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임의 안과 밖, 장혁의 두 가지 표정.

영화나 드라마 촬영장을 방문할 때면 사람의 눈과 귀가 얼마나 어수룩한지 새삼 깨닫는다. 풍경을 직사각형으로 잘라내기만 해도 마치 그 안에서 벌어지는 사건이 전부인 듯 깜빡 속아서 아낌없이 몰입하게 되니까. 하지만 프레임 밖으로 몇 발자국만 움직이면 배우의 머리 위와 턱 아래에 버티고 있는 마이크와 반사판이 눈에 잡히고, “컷” 혹은 “오케이” 신호와 함께 참았던 숨처럼 터지는 수십 명 스태프들의 대화가 귀에 들어온다. 이곳에서 허구와 현실 간의 거리는 고작 몇 인치 정도로 가깝다. 그리고 배우란 그 경계를 몇 분 간격으로 넘나들어야 하는 직업이다.

장혁을 처음 만난 곳은 이른 오전의 타임스퀘어 건물 안이었다. 경기 전 섀도 복싱으로 근육을 어르는 선수처럼, 잠시 후 카메라 앞에서 소화할 대사를 입속말로 내내 중얼거리는 모습이었다. 방송 중반에 접어들 무렵이면 대부분의 한국 드라마는 촬영 일정이 방영 시기에 따라 잡힐 지경이 된다. <마이더스>도 예외는 아니어서, 배우가 지금 손에 들고 있는 대본은 불과 몇 시간 전의 새벽에야 완성된 모양이었다. 숨이 턱까지 찼을 법도 하지만 장혁은 이미 현장의 리듬이 몸에 익어 큰 어려움은 없다고 이야기했다. 그러곤 성큼 한 발짝을 떼 몇 인치 너머에 있던, 김도현이란 캐릭터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이 친구는 돈을 벌어서 이렇게 성공하겠다, 혹은 어떤 식으로 쓰고 싶다는 생각이 없어요. 혹독한 유년기를 거쳤기 때문에 그냥 막연히 높은 위치에 가보고 싶은 거예요. 사법고시를 1등으로 패스할 정도로 똑똑하지만 한편으로는 안이 텅 비었어요. 그런 인물의 성장과정이 드라마의 내용이 되는 거죠.” 배우가 설명하는 김도현은 그 자신과 전혀 다른 사람 같았다. 장혁에겐 가고 싶은 길도, 닿고 싶은 목표도 명확하기 때문이다. 그에겐 지나칠 정도로 진지하다는 평이 곧잘 붙는다. 그건 짐짓 꾸민 태도가 아니라 무언가에 열중한 사람이 어쩔 수 없이 띠게 되는 표정 같아 보인다. “평소의 관심사는 일상생활이에요. 그 당시에 접하는 뉴스, 책, 사람 같은 것. 하지만 촬영에 들어가는 순간 모든 신경이 거기 집중돼요. 책이든, 영화든 하고 있는 작품과 관련된 것들을 찾게 되고, 그게 곧 제 관심 분야가 되죠.” 야외 촬영을 마친 뒤, 늦은 저녁 SBS제작센터로 돌아온 장혁과 한 화면 안에 잡힐 수 있을 만큼 가깝게 마주 앉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