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창은 흉터를 새긴 채 종잇장처럼 얇아진 비누나 쓸쓸하게 비워진 상자처럼 사람들의 관심 밖에 있던 피사체를 프레임 중앙으로 옮겨오곤 한다. 사소한 사물을 부지런히 모으고 그 안에 감춰진 힘을 사진으로 밝히는 그는 유난히 사려 깊은 수집가로 불릴 만하다. 3월 24일부터 4월 30일까지 국제갤러리에서 열리는 개인전은 하찮고도 귀한 이미지의 컬렉션이다.

이번 개인전에선 1980년대의 초기작과 2010년에 찍은 신작이 함께 공개된다. 한편 결과물로서의 사진뿐 아니라 그 출발인 피사체 역시 함께 전시할 계획이다. 작가 구본창의 궤적, 그리고 사진 작업의 프로세스 전체를 종횡으로 아우르려는 의도인 듯 보인다.
사진을 한 지가 벌써 30년쯤 됐다. 그 기간의 총정리라고 생각한다. 모든 작업을 보여주진 않지만 내 관심사의 흐름은 충분히 읽을 수 있을 거다. 초기에는 스냅을 많이 찍었는데 점점 피사체가 되는 사물과 대화를 나누며 아이디어를 찾는 쪽으로 관심이 옮겨갔다. 그 영향인지 모르겠지만 컬렉션을 많이 하는 편이다. 비싸진 않아도 내가 좋아하고 교감할 수 있는 물건들에 대한 집착이 있다. 아이디어의 출발점이라 할 수 있는 대상을 함께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에 오브제를 전시에 포함시키게 됐다.

구체적으로 어떤 오브제와 작품을 전시에서 볼 수 있을까?
컬렉션한 물건 중엔 빈 상자가 많을 것 같다. 언젠가 존재감 있는 무언가를 담았을, 그리고 앞으로 또 그럴 수 있는 상자들을 찍어 연작으로 발표했었다. 그런 관심이 후에 백자 작업으로까지 이어졌고. 내가 워낙 빈 프레임에 끌리는 경향이 있다. 빈 병을 모아 사진으로 남기는 것도 같은 이유다. 공개되는 사진 작업들로는 우선 2010년에 촬영한 건축가 이타미 준의 백자 컬렉션이 있다. 곱돌 연작, 프랑스 기메 미술관 소장품인 한국 탈을 찍은 마스크 연작, 그리고 1980년대에 한국과 유럽에서 작업한 스냅들도 함께 전시된다.

1980년대의 스냅은 미공개 작업으로 알고 있다. 오래 전에 찍었던 사진을 고르며 새삼스러운 감회가 있었을 것 같다.
25년 전에는 앞으로 내가 어떤 작업을 하게 될지 전혀 알 수 없었다. 그런데 지금 거꾸로 돌이켜보니 당시 찍은 사진 중 나중 작업의 실마리가 된 것들이 눈에 들어온다. 거리를 돌아다니면서 멋모르고 셔터를 눌렀지만 오브제나 공간에 대한 관심이 당시의 결과물 안에 이미 담겨 있다.

소재 하나를 파고드는 연작이 많았다. 그 작업 자체가 마치 이미지를 수집하는 과정처럼 느껴진다. ‘컬렉션’은 작가 구본창의 스타일을 설명해주는 키워드가 아닐까 싶다.
그런 것 같다. 비슷한 유형의 사물을 하나의 주제 안에서 찍어나가는 게 내 적성에 맞는 방식이다. 유학 중 독일 사진의 유형학적 전통으로부터 받은 영향도 있고.

수집벽이 있다고 했다. 무언가를 모을 때 카메라에 담을 가능성을 미리 염두에 두나?
어느 정도는 그렇다. 어떨 땐 확신이 없더라도 일단 보관해둔다. 그러다 보면 문득 그 물건이 내게 이야기를 건네는 순간이 온다. 물론 그렇지 않을 수도 있지만 혹시 모르니까 유예 기간을 갖는 거다.

그렇게 짧지 않은 유예 기간을 거쳐 피사체가 된 예로는 어떤 물건이 있나?
비누다. 처음에는 이게 작품이 될 줄 몰랐다. 그냥 다 닳아서 야들야들해진 모습에 이끌려 모으게 됐다. 기본적으로 깨지거나 부서지기 쉬운 것들에 대한 애정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