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야한 여자가 좋다.” 2011년 가을/겨울, 디자이너들의 도발적인 선언. 현실과 충분히 타협을 이룬 패션의 섹슈얼리티가 당신의 내재된 관능을 폭발시킬 만반의 준비를 마쳤다.

레이스업 장식의 새틴 소재 뷔스티에, 레이스 브리프, 밴드 스타킹 모두 아장 프로보카퇴르, 수갑 모티프의 팔찌는 루이 비통 제품. 강렬한 금빛 네일은 밍크 네일.

레이스업 장식의 새틴 소재 뷔스티에, 레이스 브리프, 밴드 스타킹 모두 아장 프로보카퇴르, 수갑 모티프의 팔찌는 루이 비통 제품. 강렬한 금빛 네일은 밍크 네일.

하루에도 수천개의 기사가 치열한 각축을 벌이는 포털 사이트의 뉴스 라인에서 조회수를 높이기 위해 미디어가 선택한 생존 전략은 이렇다. 가능한 한 자극적이고 묘한 상상력을 불러일으키는 헤드라인. 그중에서도 가장 흔한 건 역시 ‘성적인’ 표현이다. 여자 유명인의 사진에 어김없이 달라붙은 낯 뜨거운 단어들을 보라. ‘속옷 훤히 비친 의상 ‘아직 소녀인데…’, 가슴골 훅, 아슬아슬, 선정적 옷차림 민망, 아찔, 위험천만, 하의 실종…’ 재미있는 건 정작 클릭을 해보면 기대(?)에 미치지 못한 사진이 대부분임에도 우리는 늘 속아줄(?) 준비가 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왜? ‘성’은 곧 거부할 수 없는 인간의 본능이니까. 자석처럼 끌려갈 수밖에 없는 본능. 표현의 수위가 다를 뿐 ‘성적인 코드’는 시대와 지역을 막론하고 다분히 자극적이고 흥미로운,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터부시되는 담론이다. 그런데 우리가 성적인 코드를 표현하는 데 가장 즐겨 쓰는 도구는 무엇일까? 다름 아닌 옷차림이다. 사람에겐 누구나 이성(누군가에게는 동성)을 유혹하려는 욕망이 내재되어 있다. (아니라고 말할 수 있나?) 그리고 패션은 타고난 외모만큼이나 중요한, 때론 이를 넘어서는 유혹의 수단이다. 그러니 섹스어필을 테마로 한 패션은 예로부터 디자이너들의 단골 메뉴일 수 밖에 없었다. 때론 은근하게 혹은 노골적으로, 다양한 레시피로 요리된 관능의 룩은 물론 디자이너들은 캣워크 위에 저마다의 섹슈얼리티를 쏟아낸다. 이번 시즌도 예외는 아니다. 이전과 다른 점이 있다면 그저 ‘판타지’에 머무르는 것이 아닌 적당히 현실과 타협했다는 것.

먼저 루이 비통을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이른바 S&M(피학과가학)의 냄새가 진하게 풍기는 이번 컬렉션에서 마크 제이콥스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간단명료하다. ‘긍정적인 페티시’. “이번 컬렉션은 사물을 향한, 설명할 수 없는 강박에 대한 것입니다. 열정, 즉 어떤 것에 대한 갈망보다 훨씬 더 긍정적인 무언가를 이야기하고 싶었죠. 페티시는 보통 성적인 것과 결합하지만 가방이나 신발 그리고 옷에 대입할 수도 있어요. 우리는 패션에 사로잡혀 있으며, 이는 패션에 페티시를 갖고 있는 것에 다름 아닙니다.” 즉 우리가 생각하는 보편적인 페티시의 전형을 컬렉션에 담았지만 이를 어둡고 변태적으로 여기는 대신 패션에 대한 집착의 또 다른 표현 방식으로 보라는 이야기다. 유니폼, 수갑, 코르셋, 가터벨트, 밴드 스타킹, 뾰족한 킬힐, 레이스업 장식 등 S&M 무드에서 빠지지 않는 코드들이 산재해 있지만 그의 말마따나 이들의 조합은 꽤 유혹적이고 아름답다. 페티시 의 어두운 면을 거세하고 재미있고 독특한 수단으로 사용한 것.

관능적인 룩의 대가인 돌체&가바나 듀오의 이번 시즌 컬렉션은 어떤가. 껄렁껄렁한 시칠리안의 배드보이 룩과 암코양이처럼 농염한 룩이 우르르 쏟아져 나온 이번 시즌 컬렉션에서 전형적인 돌체&가바나의 보디컨셔스한 레이디라이크 룩은 펑키하고 매니시한 룩과 대비를 이루며 더욱 파워풀한 관능미를 발산한다. 스테파노 가바나도 여성스럽고 섹시한 쪽이 자신의 전공임을 부인하지 않는다. “가령 내가 T자형 드레스와 모래시계형 드레스를 디자인한다고 치면 단연 모래시계형이 5배 이상 잘 팔려요. 액세서리도 마찬가지고요. 청키힐 플랫폼 슈즈와 날렵한 스틸레토 펌프스를 비교해도 그렇죠. 어떤 공식을 만들고 싶진 않지만 우리는 여성을 이해하기에 무엇이 더 관능적인지 잘 알고 있어요.”

당장이라도 어흥거리며 달려들 듯 카리스마 넘치는 룩이 줄줄이 등장한 지방시 컬렉션 역시 관능의 대서사시라 부를 만하다. 붓꽃과 누드의 핀업걸 그리고 흑표범 프린트가 이리저리 혼재된 이번 컬렉션을 두고 리카르도 티시는 “평소보다 더 섹시함을 강조했죠”라고 이야기한다. 몸에 꼭 붙는 펜슬 스커트와 속이 훤히 비치는 시스루 소재가 어우러진 레이디라이크 룩들은 도발적이지만 결코 천박해 보이지 않는다. 한편 로에베와 페라가모는 꽤 현실적인 버전의 섹슈얼리티를 컬렉션에 담았다. 얌전한 듯 도발적인 여비서 룩을 연상시키는 로에베와 80년대풍의 관능적이고 파워풀한 워킹 우먼의 이미지를 투영한 페라가모, 이들의 컬렉션은 앞서 언급한 컬렉션에 비해선 한결 순화되었지만 오히려 현실에선 더 강력한 효과를 발휘하는 관능미를 뿜어낸다. 물론 앞서 언급한 컬렉션보다 훨씬 과격한 표현법을 즐기는 디자이너도 있다. 80년대 섹슈얼 룩의 대가로 추앙받았던 티에리 뮈글러의 대를 이은 디자이너 니콜라 포미체티. 패션계의 이단아이자 혁명가인 그는 자신의 뮤즈인 레이디 가가를 아낌없이 컬렉션의 도구로 삼았다. 그가 부려놓은, 변태스러울 정도로 과격한 관능미는 보는 이를 압도한다. 현실과는 괴리감이 느껴지지만 그간 레이디 가가의 패션을 통해 발휘한 니콜라 포미체티의 ‘끼’에 비하면 꽤 순화된 모습. 한편 지난 시즌의 부진을 씻고 도발적이고 인상적인 컬렉션을 완성한 웅가로의 자일스 디컨은 선대의 뜻을 잇는 데 총력을 다했다. “나는 의상에 섹슈얼한 도발을 담고 싶었어요. 미스터 웅가로는 부인이 아닌 정부를 위한 옷을 만든다고 이야기했는데 이번 컬렉션에선 나 역시 그와 같은 생각이었죠.” 자일스 디컨의 이런 생각은 적효했고, 덕분에 웨어러블하면서도 매혹적인 섹슈얼리티가 컬렉션에 오롯이 자리했다.

‘보이지 않는 듯 보인다’는 건 슬릿을 두고 하는 말인 듯싶다. 가려져 있다가도 움직일 때마다 드러나는 허벅지, 풍만한 클리비지, 가느다란 팔… 슬릿 사이로 언뜻언뜻 보이는 육체는 완전히 드러났을 때보다 관능적인 동시에 여성적이며 우아하다. 좋은 예는 마이클 코어스와 랄프 로렌 그리고 페라가모 컬렉션 등.

‘보이지 않는 듯 보인다’는 건 슬릿을 두고 하는 말인 듯싶다. 가려져 있다가도 움직일 때마다 드러나는 허벅지, 풍만한 클리비지, 가느다란 팔… 슬릿 사이로 언뜻언뜻 보이는 육체는 완전히 드러났을 때보다 관능적인 동시에 여성적이며 우아하다. 좋은 예는 마이클 코어스와 랄프 로렌 그리고 페라가모 컬렉션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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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화려한 무대를 떠나 실전에 이 같은 패션을 대입해본다면? 무엇보다 다음의 세 가지 키워드를 기억하라. 슬릿, 시스루 그리고 보디컨셔스. 먼저 슬릿. ‘보이지 않는 듯 보인다’는 건 슬릿을 두고 하는 말인 듯싶다. 가려져 있다가도 움직일 때마다 드러나는 허벅지, 풍만한 클리비지, 가느다란 팔…. 슬릿 사이로 언뜻언뜻 보이는 육체는 완전히 드러났을 때보다 관능적인 동시에 여성적이며 우아하다. 좋은 예는 마이클 코어스와 랄프 로렌 그리고 페라가모 컬렉션 등.

잠자리 날개처럼 투명한 시스루 소재는 몸을 가렸으되 훤히 비치는, 기묘한 패션을 구사한다. 투명한 시폰 소재도 좋지만 청순하고도 도발적인 레이스 소재는 이번 시즌, 당신의 관능미를 드러내는 데 가장 완벽한 도구다.

잠자리 날개처럼 투명한 시스루 소재는 몸을 가렸으되 훤히 비치는, 기묘한 패션을 구사한다. 투명한 시폰 소재도 좋지만 청순하고도 도발적인 레이스 소재는 이번 시즌, 당신의 관능미를 드러내는 데 가장 완벽한 도구다.

 

see-through

두 번째는 시스루다. 잠자리 날개처럼 투명한 시스루 소재는 몸을 가렸으되 훤히 비치는, 기묘한 패션을 구사한다. 투명한 시폰 소재도 좋지만 청순하고도 도발적인 레이스 소재는 이번 시즌, 당신의 관능미를 드러내는 데 가장 완벽한 도구다. 물론 이처럼 비치는 소재를 입을 땐 용기도 필요하지만 이에 어울리는 이너웨어가 관건. 이브닝 웨어라면 실크 소재의 브라톱만으로도 충분하지만, 평상복이라면 시스루 소재와 같은 색상의 캐미솔 같은 이너웨어를 선택하는 것이 안전하다.

가슴과 허리 라인을 강조하는 것이야말로 직접적인 노출보다 오만 배쯤은 관능적이다. 사실 남자들은 실제로 헐벗은 패션보다는 갖춰 입었으되 봉긋한 가슴 라인과 잘록한 허리 라인을 드러낸 패션에 한 표를 던진다. 어쨌든 보디컨셔스 룩은 당신의 관능미를 드러내는 필살기라는 사실을 잊지 말 것. 물론 굽이치는 뱃살과 처진 엉덩이를보완해줄 속옷은 필수.

가슴과 허리 라인을 강조하는 것이야말로 직접적인 노출보다 오만 배쯤은 관능적이다. 사실 남자들은 실제로 헐벗은 패션보다는 갖춰 입었으되 봉긋한 가슴 라인과 잘록한 허리 라인을 드러낸 패션에 한 표를 던진다. 어쨌든 보디컨셔스 룩은 당신의 관능미를 드러내는 필살기라는 사실을 잊지 말 것. 물론 굽이치는 뱃살과 처진 엉덩이를보완해줄 속옷은 필수.

 

body conscious

마지막은 보디컨셔스. 세 가지 전략 중 가장 유용하고 현실적인 방법이다. 특히 허리와 가슴이 급격한 커브를 그리는 몸매라면 가장 극적인 결과를 일으킬 수 있을 터. 어쨌든 가슴과 허리 라인을 강조하는 것이야말로 직접적인 노출보다 오만 배쯤은 관능적이니까. 실제로 남자들은 대부분 ‘헐벗은’ 패션보다는 가렸으되 봉긋한 가슴 라인과 잘록한 허리 라인을 드러낸 패션에 한 표를 던진다. 어쨌든 보디컨셔스 룩은 당신의 관능미를 드러내는 필살기라는 사실을 잊지 말 것. 물론 굽이치는 뱃살과 처진 엉덩이를 보완해줄 속옷은 필수겠지만.

섹스와 패션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아이콘, 디자이너 톰 포드는 소싯적엔 뻔뻔스러울 만큼 대담하게 ‘섹스’를 부르짖었다. 과거 그가 연출했던 광고 시리즈는 19금 딱지라도 붙여야 하는 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수위가 높았으니까. 그러나 섹슈얼리티의 아이콘이었던 톰 포드는 이렇게 말한다. “90년대 중반 내가 패션에서 보여주고 싶었던 것은 재미, 섹스, 자유 등이었어요. 그러나 지금은 섹스라는 주제가 너무 흔합니다. 나는 지금 섹슈얼리티보다 센슈얼리티에 더 초점을 맞추고 있어요.” (섹슈얼은 ‘성적인, 성과 관계되는’을 뜻하며 센슈얼은 ‘관능적인, 감각적인’을 뜻한다.) 중요한 건 그의 패션이 여전히 매혹적이라는 사실. 섹슈얼이든 센슈얼이든 목적은 크게 다르지 않지만 그 표현 방식은 사뭇 다르다. 사실 그 누가 ‘천박하고 쉬운 여자’로 보이고 싶겠나. 보다 은유적인 방식으로 자신의 성적인 매력을 보이는 스타일이야말로 궁극의 관능미를 표현하는 길. 바야흐로 지금은 섹슈얼 패션이 아닌 센슈얼 패션의 시대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