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에 직접 가보기 전에는 알 수 없는 것들. 현재 미국과 유럽, 그리고 아시아에서 가장 많은 예약 전화를 받고 있는 새로운 호텔들의 목록을 작성했다. 그 가치를 제대로 누리려면 과연 언제 방문해야 할까? 그리고 어떤 객실을 선택해야 할까?

1 SPAIN 캡 로캣 마요르카
캡 로캣의 요새가 세워진 건 지금으로부터 100년도 더 전인, 스페인-미국 간 전쟁 기간이었다. 1996년까지 군사기지로 사용되었으나 인테리어 디자이너인 안토니오 오브라도르가 2000년에 구입해 호텔로 개조했다. 오브라도르는 마요르카의 그랑담과 라 레지던시아, 그리고 바르셀로나의 마제스틱 호텔을 디자인한 인물이다. 그는 절제된 럭셔리를 추구하는 편이지만, 이 굳건한 사암벽의 로맨틱한 은신처는 판타지적인 요소를 꽤 지니고 있다. 일례로 높은 벽 사이로 나있는 통로를 걷다보면 절벽 아래의 아늑하고 조용한 풍경에 닿게 된다. 바로 프라이빗 디너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이다. 22개의 스위트룸은 한때 대포고로 쓰인 곳에 자리 잡았다. 아침 식사는 언제든 원하는 때에 피크닉 바구니에 담겨 방으로 배달된다. 내부의 스타일은 다소 절충적이다. 마요르카의 골동품, 인도풍 장식품, 모로코풍 러그가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다. 우아한 라운지는 쌀쌀한 봄밤을 위한 벽난로를 갖추고 있고, 거대한 파인-다이닝 레스토랑은 유기농 요리를 제공한다. 한편 흰색으로 꾸민 풀장과 호텔 전용 해변의 클럽에선 좀 더 떠들썩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2010년 6월 오픈 당시 바비큐 파티를 즐긴 최초 고객들 가운데는 마이클 더글러스와 캐서린 제타 존스 부부도 포함되어 있었다.
WHEN TO GO 봄에는 눈부시게 아름다운 파란 하늘을 볼 수 있고 관광객도 적은 편이다. 하지만 수영을 하고 싶다면 아무래도 7월에서 9월 사이가 좋다.
ROOM TO BOOK 테라스에 프라이빗 풀을 갖춘 스위트 델 카보. 가장 넓은 객실이다(스위트 기준 450유로부터). www.caprocat.com

2 FRANCE 뮤즈 라마튜엘
팜페론과 생트로페에서 차로 10분 정도를 달리면 포도밭 사이에 있는 뮤즈에 닿게 된다. 15개의 스위트룸을 가진 이 부티크 호텔은 화려함을 추구하는 젊은 커플들, 그리고 모래사장보다 프라이빗 풀에서의 태닝을 선호하는 사업가들을 만족시킬 만하다(게다가 좀 적적해진다 싶으면 빈티지 벤틀리셔틀을 타고 해변으로 향하면 된다). 풀에는 선크림이 담긴 쟁반을 든 ‘선 버틀러(Sun Butler)’가 상시 대기 중이며, 알렉시스 마빌이 디자인한 쿠튀르 유니폼을 입은 기타 스태프들도 다양하고 극진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하지만 유명 예술가들의 뮤즈에게서 이름을 빌려온 안락한 객실이야말로 이 호텔의 진수를 경험하게 한다. 크림색 목재와 돌로 지어진 별채 일부는 부대 하나가 들어가고도 남을 널찍한 샤워 시설을 갖추고 있다. 아트북과 미니 와인 셀러가 비치된 거실은 느긋한 저녁 시간을 보내기에 좋다. 자전거로 주변을 달리면 테라스 레스토랑에서의 식사가 더욱 즐거워질 것이다.
WHEN TO GO 파티 인파가 몰려들기 전인 6월, 그리고 한적한 해변에서의 인디언 서머를 양껏 즐길 수 있는 9월이 좋다.
ROOM TO BOOK 듀플렉스 스위트인 ‘로미’나 ‘그레이스’. 프라이빗 가든과 풀, 그리고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테라스를 이용할 수 있다(스위트 기준 350유로부터). www.muse-hotels.com

3 USA 더 제임스 뉴욕
더 제임스는 전형에서 유쾌하게 빗겨가는 호텔이다. 일단 브로드웨이와 소호에 인접한 위치를 택한 것부터가 염두에 둔 고객층을 짐작하게 한다. 콘크리트와 유리로 마감한 외관이 서늘해 보인다면, 목재를 주로 사용한 내부는 따뜻한 느낌이 강하다. ‘도시의 정원’을 인테리어 콘셉트로 삼았다는 게 호텔 측의 설명. 2층의 스카이 로비는 리셉션 및 비즈니스 센터로 쓰이는 공간이다. 커피와 페이스트리, 물과 과일, 와인과 치즈 등 간단한 음식이 무료로 제공된다. 지난 2월 문을 연 데이비드 버크 키친에서는 미국 시골풍의 푸짐한 요리를 즐길 수 있다. 최상층의 칵테일 바는 고급스럽고 대담하며 다소 비싼 편이다. 하지만 바와 연결된 루프 테라스 나 플런지 풀에서 맨해튼의 야경을 내려다보는 경험은 놓치기 아깝다. 객실에 대한 설명도 빠뜨릴 수 없다. 바닥은 재활용 목재로 꾸몄으며, 표백하지 않은 면 침구를 비치해두었다. 불필요한 장식 없이 밝고 쾌적하다.
WHEN TO GO 야외 공간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봄이나 여름.
ROOM TO BOOK 코너의 객실에 묵으면 넓은 시야의 전망이 확보된다(더블룸 기준 399달러부터). www.jameshotels.com

4 ITALY 그랜드 호텔 빌라 코라 플로렌스 플로렌스 남쪽, 미켈란젤로 광장 주변의 저택들 중 가장 인상적인 곳을 꼽으라면 단연 빌라 코라다. 1868년에 지어진 이 건물은 1960년부터 호텔로 사용되었으며 최근 대대적인 수리를 거쳐 세련된 모습으로 재개장했다. 인테리어는 19세기 후반을 떠올리게 할 만큼 장식적이다. 거대한 샹들리에가 설치된 연회장에서 애프터눈 티를 마시는 건 특별한 경험이다. 46개의 객실 중에서는 피아노 노빌레(르네상스 건축물에서 주요 층을 일컫는 용어)에 위치한 것들이 웅장하다. 삐걱거리는 마루 바닥, 조각이 새겨진 마호가니 문, 프레스코화 천장 등이 시간을 수세기 전으로 되돌려놓는 느낌이다. 이게 과하다는 생각이 든다면 다른 층으로 향하면 된다. 2층의 부두아르(내실)는 장미를 모티프로 꾸며졌으며, 3층의 객실들은 전망이 탁월하다. 한편 레스토랑 파샤는 독특한 토스카나 요리를 맛볼 수 있는 곳이다. 온수 풀이 있는 포멀 가든 안에서도 레스토랑과 바가 운영 중이라 편리하다.
WHEN TO GO 무덥고 습한 7월과 8월만 피할 것.
ROOM TO BOOK 웅장하기로는 1층의 임페리얼 스위트가 최고다. 전망은 3층의 코너 방들이 빼어나지만, 신혼 부부들에게는 호젓한 분위기의 루프톱 객실을 추천한다. 특히 401호에 묵으면 전용 엘리베이터를 이용할 수 있다(더블룸 기준 250유로부터). www.villacora.it

5 AUSTRALIA 사파이어 프레이시넷 타즈매니아
사파이어 프레이시넷이 위치한 수목이 우거진 고원 지대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캠핑촌이었다. 이 호텔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가 전망인 만큼, 아마도 세계에서 가장 매혹적인 주거용 트레일러 주차장이었을 것이다. 오두막 같은 20여 개의 스위트에서 창을 열면 그레이트 오이스터 베이와 그 너머 다섯 개의 핑크빛 산봉우리가 한눈에 들어온다. 시간과 빛에 따라 조금씩 색이 변하는 산을 바라보다 보면 세상으로부터 아득하게 멀어지는 기분이다. 물론 캠핑용 밴에서 바라봐도 충분히 아름다운 광경이겠지만 사파이어 프레이시넷의 호화롭고 안락한 환경은 좀처럼 떨치기 힘든 유혹이다. 부엌이 갖춰져 있는 객실에서는 간단한 조리도 가능하다. 그러나 이곳의 훌륭한 레스토랑을 경험하는 것 역시 결코 나쁜 선택은 아니다.
WHEN TO GO 환상적인 태즈매니아의 야외 풍광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봄이나 여름.
ROOM TO BOOK 네 개의 프리미엄 스위트가 모두 훌륭하다(스위트 기준 1,250오스트레일리아 달러부터. 세 끼 식사와 스파 등이 포함된 가격이다). www.saffire-freycinet.com.au

6 SINGAPORE 마리나베이 샌즈 싱가포르
55층 높이의 타워 셋, 그리고 그 지붕들 위에 얹힌 길이 340미터의 보트 모양 공중 공원으로 구성된 마리나베이 샌즈는 여러모로 압도적이다. 건물 옥상의 인피티니 풀은 길이가 약 150미터이고 공중 공원을 장식한 조경용 수목은 무려 900여 종에 달한다. 1만 명 이상의 직원이 2,561개 객실의 고객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블록버스터 호텔이라고 할까. 마리오 바탈리, 다니엘 뵐로드, 볼프강 퍽 등 스타 셰프의 레스토랑도 모두 이 안에 자리를 잡았다. 냉정히 말해, 건축가 모쉐 사프디의 디자인은 모두의 취향을 만족시키기엔 지나치게 거창한 편이다. 그래도 이처럼 어마어마한 프로젝트에는 사람들을 흥분시키는 무언가가 있는 법이다. 에스플라나드 극장과 루이 비통 플래그십 스토어, 나이트클럽 판게아까지, 여행자가 떠올릴 수 있는 모든 편의시설 역시 건물 주변에 순차적으로 들어설 예정이다. 떠들썩한 파티부터 느긋한 휴가까지, 마리나베이 샌즈에서는 뭐든 가능하다.
WHEN TO GO 특별히 피하거나 고집해야 할 시기는 없다. 다만 4월과 9월에는 습도가 높은 편이다.
ROOM TO BOOK14개의 더블-애스펙트 스트레이츠 스위트(Double-aspect Straits Suites). 그랜드 피아노와 헤어 살롱, 체육관, 노래방까지 갖춘 곳이다(더블룸 기준 467싱가포르 달러부터). www.marinabaysands.com

7 CHINA 더 워터하우스 상하이
작년 7월에 문을 연 더 워터하우스(The Water-house at South Bund)는 19개의 객실을 갖춘 독특한 부티크 호텔이다. 본래는 1930년대 항만 창고로 사용된 공간이지만 싱가포르 출신 호텔리어 로 릭 펭에 의해 새로운 용도를 얻게 됐다. 아르네 야콥센, 핀 율, 한스 웨그너 등의 빈티지 디자이너 가구가 공간 곳곳에 고급스러운 느낌을 더한다. 공용 공간에서는 객실을, 객실에서는 공용 공간을 각각 내다볼 수 있게 한 병렬식 구조에서는 건축가의 독창적인 아이디어가 읽힌다. 이러한 뜻밖의 재치, 그리고 넉넉하게 제공되는 하이테크 제품은 고풍스러운 건물과 흥미로운 대조를 이룬다. 런던 출신 셰프인 스코트 멜빈의 지휘 아래 현대적인 유러피언 퀴진을 제공하는 레스토랑 테이블 No.1도 좋은 평가를 받을 만하다. 하지만 더 워터하우스의 진가를 경험할 수 있는 곳은 바로 상하이 전경이 파노라마처럼 내려다보이는 루프톱 바의 테라스다. 이외에 라운지, 도서관, 체육관 등도 반드시 이용해볼 것을 권한다.
WHEN TO GO 봄과 가을에 방문하는 게 여러모로 편리하다.
ROOM TO BOOK 두 개의 리버 스위트가 가장 뛰어난 전망을 자랑한다(더블룸 기준 1600위안부터).

8 FRANCE 샹그릴라 호텔 파리
파리 샹그릴라 호텔은 샤이요 언덕 위에 자리 잡고 있다. 센 강 너머의 에펠 타워, 그리고 샤크레쾨르 대성당이 창 밖으로 어렴풋이 내려다보이는 위치다. 이 인상적인 건물은 탐험가, 식물학자, 민족학자이자 나폴레옹의 종손인 롤랑 보나파르트를 위해 1896년에 지어졌으며 그동안 관청 및 공동주택으로 쓰이다가 최근 들어 호사스러운 휴식 공간으로 재탄생했다. 몰딩과 벽화, 모자이크, 금박 등으로 장식된 높은 천장의 라운지는 그야말로 웅장하다. 대리석을 깐 복도, 샹들리에, 1층의 살롱과 바는 엠파이어 스타일을 따랐다. 과거 롤랑 보나파르트의 방이었던 공간을 개조한 임페리얼 스위트에서는 고풍스러운 욕실이 특히 눈길을 끈다. 샹그릴라 파리는 홍콩 그룹의 유럽 내 첫 번째 호텔이기도 하다. 호화로운 글라스 돔 아래 위치한 브라세리 라 보히니아는 프렌치 요리와 아시아 요리를 모두 맛볼 수 있는 곳. 조만간 스파와 수영장, 두 곳의 레스토랑(각각 프렌치 퀴진과 정통 광동식 요리를 제공할 라베이와 샹팰리스)을 개장할 예정이다. 이외에 라운지, 도서관, 체육관 등도 반드시 이용해볼 것을 권한다.
WHEN TO GO 봄 혹은 여름. 테라스를 최대한 활용하려면 이때가 좋다.
ROOM TO BOOK 에펠 스위트나 에펠 듀플렉스. 제대로 된 호사를 경험하게 해줄 객실이다(더블룸 기준 750유로부터). www.shangri-la.com

9 ITALY 메트로폴 타오르미나 시칠리아
1971년 영업 중단 전까지 메트로폴은 타오르미나 지역에서 가장 유명한 고급 숙박시설 중 하나였다. 상속 분쟁으로 인해 40년 가까이 닫혀 있었던 메트로폴이 얼마 전부터 다시금 투숙객들을 맞게 됐다. 가구 브랜드 폴트로나 프라우와 함께 인테리어 디자인을 선보인 바 있는 팔레르모 형제가 이 유서 깊은 건물의 새 소유주가 되어 사업을 재개한 덕분이다. 전면이 유리로 된 로비는 1940년대 풍으로 화려하다. 23개의 객실은 카라라 대리석, 크림색의 커튼과 시트 등으로 우아하면서도 안락하게 꾸며졌다. 풀은 작은 편이지만 운치가 있고, 라바스톤 마사지용 침대와 수중 마사지용 대형 풀을 갖춘 스파 역시 높은 점수를 줄 만하다. 예스러운 전원주택보다는 정중한 서비스의 세련된 휴식 공간에 가깝다고 하겠다. 미슐랭 스타 셰프인 안드레아 쟁걸의 레스토랑은 엄격한 식도락가들까지도 인정할 정도.
WHEN TO GO 타오르미나에서는 여름이 특히 길다. 10월 말은 뜨거운 계절의 끝을 만끽하기에 좋은 시기다.
ROOM TO BOOK 발 아래의 해안, 연기를 내뿜는 에트나 산 정상의 풍경은 이 호텔을 선택해야 할 중요한 이유다. 다른 건물들로부터 시야를 방해받지 않고 완벽한 전망을 즐기고 싶다면 바다를 마주한 5층 방 중 하나를 선택할 것. 객실 번호는 15번부터 20번까지다(더블룸 기준 297유로부터). www.hotelmetropoletaormina.i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