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파니 메이어도, 조앤 K. 롤링도 아니다. 지금 할리우드에서 부쩍 자주 거론되는 작가는 샤를 페로와 그림 형제다.

영화 <비스틀리>의 남자 주인공 카일은 본래 완벽한 미남이었다(그러니까 이 캐릭터를 연기하는 알렉스 페터퍼처럼). 하지 만 오만한 성격 때문에 저주를 입고, 결국 레이디 가가의 뮤직비디오에 백댄서로나 캐스팅될 법한 기괴한 모습을 얻는다. 마법을 풀기 위해 누군가의 진실한 사랑을 얻어야 하는 그에게 어느 날 치어리더의 외모와 유니세프 자원봉사단의 심장을 가진 소녀(바네사 허진스)가 다가오지만 어떻게든 95분의 러닝타임 동안 관객들을 붙잡아둬야 하는 감독과 시나리오 작가 는 이들 앞에 자꾸만 성가신 시련들을 던진다. 곰팡이 꽃이 다발로 피어 있을 듯 낡은 이야기라 생각했다면, 사실이다. 원작 소설을 쓴 알렉스 플린이 기본 설정을 샤를 페로의 동화 <미녀와 야수>에서 빌려왔으니까. 같은 날(3월 17일) 국내 개봉하는 <레드 라이딩 후드> 역시 (제목에서부터 짐작할 수 있듯) 페로의 <빨간 두건>을 원작으로 한다. 주인공 발레리(아만다 사이 프리드)는 조건 좋은 약혼자 대신 아웃사이더 나무꾼과 커플링을 교환하고 싶어 하는 캐릭터다. 그녀는 마을 사람들을 하나 둘씩 해치는 늑대인간이 자기 주변에 있음을 직감한다. 동화와 호러 스릴러, 10대의 섹스 판타지를 봄나물처럼 무쳐내면 얼 추 이런 결과물이 아닐까? 언급한 두 영화는 샤를 페로만큼이나 스테파니 메이어에 기대고 있다. 즉 <트와일라잇> 시리즈 를 계기로 부상하게 된 소녀 관객들, 그리고 이들과 취향을 공유하는 중장년 여성을 겨냥한 기획물이라는 뜻이다. 이 아름 답고 로맨틱하며 위험한 남자주인공들은 죄다 초식남 뱀파이어 에드워드 컬렌의 변주다. <레드 라이딩 후드>의 감독이 <트 와일라잇> 시리즈 1편을 연출한 캐서린 하드윅이라는 점은 제작자들이 노리는 바를 짐작하게 한다.

할리우드는 소녀풍 동화의 각색이 큰 돈을 벌어다 줄 거라고 믿는 눈치다. 현재 제작 준비 중인 <백설공주> 블로우업 프로 젝트가 무려 세 편이다. <더 셀>과 <더 폴>을 연출한 타셈 싱의 <그림 형제 : 백설공주>는 원작의 고딕 무드를 살린 블랙 코 미디다. 줄리아 로버츠가 사악한 왕비로 캐스팅된 상태다. 루퍼트 샌더스의 <백설공주와 사냥꾼>은 왕비의 살인 청부를 거 역하는 사냥꾼을 주요 캐릭터로 부각시킨다. 백설공주는 크리스틴 스튜어트, 그녀를 전사로 훈련시키는 사냥꾼은 비고 모 텐슨, 계모는 샤를리즈 테론이 유력하다. <스노우 앤 더 세븐>은 심지어 무협물이다. 19세기를 배경으로 복수를 위해 7명의 중국인 무술 고수와 협력하는 영국 소녀의 이야기를 다룬다. 감독은 <나는 전설이다>의 프랜시스 로렌스이며 현재 나탈리 포트먼이 타이틀롤을 두고 협상 중이다. 이쯤에서 어린이 여러분께 드리는 당부. 영화는 책부터 읽고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