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 막힐 듯한 인구 밀도와 뻔한 프랜차이즈 레스토랑이 영 내키지 않아 가로수길이 꺼려지셨나요? 그렇다면 그 옆 골목과 뒷골목에 조용하고 꿋꿋하게 이사 들어온 새로운 식당 3 곳의 전입 신고를 주목하세요.

터치 앤 스파이스

동남아시아 음식이 더 이상 낯설지 않은 요즈음이지만, 터치 앤 스파이스에서 선보이는 아시안 요리는 적잖이 호기심을 자극한다. 정통 아시안 메뉴라기보다는 아시아의 식재료와 향신료를 활용한 창작 요리이기 때문이다. 모차렐라 치즈와 토마토라는 흔한 조합을 예상하며 ‘모찌 두부 아시안 카프레제’를 입에 넣으면 쫀득쫀득한 두부와 피시 소스에 마리네이드한 토마토의 상상치 못한 맛이 펼쳐지고, 익숙한 닭고기 튀김 맛이겠지 예상한 ‘와사비 크림 치킨&망고’에선 와사비 크림 소스의 톡 쏘는 맛과 향이 나는 식인데, 분명 아는 재료와 익숙한 레시피인 것 같은데도 처음 먹어보는 듯한 신기한 기분이 든다. 만약 카페 타임인 낮 2시 30분부터 6시 사이라 이런 메뉴에 도전할 수 없다면 오이, 청포도, 생강맛이 어우러진 사케 칵테일 한 잔에 고소한 새우칩에 진한 커리딥을 찍어 먹는 ‘딥&칩스’를 곁들이는 건 어떨까. 짧은 시간 동안 아시아 여러 나라를 유랑하는 자유로움과 재미를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가로수길 초입 일리 커피 끼고 우회전한 후 첫 번째 골목에서 왼쪽으로 직진.

grill5taco

실시간 트위터 공지를 따라 가로수길, 홍대 등지로 찾아가면 그리 크지 않은 트럭에서 한 손에 들기도 버거울 만큼 푸짐한 부리또, 타코, 퀘사디아를 손에 쥐여주던 그릴 파이브 타코가 드디어 매장을 열었다. 안과 밖이 따로 없어 바람이 넘나드는 자리에 앉아 맥주를 곁들일 수 있으니 반갑기 그지없지만, 사실 손을 대는 순간 멈출 수 없을 만큼 중독적인 맛은 변함이 없다. 인기 메뉴인 김치 케사디아는 고추장을 주요 재료로 만든 특별한 살사소스와 블랙잭 치즈, 모차렐라 치즈, 제육볶음 그리고 어머니가 직접 담가서 보내주는 김치가 어울려 매콤하면서도 속이 쓰리지 않고 든든하다. 이름만큼이나 거대한 크기의 몬스터 부리또는 주재료가 되는 갈비살, 스파이시 포크, 더블 스파이시 치킨, 슈림프를 제외하고도 파프리카, 콩, 양상치, 양배추 등의 재료가 아낌없이 들어가 한 개를 둘이 나눠 먹어도 충분할 정도다. 특히 청량한 맛이 나는 아보카도 타코는 지나쳐서는 안 될 메뉴다. 아, 물론 원래의 트럭 또한 변함없이 길거리를 누빌 예정이니 아쉬워하지 말기를. 신사동 519-13번지, 알로 페이퍼가든 옆.

꾸네오 506

날로 시끌시끌해지는 가로수길로부터 탈출해 로맨틱하고 아늑한 공간에 안착하고 싶다면, 이탤리언 가정식을 선보이는 꾸네오 506이 좋은 목적지가 될 법하다. 크지는 않아도 솜씨 좋게 꾸며놓은 모습 때문인지, 아니면 빛이 잘 쏟아져 들어오는 창 때문인지 오래 앉아 있어도 마음 편한 공간이기 때문이다. 음식 또한 식당의 모습을 닮아 기본에 충실하다. 우선 시원한 조개 육수와 알싸한 미나리 향이 조화로운 ‘미나리 봉골레’와 단호박 퓌레 크림소스가 베이컨, 바삭한 고구마칩과 어울려 진하고 달달한 ‘단호박 크림파스타’는 첫 입에 맛있다고 호들갑 떨지 않았는데도 어느새 싹싹 비우게 된다. 바질, 토마토, 모차렐라 치즈 외에 별다른 재료를 사용하지 않는 ‘마르게리따 피자’와 역시나 토마토와 파르메산 치즈에 루콜라를 듬뿍 얹었을 뿐인 ‘토마토 루꼴라 베이컨 피자’ 또한 화덕에서 직접 구워내 담백하고 쫄깃한 맛을 낸다. 특히 바삭하고 촉촉한 퍼프페이스트리 위에 사과 조림과 아이스크림을 얹은 자바이오네 애플파이는 방금 만든 것을 혀로 느낄 수 있을 만큼 생생해, 마치 친한 친구의 주방에 들어와 이것저것 맛보는 듯한 기분이 들지도 모르겠다. 까사미아 호텔 지나서 첫 번째 코너에서 직진, 전광수 커피 옆.