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리게, 더 어리게! 적게는 50여 년, 많게는 1백여 년을 훌쩍 넘는 중후한 역사의 브랜드들은 영원히 변치 않는 아름다움을 누리기 위해 다음과 같이 젊음을 유지하는 갖가지 방법을 동원하곤 한다. 이른바 ‘패션 보톡스’의 효능은 이토록 즉각적이고 드라마틱하다.

Age 49-1962년생 YVES SAINT LAURENT
2006년, 뮤즈 백 투입
이브 생 로랑의 새로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스테파노 필라티는 브랜드의 이미지를 단번에 바꾸는 데 있어 액세서리, 특히 가방만 한 것이 없다는 판단을 하게 된다. ‘잇백’ 없이는 브랜드도 없던 시기였다. 그리하여 탄생한 것이 금속 자물쇠가 달린 간결한 모양새지만, 46개의 가죽 조각을 섬세하게 이어 붙여 만드는 ‘뮤즈 백’. 이 백은 출시 첫 해부터 센세이션을 일으키며 셀레브리티의 필수품으로 자리 잡았다. 뮤즈 백의 열기가 다소 식자 곧바로 Y시크 백을 투입하여 제2의 보톡스 효과를 노리고 있는 중.
2007년, ‘매니페스토’ 시작
2007년, 럭셔리 패션 브랜드로서는 최초로 YSL은 자사의 로고가 찍힌 천 가방 안에 브로슈어를 넣어 ‘길거리’에다 배포하기 시작한다. 배포되는 도시와 거리, 시간은 거의 직전까지 비밀에 부치는 게릴라 전법을 구사했다. 스테파노 필라티는 ‘나는 특권층이 패션을 대하는 방식과는 조금 다른 방법으로 대중에게 우리 컬렉션을 소개하고자 한다’고 ‘매니페스토’라고 이름지어진 이 프로모션의 의의를 밝혔다. 젊은이들은 인터넷과 소셜 네트워크를 통해 매니페스토에 대한 정보를 공유했다. 참고로 2011년 매니페스토에 새롭게 추가된 도시는 로스앤젤레스다.
2008년, 컬렉션 필름 제작
스테파노 필라티는 영화적 영상 언어와 음악은 세련된 젊은이들에게는 패션과 늘 함께 가는 존재라는 사실을 일찌감치 깨닫고, 전통적인 런웨이 쇼와 별개로 컬렉션을 소개하는 필름을 2008년 시즌부터 제작하기 시작했다. 가장 최신인 2011 S/S 버전에서는 네덜란드 아티스트 아리 마르코폴로스와 협업하여 타투 아티스트인 마크 마호니에 대한 짧은 다큐멘터리를 만들었다.

Age 90-1921년생 GUCCI
2002년, e-비즈니스 시작
다른 브랜드보다 훨씬 앞선 지난 2002년, 미국에서 인터넷 쇼핑몰을 시작한 구찌는 일찌감치 디지털 영역의 개척 가능성과 이 현상이 젊은 층에 미칠 영향을 알아챈 브랜드다. 작년에는 2011년 S/S 컬렉션을 앞두고 구찌 마니아들에게 가상으로 패션쇼 시팅을 배정하는 e-티켓을 발부해 온라인에서 생생하게 쇼 현장을 관람할 수 있도록 하는 ‘버추얼 게스트’ 마케팅을 펼쳤다. 작년 10월 론칭한 페이스북 어플리케이션 ‘아이 원츄(Eye Wants You)’를 통해 새로운 아이웹 컬렉션을 착용한 모델의 동영상을 사용자들이 나눌 수 있게 한 것 역시 같은 맥락이다.
2010년, 팝업 스토어 순회
2010년 4월부터 구찌는 ‘구찌 아이콘 템포러리’라는 팝업 스니커 스토어를 운영하기 시작한다. 젊은 세대에게 어필하는 스니커라는 아이템의 특성상 뉴욕, 마이애미 등 핫한 패션도시 위주로 스토어를 순회하고 있는데, 세 번째 스토어는 런던 코벤트 가든에 열었으며, 뮤지션 마크 론슨과의 협업을 통해 ‘구찌 론슨’이라는 리미티드 에디션을 선보이기도 했다.
2011년, 피아트 자동차 협업
창립 90주년을 맞아 구찌는 지난 2월, 밀란 컬렉션 기간에 이탈리아의 세계적 자동차 브랜드인 피아트와 협업해 ‘500’ 모델의 구찌 커스터마이즈 카 ‘500 by Gucci’를 공개했다. 피아트의 500은 작고 콤팩트한 디자인으로 젊은 세대에게 인기 높은 차종. 여기에 구찌의 디자인을 더해 스타일리시하고 기능적인 면을 강조하고 있다. 오는 4월 1일부터 온라인을 통해서만 프리 오더가 가능하다.

Age 58-1953년생 MISSONI
1983년, 마르게리타 미소니 탄생
최고의 니트웨어 브랜드로 장인 정신 하나는 높이 살 만했지만 다소 나이 든 느낌이 들던 브랜드 미소니의 전환점은 3세대인 마르게리타가 태어나고, 그녀가 젊은 셀레브리티로 트렌드의 전면에 나서면서부터다. 각종 파티와 행사에 미소니를 스타일리시하게 소화한 그녀의 모습만으로 미소니는 일약 젊은이들에게 인기 있는 브랜드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마르게리타는 지난 2010 S/S 광고 모델로 나섰고, 현재는 미소니의 액세서리 라인을 책임지며 디자인에도 참여하고 있다.
2010년, 젊은 협업 마케팅
니트웨어에서 시작해 인테리어 패브릭, 가구 등 점점 영역을 넓히던 미소니는 젊은 세대에게 인지도 높은 브랜드와의 협업 마케팅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게 된다. 특히 젊은이들의 아이콘인 컨버스 스니커에 스트라이프 니트를 입힌 협업은 가장 성공적으로 평가받으며 세 시즌째 협업을 계속하고 있다. 컨버스 외에도 스파클링 워터 브랜드인 산 펠레그리아노, 토이워치 등과도 협업해 만든 제품은 젊은 컬렉터들 사이에서 대단한 반향을 이끌어냈다.
2011년, ‘가십걸’ 모델 기용
2011 S/S 시즌, 미소니의 광고에 <가십걸>로 유명한 레이튼 미스터가 등장했다. ‘패밀리&프렌드’를 주제로 유르겐 텔러가 촬영한 이 광고에는 오타비오, 로지타, 안젤라, 마르게리타 등 미소니 가문의 3대가 레이튼 미스터와 함께 총출동하여 독특한 비주얼을 연출하고 있다.

Age 155-1856년생 BURBERRY
2009년, 10대 모델 기용
영국 브랜드인 버버리는 스텔라 테넌트, 케이트 모스 등 자국 출신의 모델을 기용하는 일관된 정책을 고수해왔다. 그러다 2009 F/W 시즌, 영국을 대표하는 젊은 셀레브리티, 엠마 왓슨을 광고 모델로 기용하며 젊은 고객들에게 급속도로 다가가는 전환점을 맞이했다. 그녀는 같은 광고에 출연한 남성 모델인 조지 크랙과 연인으로 발전하면서 더욱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켰고, 왓슨의 모델 기용과 더불어 디지털 마케팅의 시너지 효과가 함께 발현되는 효과도 낳았다.
2009년, 스트리트 패션과 조우
버버리는 브랜드 역사에 있어 가장 중요하고, 또한 가장 나이가 많은 유산인 트렌치코트를 신선한 방법으로 고객들에게 어필하고자 했다. 이에 발맞추어 등장한 것이 버버리 트렌치코트를 총망라해놓은 ‘아트 오브 트렌치’ 웹사이트다. 감각적으로 트렌치코트를 입은 전 세계 사람들의 다양한 모습을 공유하는 이 사이트는 사토리얼리스트로 유명한 스콧 슈먼, 사진기자협회인 매그넘 포토스 등 두 번의 협업을 통해 헤리티지 아이템을 재구성한 성공적인 프로젝트로 평가된다.
2010년, 젊은 아티스트 지원
2010년 6월에 론칭한 ‘버버리 어쿠스틱’은 젊은 영국 뮤지션을 발굴해 그들의 음악 활동에 도움을 주기 위해 시작한 프로젝트다. 유튜브와 페이스북을 통해 소개된 버버리 어쿠스틱 뮤지션들은 버버리 쇼, 광고 캠페인 영상의 음악을 맡아 젊은 고객들과 소통하며 잠재적인 고객을 유치하는 데 많은 도움을 주었다.
2011년, 피카딜리 쇼 생중계
패션쇼를 패션 종사자뿐만 아니라 누구든지 원하면 즐길 수 있는 것으로 도약시키기 위해 버버리 프로섬은 작년부터 인터넷을 통해 컬렉션을 생중계하고 있는데, 지난 2월 런던 컬렉션에서는 런던의 명소 피카딜리 서커스의 전광판을 통해 쇼를 생중계했다. 젊은 층이 가장 많이 모이는 런던의 가장 활기찬 장소에서 생중계하는 것은 패션을 알리기 위한 것이라기보다 디지털에 앞장선 혁신적인 브랜드라는 가치를 알리는 데 더 큰 의의를 둔 프로젝트였다.

Age 110-1910년생 CHANEL
1983년, 전설의 백 리뉴얼
금색 체인 줄과 마름모꼴로 퀼팅된 핸드백. 1955년 2월, 코코 샤넬에 의해 탄생한 2.55백은 세기를 넘어 장수하는 액세서리계의 슈퍼스타다. 이 핸드백의 역사적 의의를 알아본 칼 라거펠트는 1983년부터 다양한 재해석 버전을 내놓았고(샤넬에서는 이를 2.55 애니메이션이라 부른다), 이는 젊은 패셔니스타들의 워너비 아이템으로 세기를 넘어 파워를 발휘하고 있다. 특히 2.55백 50주년을 맞아 지난 2005년 발표된 빈티지 에디션은 현대적인 럭셔리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2007년, 셀럽 백 발표
셀레브리티의 파워에 집중하게 된 샤넬은 브랜드의 이미지와 잘 어울리면서 문화적 센세이션을 일으킬 만한 셀레브리티와 함께 특정 디자인의 백을 만들어 발표하기 시작한다. 그 시작은 2007년 파리-비아리츠 백의 뮤즈로 다이앤 크루거를 내세운 것이고, 이 성공에 고무된 샤넬은 2009년 릴리 알렌을 모델로 코코 코쿤 백을 론칭한다. 둘 다 캐주얼하고 실용적인 디자인으로 젊은 고객을 상대로 출시된 것이며, 상업적으로 큰 성공을 거뒀다.
2011년, 블레이크 라이블리 기용
샤넬은 최근 브랜드의 아이코닉한 백인 ‘마드무아젤’ 라인의 광고 모델로 블레이크 라이블리를 선정했다. 젊고 뛰어난 패션 감각을 가진 사람이 마드무아젤의 얼굴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 칼 라거펠트의 선택. 2010년 7월, 샤넬 오트 쿠튀르 쇼 이후 그녀는 모든 행사마다 샤넬을 입고 나타나며 브랜드의 이미지를 패셔너블하게 만드는 ‘패션 대사’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Age 174-1837년생 HERMES
2009년, 소셜 네트워크 프로젝트 시작
디지털의 힘에 대해 회의적이었던 패션 브랜드들도 2~3년 전부터 소셜 네트워크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는데 에르메스가 2009년 선보인 ‘쁘띠 저널:작은 실크 이야기’ 프로젝트는 역사가 유구한 브랜드의 접근법 중에서 꽤 독특한 것으로 관심을 모았다. 에르메스의 스카프로 다양한 룩을 연출한 전 세계 젊은이들의 모습을 스트리트 패션지처럼 촬영한 것이 특징이다. 이 성공에 고무된 에르메스는 2010년 8월, ‘젬 몽 까레(나는 스카프를 사랑해요)’ 프로젝트를 선보였다. 뉴욕, 런던, 도쿄, 파리를 돌며 촬영한 것으로 스카프가 얼마나 다양한 모습으로 변신할 수 있는지 4명의 소녀들의 모습을 통해 보여준다. 에르메스는 동시에 웹사이트도 만들었는데 더 많은 사진과 함께 스카프를 매는 방법까지 친절하게 소개하여 젊은이들의 폭발적인 관심을 유도해냈다.
2011년, 혁신적인 디자인
최상급 1%를 지향하는 브랜드인 에르메스는 구매력이 낮은 젊은 층에게 친절한 제품을 많이 보유한 브랜드는 아니었다. 하지만 미래의 잠재적 고객에게 어필하기 위한 제품을 최근 조금씩 만들고 있는데, 이는 에르메스로서는 꽤 큰 변화인 셈. 대표적인 아이템이 송아지 가죽 소재의 아이패드 스테이션. 단순한 보호기능을 넘어 날개 부분을 세워 각도를 조정할 수 있도록 기능적인 면을 강조했다. 아이코닉한 제품의 재구성도 눈에 띈다. 톡톡 튀는 형광 컬러의 손바닥만 한 미니 버전, ‘버킨 타이니’와 ‘켈리 타이니’는 클래식한 버킨이나 켈리 백을 소유한 어머니들이 어린 딸에게 사주고 싶을 만큼 매력적인 아이템. 또한 실크 소재만 고집하던 스카프를 면 저지 소재로 만든 ‘무슈&마담 까레’도 올해 새로 출시되었다.

Age 88-1923년생 SALVATORE FERRAGAMO
2008년, 아이코닉 슈즈 재구성
1978년 탄생한 리본 장식의 ‘바라’는 전 세계에서 가장 사랑받는 구두 중 하나다. 이 클래식한 슈즈가 어머니뿐만 아니라 젊은 세대에게도 어필할 수 있게 만든 것이 바로 ‘바리나’ 슈즈다. 2008년 첫선을 보인 이래 매 시즌 새로운 컬러와 패턴으로 다양하게 재해석되고 있다. 최근 여름 시즌에는 스터드 장식을 더한 데님 소재를 냈을 정도로 파격적이다.
2010년, 마이 페라가모 론칭
젊은 세대와 친숙해지는 것이 곧 브랜드의 미래라고 깨달은 페라가모 그룹은, 슈즈 디렉터이자 창립자의 손자이며 훤칠한 외모로 젊은 여성들에게 관심을 받는 제임스 페라가모의 지휘하에 ‘마이 페라가모’ 컬렉션을 탄생시킨다. 마이 페라가모는 슈즈와 백으로 구성된 20~30대 여성을 위한 컬렉션으로 기존 컬렉션에 비해 합리적인 디자인, 튀는 컬러로 트렌디함을 지향하고 있다.
2011년, 디지털 시장에 뛰어들다
패션의 디지털 마켓에 대해 그리 우호적인 편은 아니었던 페라가모가 최근 공식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오픈하며 소셜 네트워크에 뛰어든 점은 고무적이다. 특히 최근 영입한 젊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마시밀리아노 지오네티의 다양한 컬렉션 준비 과정을 볼 수 있는 페이지가 인기. 유튜브를 통해서는 2011년 광고 캠페인 촬영의 비하인드 신을 비롯한 비디오 라이브러리도 공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