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호를 위한 기획회의를 하던 중 패션 에디터들은 이구동성으로 패션계에 쏟아진 신인 신드롬에 대해 이야기했고, 도대체 누군지 궁금하고 만나보고 싶다고 했다. 여기 실린 13명의 디자이너들은 더블유 패션 에디터들이 샅샅이 조사하고 검증하여 ‘될성부른’ 떡잎이라고 판단한 재목들이다. 에디터들과 디자이너들의 숨기지 못하는 개성에 따라, 만나고 온 방식도 천차만별이다. 더블유의 명민한 감식안으로 골라낸 13인 13색 인터뷰.

최형욱

한걸음씩 성장하는 패션 서러브레드 BENJAMINE CADETTE

최형욱은 패션밖에 할 줄 모르는 청년이다. 그는 목마른 자가 물을 구하듯이 꾸준히 한 우물을 팠다. 서울에서 에스모드를 졸업했고, 이후 파리로 유학해 의상조합에서 여성복을 전공했다. 한국에 돌아와서는 쟈니헤이츠재즈에 합류해 당시 무명이었던 브랜드를 단숨에 주목받는 브랜드로 키워내는 데 힘을 보탰으며, 이번 시즌 ‘벤자민 카뎃’이라는 자신의 브랜드를 론칭했다. 디자이너로서 정통 코스를 차근히 밟아가는 진중한 신인, 최형욱이 더블유 독자들에게 보낸 ‘이력서’는 다음과 같다.

 

1996~ 한국 에스모드 서울
패션을 하고 싶었다. 패션 스쿨로 유명한 에스모드 서울에 입학했다. 그때 취향은 그다지 대중적인 스타일이 아니었다. 당시 에스모드의 프랑스인 교수가 ‘넌 의상조합에 가는 게 좋겠다’고 권했다. 그래서 유학을 결심했다.

1997~ 파리 의상조합
사진 중 한 컷은 파리 의상조합 졸업 작품이다. 파리 컬렉션이 열리는 루브르 박물관에서의 졸업 패션쇼에 뽑히기 위해 6개월 간 밤잠 설치며 일했다. 콘셉트를 발전시켜 의상으로 표현하고, 쇼적으로 보여주는 방법을 배운 시절이다. 사진 속의 졸업 작품은 환경이 점점 파괴되면서, 옷도 아름다움을 추구하기 위한 것만이 아니라 보호 도구가 될 수 있다는 생각에 곤충의 껍질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것들이다.

2006~ 쟈니헤이츠재즈
한국에 돌아와서 당시 신생 브랜드였던 쟈니헤이츠재즈에 디자인 팀장으로 합류했다. 한 시즌을 거듭할 때마다 브랜드가 성장하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그중 ‘Cosmic Bloom’이라는 주제의 2010 S/S 컬렉션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매 시즌 똑같이 열심히 했지만, 이때가 가장 손맛이 많이 들어가 보람 있었다.

2010~ 프로젝트 런웨이 코리아
무료해서 출연을 결심했다. 직장에 갇혀 작업만 하다 보니 다른 패션 하는 친구들의 생기 넘치는 작업을 보고 싶다는 열망이 컸다. 갓 졸업한 친구들은 뭘 하나 궁금해서 출연했고, 준우승을 했다. 파이널 컬렉션에서는 산업혁명을 풍자한 영화 <모던 타임즈>에서 영감을 받아 21세기의 넘쳐나는 옷들, 그 대량화 현상에 대한 풍자적 시선을 콘셉트로 삼았다.

2011~ 벤자민 카뎃
독립 후 처음으로 만들게 된 개인 레이블. 형태와 변형의 예술적 풍자를 목표로 하는 디자이너 브랜드다. 좀 더 쉽게 말해, 벤자민 카뎃을 여자로 치환한다면, 탄탄하고 굳은 내면이 외형적으로도 드러나는 카리스마 넘치는 여성이다. 자신감이 넘치는 여자, 그녀가 벤자민 카뎃이다.

2011~ 2011 S/S 컬렉션
대표적인 베이식 아이템인 와이셔츠의 형태, 혹은 장식을 변형하여 다른 아이템과 접목, 스타일의 묘미를 살렸다. 지오메트릭한 프린트의 소재를 이용해 평범하고 기본적인 옷이 다른 아이템에 더해져 포인트로 작용하는 과정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래픽 패턴
패션 디자이너치고 평범한 것을 하고 싶어서 디자인을 시작한 사람은 없을 것이다. 소재 하나를 고를 때에도 나만의 개성이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성격도 군더더기 없고 명확한 것을 좋아하는 편이다. 뚜렷한 선과 면으로 구성된 지오메트릭 그래픽 패턴은 내 성격을 대변한다.

에디터|최유경

이상현

옷을 짓는 스토리텔러 LEIGH

지난 서울 컬렉션이 끝날 무렵 엠비오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한상혁을 만났다. 그에게 요즘 가장 눈에 띄는 신진 디자이너는 누구냐는 질문을 던졌더니 바로 남성복 브랜드 레이(Leigh)의 이상현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 이유는 감도 있게 자신만의 이야기를 풀어낼 줄 아는 디자이너라는 것.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레이의 아틀리에에서 재기 넘치는 스토리텔러인 선배 디자이너 한상혁과 이제 막 자신만의 이야기를 꺼내려는 후배 디자이너 이상현이 만났다.

내가 처음 봤을 때가 몇 년 전이더라. 그때는 독립하기 전이었던 것 같은데… 자신의 레이블로 활동하니 어때요?
무엇보다 스스로 모든 걸 결정하고 만들어간다는 것 자체가 재밌어요. 하지만 디자인 외에 해야 할 일이 너무 많고, 선택과 고민도 많아지고… 그래도 행복하긴 해요.

2009년 가을에 론칭해 쇼는 두 번 선보였는데, 쇼를 통해 뭔가 보여줘야지 하고 생각한 부분은 무엇이었어요?
컬렉션은 하나하나의 아이템이 좋은 동시에 쇼의 흐름에 통일성도 있어야 하는데, 한상혁 CD(크리에이티브 디렉터)님은 그 점을 넘어서 쇼와 함께 브랜드의 개성을 보여줄 수 있는 흥미로운 스토리를 만들어 왔잖아요. 그처럼 저도 신진 디자이너로서 하고 싶은 얘기를 컬렉션으로 표현하고 싶고, 우선 그 이야기를 쇼적으로 어떻게 풀어낼지 많은 고민을 했죠.

레이의 옷은 어떤 범주에 있죠?
하이패션과 컨템퍼러리 디자이너 브랜드… 딱 그 중간쯤에 있으면 좋을 것 같아요.

사실 신인 남성복 디자이너 중에서 레이의 옷이 하이패션에 근거한다는 얘기를 주변에서 종종 들었어요. 스스로 생각하는 하이패션의 중요한 부분은 어떤 거죠?
과거를 존중하면서 동시대에 맞게 자신만의 디자인을 하는 것. 그 지점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노력하고 있어요. ‘이게 레이다’라고 고집하는 부분은 아직 명확히 없지만….

지금도 레이만의 취향이 있고, 아마 곧 더 완성이 되어가는 부분이 보일 거예요.
참, 제 생각을 옷 이외에 어떤 방식으로 보여줄까 생각하다가 이번 2011 가을/겨울 컬렉션을 위해 비주얼 감독들과 함께 영상 작업을 했어요. 그 영상을 스마트폰으로 연동해 볼 수 있는 QR 코드를 쇼 초대장에 프린트했고요.

주제를 어떻게 표현했는지 궁금하네요.
쇼의 주제가 ‘관점(Point of View)’이었는데, 세 개의 선이 그려진 벽에 선 남자 모델의 시선을 통해 착시 현상을 보여주려고 했어요.

옷에는 주제를 어떻게 녹여냈어요?
원단과 프린트를 통해서 약간의 장난을 쳤어요. 일반적인 소재에 디지털 프린트 기법을 적용해 트위드처럼 보이도록 한다거나 재킷의 칼라에 패딩 처리를 하는 등 가까이에서 잘 보지 않으면 원단의 차이를 눈치 챌 수 없게 표현했죠. 제대로 보지 않으면 속을 수 있다는 이야기이기도 하고요.

이번 쇼에서 바이어들의 반응은 좋았어요? 하비 니콜스 이야기도 들리던데….
홍콩 하비 니콜스 백화점의 바이어로부터 연락이 왔어요. 제너레이션 넥스트에 참여한 게 두 번째인데 저번 쇼를 보고 괜찮았는지 쇼를 마치고 미팅을 하자고 하더군요. 결국 쇼룸에서 F/W 의상을 살펴본 뒤에 11가지 아이템 정도를 바잉해 갔어요.

그래서 수익성은 어땠어요?
일단 지금은 수익보다는 합리적인 가격으로 친근하게 레이를 알리고, 조만간 가격 경쟁을 하자고 생각하고 있어요.

요즘 좀 재밌다고 생각한 건 뭐예요?
글쎄요. 얼마 전, 전자현미경 사진전에 갔는데 여러모로 흥미로웠어요. 내가 보는 게 다가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관점’이라는 쇼의 주제와 연결시키기도 했고요. 사실 이런 추상적인 주제를 쇼에 적용하면 바이어와 고객들이 이해하기에 친절하지 못할 수도 있는데 말이죠.

패션은 친절하게 설명하지 않아야 시크하다고 여겨지니까(웃음). 다만 뭘 얘기하고자 하는지 명확히 통하면 되는 거죠. 앞으로 레이가 보여줄 스토리를 기대할게요!

에디터|박연경

윤홍미

룩 전체를 읽는 슈즈 디자이너 REIKE NEN

“사람 구경 하면서 얘기나 해요. 가로수길에서 볼까요? 어린이날 볼까봐요. 사람 구경 실컷 할 수 있겠죠?” 슈즈 브랜드 레이크 넨의 디자이너 윤홍미를 만났다. 친구처럼 카페 테라스에 앉아 슈즈 마니아에서 직접 신고 싶은 슈즈를 만들게 된 그간의 여정과 취향에 관한 수다를 떨었다.

 

어서 와요. 머리 색하고 똑같은 헤어 장식 달린 옷 입었네요. 재미있다.
오늘 사진도(프로필) 찍어야 되고, 사실 이런 스타일 좋아해요(웃음).

레이크 넨 언제 론칭했어요? 벌써 주변에 모르는 사람이 없더라고요.
2010년에 론칭했어요. 반응은 꽤 있는 편인데 아직 큰 수입은 없어요. 하하.

작업실은 어디예요?
성수동요. 슈즈 제작하는 공장이 성수동이기도 하고 위치상으로 강북 강남 오가기 다 편해요.

그럼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곳은 어딘가요?
돌아다니는 걸 좋아해서 정말 많이 옮겨 다녀요. 홍대, 계동, 안국동… 저마다 개성이 있어요.

그중에 어디가 홍미 씨랑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 동네별로 슈즈 스타일이 다른가요?
굳이 꼽으라면 계동요. 슈즈 스타일이 다르다기보다는 슈즈는 룩과 어울리게 신는 거니까. 동네별로 스타일이 다르잖아요. 그러니까 조금씩 다르긴 하죠. 하지만 요즘은 이 동네 저 동네가 모두 섞인 것 같기도 해요.

‘닉네임의 Rei, 홍미라는 뜻이 담긴 Lake, 함께라는 뜻의 Nen을 합쳐서 이름을 지었다고 들었어요. 그럼 좋아하는 단어나 문장은 뭐예요?
‘묵직한, 울퉁불퉁한, 축축한’ 같은 질감에 관련된 단어와 음식 관련된 형용사를 좋아해요. ‘바삭바삭, 보글보글, 노릇노릇’ 같은 거요.

잘 어울리는 어감이에요. 슈즈 마니아들 얘기 들어보면 슈즈를 먼저 고르고 입을 옷을 고르는 스타일도 많더라고요. 홍미 씨는 어때요?
그렇진 않아요. 슈즈는 스타일의 일부잖아요. 패션을 바탕으로 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대신 옷보다 슈즈 고르는 시간이 훨씬 길어요. 나갔다가도 마음에 안 들면 다시 들어오고요.

그럼 후회하지 않는 슈즈 선택법이나 슈즈를 잘 고르는 비법이 있나요?
후회하지 않을 것을 생각하면서 고르진 않아요. 운동화가 아닌 이상 발이 편하려고 신는 것이 아니니까요. 마음에 들면 일단 선택해요. 많이 신어보면 자신만의 룰이 생길 거예요.

지금 이렇게 앉아서 보니까 여성스러운 플랫슈즈 신은 여자들이 정말 많은데 그건 어떻게 생각해요?
음… 제가 좋아하는 스타일하고는 정말 다른 것 같아요. 특히 저 여자분은 위에 블라우스와 플리츠스커트, 슈즈의 톤이라도 맞췄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네요.

스티브J & 요니P와 2011 F/W 컬렉션에서 협업했죠? 어땠어요?
네, 벌써 두 번째였어요. 두 실장님과 잘 맞아요. 제 슈즈가 룩을 더욱 완성도 있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뿌듯했어요. 시간이 좀 더 많았다면 더 잘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은 있어요.

요즘은 뭐에 빠져 있어요?
이런 거 말해도 되나요? <무한도전>요. 유쾌한 에너지를 많이 얻어요. 키득키득. 아, 저기 강아지 지나가요. 아이고 귀여워라.

어! 나도 <무한도전> 팬이에요. 게다가 강아지도 너무 좋아해요. 강아지 키워요?
네, 저 마르티스요. 동물 좋아하는 사람들끼리 얘기 나오면 또 끝없잖아요.

맞아요. 홍미 씨 눈빛에서도 느껴지듯이 사랑스럽고 부드러워요. 어딘가 여성스럽기도 하고. 레이크 넨은 어떤 사람들이 신었으면 좋겠어요? 어떤 브랜드가 되고 싶나요?
사실 다른 인터뷰 때 하이패션 브랜드로 키우고 싶다고 했는데, 그게 좀 막연하잖아요. 제가 생각하는 진정한 하이패션 브랜드는 컨템퍼러리한 감성이 담긴 브랜드예요. 아크네나 알렉산더 왕 같은. 그런 브랜드가 되었으면 해요. 더불어 신발 좋아하는 사람들이 하나씩은 소장하는, 컬렉팅하는 브랜드. 서울을 기반으로 하는 컨템퍼러리 클래식을 대표하는 슈즈가 되는 것이 목표이자 콘셉트예요!

에디터|김한슬

황혜정&전진열

진솔하고 따뜻한 옷 MANUELLE ET GUILLAUME

디자인을 하는 황혜정과 패턴을 맡고 있는 전진열, 부부가 만드는 브랜드인 마누엘 에 기욤은 2011 F/W 서울 컬렉션으로 이름을 알렸다. 신진 디자이너 브랜드지만 6년 전인 2006년 브랜드 론칭 이후, 해외 박람회에 참가하며 노하우를 쌓은 노련한 팀이다.

 

마누엘 에 기욤을 처음 접하는 더블유 독자들에게 인사를 해달라. 마누엘 에 기욤은 어떤 브랜드인가?
황혜정 마누엘 에 기욤은 자신의 주관과 취향이 뚜렷한 여자들을 위한 옷을 만드는 브랜드다. 사실 이렇게 정의(?) 내리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렸다. 고객이 브랜드의 거울이라고 우리를 좋아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깨달은 것들이다. 독립적이고, 강한 인상이지만 부드러움을 겸비한 여자들이 우리 옷을 좋아한다.

2011 F/W가 첫 컬렉션이지만 브랜드를 론칭한 지는 꽤 되었다. 그간의 시간이 궁금하다.
전진열 2002년, 디자인과 패턴을 공부하던 파리 유학 시절에 만났다. 선후배 관계였는데 여행을 엄청 많이 다녔다. 그러다 함께 브랜드를 만들자는 계획을 세우게 되었고 부부가 되었다. 한국으로 돌아와 브랜드를 론칭한 뒤, 후즈 넥스트 등의 국제적인 박람회에 참가했고, 그 뒤 매장을 오픈했다.

디자인을 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가?
황혜정 옷을 입은 사람들이 가지게 될 마음가짐이다. 옷을 입는 ‘사람’이 미소 지을 수 있을지를 고민한다. 이런 점에서 전진열의 존재가 매우 중요하다. 내가 상상하는 것들을 현실과 조화를 이루도록 해주니까. 소중한 존재다(웃음).

이번 2011 F/W 컬렉션의 테마와 영감은 무엇이었나?
황혜정 ‘노스탤지어 시크’였다. 컬렉션을 준비하기 전, 무라카미 하루키의 <상실의 시대>를 다시 읽었다. 어릴 적 읽었을 때와는 또 다른 상실감이 느껴졌다. 그런 마음들을 위로하고 싶었다.

개인적인 취향도 궁금하다. 좋아하는 디자이너, 아티스트는 누구인가?
황혜정 임선옥을 존경한다. 옷에 대한 성실한 열정을 배웠다. 평생 디자이너로 살아가야겠다는 결심도 했다. 또, 이브 생 로랑과 그의 애견 무지크도 좋아한다.

마누엘 에 기욤이 계획하고 있는 이벤트나 작업이 있다면 알려달라.
전진열 최근 두 개의 흥미로운 작업을 했다. LG에서 전개하고 있는 오가닉 화장품 Belif의 유니폼 작업, 개인 웨딩드레스 작업이다. 빌리프의 경우 브랜드와 감성이 잘 맞는다며 의뢰가 들어왔고 우리의 디자인을 믿고 따라와주었다. 서로 존중하는 데에서 더욱 좋은 시너지 효과를 낸 것 같아 만족스럽다. 웨딩 드레스는 자신의 딸이 결혼을 하는데 기성품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연락을 해온 고객 덕분에 하게 되었다. 드레스는 물론 결혼 전후, 온 가족의 의상 전체를 맡았는데 웨딩 룩만이 가진 독특한 매력이 느껴졌다. 따로 레이블을 만들까 생각하고 있다.

마누엘 에 기욤을 입은 사람들이 어떤 것을 느끼길 원하는가, 언제가 가장 행복한가?
전진열 옷을 입은 사람의 표정이 행복했으면 좋겠다. 우리의 옷을 입고 거울을 바라보면서 환하게 웃는 모습을 보는 순간이 가장 좋다.
황혜정 평범한 옷, 튀지 않는 옷만 입던 사람이 우리의 제안을 통해서 변화하는 모습을 볼 때다. 그 과정 속에서 기쁨과 자기애를 더하게 되니까. 이는 또한 내가 디자인을 즐겁게 할 수 있는 강력한 원동력이 된다.

에디터 | 김한슬

이보람 & 김민수

가방을 탐하다 202FACTORY & BYBYO

신진 백 디자이너 김민수와 이보람이 스스로 인터뷰이이자, 인터뷰어가 되었다. 이른바 디자이너의 디자이너에 의한 인터뷰.

 

김민수 시작해볼까요? 제가 먼저 물을게요. 202팩토리는 무슨 뜻이에요?
이보람 제 이름을 코드화했다고 생각하면 돼요. 그리고 앤디 워홀을 좋아하는데 앤디 워홀의 팩토리처럼 이보람만의 팩토리를 만들고 싶어서 202factory라는 이름을 짓게 되었어요. 상업적이지만 곧 예술적인 제품을 만드는 이보람의 공장이죠.

김민수 저는 보람 씨 제품을 보면서 가우디의 건축물을 떠올렸어요.
이보람 제가 독특하고 구조적인 걸 좋아하는 편이에요. 근데 바이뵤라는 이름도 독특한데 무슨 뜻이죠?
김민수 간단해요. By Byo, 즉 뵤에 의한. 제 별명이 ‘뵤’거든요. 혹자는 비와이비와이오라고도 하고 삼촌은 ‘비벼’라고도 하는데 어떻게 불러도 상관없어요.

이보람 바이뵤를 하기 전에는 어떤 일을 하셨어요?
김민수 원래는 한섬에서 액세서리 디자이너로 일했어요. 유학을 가려고 퇴사하고 포트폴리오 준비를 하면서 만든 가방을 블로그에 올렸는데 반응이 좋았어요. 그러다 판매까지 이어졌고, 홍석우 씨가 운영하는 패션 커뮤니티, 웨스트우드맨에 사진을 올렸는데 에이랜드에서 입점 제의를 했죠. 그러면 보람 씨는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어요?
이보람 처음엔 일러스트를 알리려고 시작한 거였어요. 또 평소 내가 갖고 싶은 디자인을 시중에서 찾기 어려워서 직접 만들다보니 그게 제품화되었고 입점시키려고 발로 뛰며 각 매장을 찾아다녔죠.

김민수 아, 그렇군요. 일모스트리트에서는 봤는데 또 어디서 판매하나요?
이보람 에이랜드 코엑스, 신사, 명동점. 홍대의 피플 오브 테이스트, 압구정동의 보이 플러스 등이에요.

김민수 보이 플러스는 완사입이죠?
이보람 네 심지어. 또 디스플레이도 매우 잘하더라구요. 바이뵤는 어디에 입점되어 있어요?
김민수 에이랜드 각 지점과 부산의 매료라는 편집숍, 위즈위드, 일모 스트리트, 일본의 셀렉트숍, 유나이티드 애로우에 입점되어 있어요.

이보람 다른 아이템을 디자인할 생각도 있나요?
김민수 아직은 가방에 집중하고 있는데 여유가 되면 파우치, 지갑, 벨트 등 가죽으로 된 아이템 위주로 디자인하고 싶어요. 그보다는 최근 컬래버레이션을 하고 있는데 재미있어요. 얼마 전엔 푸시버튼의 2011 F/W 컬렉션에 참여했고, 요즘은 위즈위드, W컨셉트와 함께 작업하고 있어요. 그러고 보니 보람 씨는 가방 외에 다양한 아이템을 디자인하고 있죠?
이보람 네 가방, 헤어밴드, 팔찌, 베스트 등을 다루죠. 원래 가방에 중점을 둘 생각은 없었는데 가방이 가장 잘 팔리다 보니 자연스럽게 그렇게 되었어요. 그런데 바이뵤는 매우 클래식한 스타일이잖아요. 변화를 시도할 생각도 있나요?
김민수 내키면 지금보다는 보다 대담하고 색다른 제품을 디자인 할 수도 있겠죠. 하지만 전 심심한 느낌을 좋아해요. 이건 달라지지 않을 거예요. 고전적이고 평범한 게 가장 특별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거든요.

이보람 저는 요즘은 클래식이 너무 많아서 오히려 독특한 걸 추구하거든요. 그런데 민수 씨는 멘토로 삼는 디자이너가 브랜드가 있나요?
김민수 미즈모(Mismo)나 필슨(Filson)처럼 우직한 이미지의 미국 가방 브랜드를 좋아해요. 어디서나 볼 수 있을 것 같은 가방인데 사실은 어디에도 없는 디자인이죠. 보람 씨는요?
이보람 저는 마르지엘라 골수 팬이에요.
김민수 저도 좋아해요. 언뜻 전위적이지만 다분히 클래식하고 지적이에요.

이보람 혹시 해외 시장도 염두에 두고 있나요?
김민수 아직 제품 종류도 적고 완벽하게 검증이 되지 않았지만 적당한 시기가 되면 독일에서 열리는 BBB(브레드&버터 베를린) 박람회에 참여하고 싶어요. 이럴 땐 국가나 시 차원에서 사무실 같은 공간이 아니라 재정적인 지원을 해주면 좋을 것 같아요.
이보람 공감해요. 예산이 부족하니까 디자인, 생산, 마케팅, 영업, 배송, 패키징까지 신경 써야 해요. 어시스턴트 한 명의 도움만으로는 벅찰 때가 많아요. 하지만 점차 나아지겠죠?
김민수 노력해야죠. 나아질 거라고 믿어요. 함께 이런 얘기를 나누니까 좋네요. 만나서 반가웠어요.
이보람 저도 마찬가지예요. 또 뵐게요.

에디터 | 송선민

안태옥

배신하지 않는 옷 SPECTATOR

이탈리아의 마랑고니를 졸업하고 준코 코시노와 이탈리아의 안토니오 베라르디에서 일한 경력이 있으며 2010년 7월 스펙테이터를 론칭했다. 들여다볼수록 숨박꼭질하듯 숨은 재미를 발견하게 되는 스펙테이터의 디자이너 안태옥을 만났다.

 

스펙테이터(Spectator)는 어떤 콘셉트를 지닌 브랜드인가?
스펙테이터는 좋은 소재, 정성을 들인 바느질, 최고급 부자재를 사용해 질리지 않고 오래 입을 수 있는 옷을 추구하는 브랜드다. 그러다보니 베이식과 클래식에 접근하게 되더라. 내 사이트(www.anteok.com)에는 1부터 6까지의 챕터가 있는데 이는 앞으로 내가 보여줄 6개의 작은 브랜드를 의미하며 스펙테이터는 그들의 베이스가 되어 줄 브랜드다. 나는 영화를 매우 좋아하는데 작은 에피소드들이 연결되어서 거대한 스토리가 탄생하는 영화의 형식을 빌려 패션을 선보이고 싶었다.

흥미로운 형식이다. 앞으로 등장할 다른 챕터들이 벌써부터 궁금하다. 6개의 챕터를 모두 만나려면 얼마나 기다려야 하나?
처음엔 20년 정도에 걸쳐 만들려고 생각했으나 그보다는 빨라야 할 것 같다(웃음). 얼마나 오래 걸릴지는 모르겠지만 2012년 봄에 챕터 3를 선보일 예정이다. 참고로 챕터가 번호 순서대로 나오는 것은 아니다.

스펙테이터라는 재미있는 이름은 어떤 의미인가?
스펙테이터는 보는 사람, 관객이라는 뜻이다. 많은 디자이너들이 디자인을 하다 보면 자기 세계에 빠져 객관적으로 자신을 보지 못하는 것 같다. 그래서 늘 자기 세계에 빠지지 않도록 긴장하자는 의미에서 지은 것이다.

스펙테이터의 옷은 볼 수록 재미있는 디테일을 발견할 수 있다. 어떤 것에서 영감을 받나?
군복과 빈티지 의상들. 그리고 회사 생활을 오래하고 브랜드를 론칭한 것이기 때문에 옷을 수없이 많이 해체하며 패턴을 연구할 수 있었다. 옷의 근본을 연구하는 데서 새로운 디자인이 나오는 것 같다.

왜 남성복인가?
소비자와 소통할 수 없는 옷은 옷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소통이 되지 않는다면 그것은 파인 아트다. 그런 의미에서 여성복은 나 스스로 소비자가 되어 입어볼 수 없다는 점이 힘들다.

스펙테이터가 쇼를 하게 된다면 어떤 형식이 될까?
현재로선 많은 디테일과 기능이 숨겨진 것이 매력이기도 한 스펙테이터는 가까이서 볼 수 있는 프레젠테이션 형식이 더 적절한 듯하다. 쇼를 한다해도 후세인 샬라얀의 연극 무대처럼 느낌을 전달하기보단 옷을 설명하는 형식의 쇼를 하고 싶다.

어떤 사람들이 스펙테이터를 입었으면 좋겠나?
거창한것 보다는 그저 내 옷을 예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입었으면 한다. 현대 사회는 패션을 구하기 어려운 시대도 아니고 선택의 폭도 무척 넓다. 옷을 고르고 선택하는 것이 우표를 수집하는 것처럼 어렵지 않고 즐거운 일이 되었으면 한다. 옷을 사는 것이 취미처럼 되었으면 좋겠다.

패션 디자이너란 꿈을 갖게 된 첫 순간을 기억하나?
중학교 1학년 때 저버, 게스, 캘빈 클라인, 보이 런던 등 데님 브랜드들이 크게 유행했는데 엄마는 2만원이 넘는 청바지는 절대로 사주지 않았다. 나는 그 옷들이 미치도록 갖고 싶어서 교과서에 그 브랜드들의 예쁜 로고들을 그릴 정도였다. 그때 나는 소유하고 싶어 미치도록 만드는 패션의 힘이 대단하게 느껴졌고 그것이 계기가 되었던 것 같다.

서울에서 디자인을 하는 것은 어떤가?
모든 사람들이 열정적인 것은 장점이다. 또 주말에도 쉬지 않고 일하니 언제나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다는 장점 아닌 장점도 있다. 단점이라면 옷을 만드는 방식에 있어 천천히 잘 만들고 싶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은 효율적이지 못한 것, 해보지 않은 것은 기피한다는 것. 그렇기 때문에 메이드 인 이태리 같은 퀄러티의 옷은 탄생하기 힘든 것이다. 또 패션 디자이너가 인정받지 못하는 사회 분위기도 문제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서울 남자들의 룩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패션이 학교의 한 과목으로 존재하면 좋을 거 같다. 남자들도 패션을 편하게, 자유롭게, 쉽게 생각했으면 좋겠다. 특히 ‘이렇게 입어도 괜찮을까요’라고 네이버에게 물어보는 일은 정말 안 했으면 좋겠다. 브랜드에서 일했을 때 좋지 않은 기억 중 하나는 디자이너가 소비자를 무시하면서 옷을 만든다는 점이었다. 한 단계 수준을 낮춰야 잘 팔린다고. 그 얘기도 틀리지만은 않다. 그러나 나는 내가 생각할 때 최고로 아름다우면 소비자도 좋아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마인드의 차이다.

닮고 싶은 디자이너가 있나?
소비자와 소통하는 방법에 있어서 한상혁, 정구호, 강진영과 윤한희를 좋아한다. 그들은 국내에서도, 글로벌한 디자이너가 되기에도 적절한 방법을 취한 것 같다. 또 헬무트 랭과 마르지엘라도 좋아한다.

사람들이 스펙테이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기를 바라나?
‘옛날에 샀는데 참 잘 샀구나’라고 생각했으면 좋겠다. 시간이 많이 지나도 배신당한 기분을 느끼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에디터 | 김석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