용하기에 좋다.
달맞이꽃 종자 오일 감마리놀렌산이 풍부해 가려움증이나 발진을 가라앉혀준다.
보리지 오일 아토피 피부용으로 쓰일 정도로 보습과 재생 효과가 뛰어나며 습진, 피부염에도 효과적이다.
-정선아(한국아로마테라피강사협회 대표<약사 버블워니가 만드는 천연화장품> 저자)

Q.에센셜 오일의 효능을 경험할 수 있는 간편한 아로마테라피 팁을 준다면?
오일 버너나 휘산기를 하나쯤 구비해두면 아주 유용하다. 기분을 업시키고 싶을 땐 제라늄, 감기기운이 있을 때에는 티트리, 상쾌함을 맛보고 싶을 땐 오렌지, 불면증이 있거나 안정이 필요할 때는 라벤더 혹은 캐머마일을 한두 방을 떨어뜨려 방의 기운을 바꿔보자. 목욕물이나 빨래의 마지막 헹굼 물에 넣는 것도 추천
-디앳킨슨(Dee Atkinson영국 허브 클리닉 네이피어스 CEO)
블렌딩용으로 출시된 순도가 낮은 오일이 있다. ‘피부에 직접 발라 사용하라’고 명시되어 있는 대부분의 페이셜 오일이 그러하고, 비교적 휘발성이 낮은 라벤더와 티트리 오일도 마찬가지다. 평소 사용하는 모이스처라이저(향이 적을수록 좋다)나 파운데이션, 클렌저에 섞어 기능을 높이거나 3~4방울을 직접 펴 발라 마사지할 것. 오일을 단독으로 사용할 때에는 세안을 마치고 토너 바로 다음 단계에 발라야 흡수가 잘 된다. 피부가 화끈거리고 붉은 기가 있다면 라벤더, 건조하고 예민할 때는 로즈, 격렬한 운동으로 근육이 뭉쳤을 때는 유칼립투스나 페퍼민트가 유용하고, 보디 오일에 라벤더를 섞어 바르면 벌레 퇴치 효과도 얻을 수 있으니 기억해 둔다.
-박수미(아베다 교육부)

Q.1만원 이하 마트 제품부터 10만원을 훌쩍 넘는 고가의 브랜드 제품까지. ‘좋은 천연 오일’을 고르는 팁이 있을까?
에센셜 오일을 구입할 때는 라벨부터 확인한다. 보통은 1) 순도(100% 혹은 99%여야 천연 오일이라 부른다) 2) 원산지 3) 정확한 학명(단순하게 ‘Rose’가 아니라 ‘Rosa Damascene’, ‘Rosa Centifolia’ 같은 식) 4) 추출 방법 5) 추출 부위(꽃잎, 줄기, 열매, 씨앗 등)가 표기되어 있다. 만약 라벨이 불분명하거나 아예 없다면, 구입을 고려해봐도 좋다.
-장문영(달팡 교육부 과장)
가장 손쉬운 판별법은 신뢰할 수 있는 인증 기관에서 공인을 받았는지 확인하는 거다. 에코서트와 같은 유기농 마크도 그중 하나다. 참고로 줄리크의 모든 오일 제품은 줄리크가 직접 운영하는 농원에서 검증된 유기농법을 통해 재배한 유기농 허브와 꽃에서만 추출한다.
-김윤채(줄리크 데이스파 원장)
천연 오일 화장품은 별다른 첨가물을 필요로 하지 않을뿐더러 공정 과정 또한 굉장히 짧다. 그만큼 그 가치를 판가름하는 데 있어 원료와 수확 시기, 추출법이 중요하다는 얘기. 이를 보증하는 건 다름 아닌 ‘브랜드’다. 네이피어스는 지난 1백50년간 양질의 허브와 천연 오일을 생산해온 허브 전문 클리닉. 한국에서는 빌리프(BELIF)를 통해 네이피어스의 허브와 천연 오일을 경험할 수 있다.
-디앳킨슨(Dee Atkinson영국 허브 클리닉 네이피어스 CEO)

Q.비싸게 구입한 오일, 어떻게 보관하는 것이 좋은가?
직사광선이 들지 않는 서늘한 곳에 보관한다. 제품이 들어있던 종이 박스에 넣어 보관하는 것도 방법. 오픈 후에는 베이스 오일은 6개월, 에센스 오일은 3년 이내에 사용한다. 뚜껑을 꼭 닫지 않으면 향이 날아갈 수 있으니 주의한다. 천연 오일이 아닌 이미 제품화된 오일 화장품은 사용설명서에 따라 보통의 화장품과 같은 방법으로 보관해도 무관하다.
-김윤채(줄리크 데이스파 원장)

Q.그 밖에 알아두면 좋을 오일 화장품 사용 팁은?
에센셜 오일은 본래 방향이나 블렌딩용. 다량이 피부에 닿으면 화상 등 문제를 야기할 수 있으니 즉시 우유로 씻어낸다.
-정선아(한국아로마테라피강사협회 대표<약사 버블워니가 만드는 천연화장품> 저자)
오일의 끈적이는 질감이 싫다면 ‘드라이 오일’을 추천한다. 일종의 포뮬러를 나타내는 용어인데, 겉돌거나 미끈거리지 않고 산뜻하게 발리는 사용감이 특징이다.
-장문영(달팡 교육부 과장)
물에 떨어뜨렸을 때 물 위에 뜨지 않고 혼탁하게 섞인다면 부패된 오일. 과감하게 폐기한다.
-박수미(아베다 교육부)

에디터
뷰티 에디터 / 김희진
포토그래퍼
정용선
스탭
어시스턴트 / 강혜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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