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녀린 목선과 찢어질 듯 창백한 피부, 느슨하게 묶어 올린 머리카락. 발레리나를 향한 여자들의 은밀하고도 오랜 로망이 드디어 이번 시즌 호수 위로 떠올랐다.

FACE : 순결하고 창백한 피부

차이콥스키 바이올린 협주곡을 틀어놓고 잠깐 눈을 감아본다. 이곳은 프랑스 국립 극장. 러시아에서 건너온 어린 소녀들이 발끝을 세우고 한창 연습 중이다. 속이 비칠 정도로 창백한 피부, 빳빳하게 세워진 튀튀, 우아하고 여린 목선과 머리 모양, 공기 속을 유영하는 하얀 가루들. 마치 드가의 그림 한 폭을 옮겨놓은 듯한 장면들. 여자라면 누구나 한 번은 상상해봤을 법한 그런 모습이다. 2011 S/S 백스테이지에는 유독 발레리나의 출연이 잦았다. 영화 <블랙 스완> 속 나탈리 포트먼을 상상하면 이해가 쉬울지도 모르겠다. 나탈리가 그랬듯, 발레리나로 변신한 모델들 또한 메이크업에 있어서 가장 중점을 둔 것은 창백하고 순결한 피부톤이다. 피부톤은 최대한 창백하고 결점 없이, 어떠한 윤기나 광택도 자제해서 연출한다. 알고 있겠지만, 창백한 피부톤은 자칫 피부가 건조해 보이고, 최악의 경우 늙어 보일 수 있는 위험한 설정. 메이크업 전 수분을 충분히 공급해주는 것은 필수다. 색조 메이크업은 최대한 자제하지만 오프 화이트 섀도나 페일한 핑크 립스틱, 블랙 마스카라 정도면 우아하게 유영하는 백조의 모습을 재현하는 데 도움이 될 수도 있겠다. 두리와 할스톤, 지암바티스타 발리 정도가 대표적.

HAIR : 서정적인 시뇽 헤어

창백한 피부톤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발레리나 룩을 완성시키는 것은 헤어 스타일링이다. 시뇽 헤어나 브레이드 헤어가 가장 많이 보이는데, 포인트는 마치 손가락으로 빗어 넘긴 듯 조금은 엉클어져 있고 거칠어 보인다는 것. 헤어 스타일리스트 유진 슐레이만도 동의했다. “쉽게 설명해 ‘Romance meets Raw’라고 해야할까요? 머리 아래쪽 부분에서 롤을 말아 고정시키는데 마치 모발로 루프를 만든 것 같죠. 완성되지 않은 것 같지만 거기에서도 얼마든지 아름다움을 찾아낼 수 있어요.” 전형적인 발레리나 룩을 그대로 재연해 화제가 된 백스테이지는 에르뎀이었다. “러시안 발레단에서 영감을 받았죠. 무대 위에서 방금 내려온 듯한 발레리나의 머리처럼, 몇 가닥이 엉클어져 있어요. 그래서 더 예쁘고 아름다운 헤어죠.” 조금씩 흐트러지긴 했지만 여전히 여성스럽고 섬세해보인다. 이보다는 조금 더 정돈된 스타일링을 원한다면 주저 없이 니나리치와 루카루카를 추천한다. “매우 여성스럽고 또 섹시한 스타일이에요. 머리 낮은 곳에서 포니테일로 묶은 다음 시뇽 헤어를 만들었죠.” 특히 귀도 팔라우가 맡은 니나리치의 헤어를 주목할 것. 우아함이 무엇인지, 티파니의 다이아몬드 목걸이 없이도, 충분히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