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답게 나이드는 일은, 어린 여자뿐만 아니라 ‘신상’의 꿈이기도 하지 않을까. 시간을 존중할 줄 아는 빈티지 애호가들에게, 가장 멋지게 나이 든 물건의 진짜 나이를 공개해달라고 조금은 무례한 부탁을 청했다.

52 years

구스타프베르그 ‘아담’
구스타프베르그는 1800년대 초반 스웨덴에 설립된 도자기 브랜드다. 특히 디자이너 스틱 린드버그가 디자인한 블루 도트무늬의 아담은, 북유럽 브랜드 특유의 정갈하고 유머러스한 디자인이 돋보인다. 사실 이 제품의 정확한 탄생일을 알 수는 없다. 1959년부터 1974년 사이에 만들어졌다고 하는데, 내가 소장하고 있는 건 1960년대로 추정한다. 한동안 생산이 중단되었다가 최근 다시 만들어지고 있지만, 50년 전 만들어진 빈티지 특유의 맛을 되살릴 수는 없어 보인다. – 김연화(‘데미타스’ 실장)

 

Design: Hans Gugelot and Dieter Ramshousing: lacquered sheet steel(white) and elm side panels lid: clear acrylic

Design: Hans Gugelot and Dieter Rams
housing: lacquered sheet steel(white) and elm side panels lid: clear acrylic

 

56 years

브라운 ‘SK4’
1956년에 제작된 브라운의 SK4 오디오는 ‘백설공주의 관’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공주니까 좋은 의미라고 생각하겠지만, 사실 당시 경쟁업체들이 SK4의 투명한 아크릴 뚜껑이 마치 백설공주의 관을 연상시킨다며 붙인 짓궂은 별명이다. 하지만 업계의 예상을 뒤엎고, SK4는 대중적으로 폭발적인 호응을 얻었다. 레코드 플레이어의 덮개를 투명한 아크릴로 제작한 건 당시로서는 혁신적인 시도였고, ‘사용자가 한눈에 제품의 기능과 사용법을 알 수 있어야 한다’는 산업디자이너 디터 람스의 디자인 원칙을 제대로 구현한 사례기도 하다. 특히 이 오디오는 앞면만큼이나 뒷면 역시 깔끔한 디자인을 자랑하는데, 덕분에 어디에 어떤 방향으로 배치해도 완벽하게 정리된 외관을 보여준다. 소름끼치도록 아름답고 완벽한 디자인과 그 안에 깃든 철학을 보고 있으면, 디터 람스에게 존경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 – 김정희(‘대림미술관’ 홍보팀장)

62 years

장 프루베 ‘스탠더드 체어’
20세기 프랑스의 실용주의를 대표하는 가구 디자이너이자 건축가 장 프루베의 의자는 겉으로 보기에 화려하진 않지만 튼튼하고, 대량생산이 가능해 당시 공공기관, 병원, 학교 등으로 많이 납품되었다. 그의 대표적인 의자 중 하나인 스탠더드 체어는 1950년에 만들어졌는데 철로 만든 뒷다리 부분이 옆으로 퍼진 삼각형 모양이라, 안정적인 구조를 이룬다. 지금도 열성적인 디자인 컬렉터들에 의해 주요 옥션에서 1만 5천 달러를 호가하는 가격에 거래되고 있지만, 소수의 컬렉터만이 아닌 많은 사람들이 애용할 수 있는 디자인을 추구한 그의 디자인 철학에 맞게 세계적인 스위스 가구 브랜드인 비트라에서 리테일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선 청담동 비트라 쇼룸에서 그 리테일 제품을 10분의 1에 가까운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 – 박필재(‘갤러리 서미’ 총괄이사)

92 years

제너럴 일렉트릭 ‘Novalux’
1912년부터 1930년까지 제작된 이 5KW조명은, 빌딩의 외부 야경을 밝혀주던 제품이다. 그중에서도 3년을 찾아 다닌 끝에 1년 전 겨우 발견해낸 이 조명은 1920년생이다. 그런데도 몸체는 구리로, 부품은 황동으로 만들어 철이 하나도 섞이지 않아 부식이 없다. 게다가 외부에서 쓰던 조명이라 내구성 또한 훌륭한 수준이다. 아마 지금이라면 만드는 데 드는 비용이 너무 커서 못 만들지 않을까. 새롭게 개조해서 사용하기 위해 안에 소케트를 4개 넣었고, 거꾸로 벽에 매달면 샹들리에 조명으로도 변신한다. – 배상필(‘디 오피스’ 대표)

55 years

라이카 바르낙 ‘IG’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져 있는 M 시리즈에 비해, 흔하게 보기 힘든 빈티지 카메라다. 1957년에 바르낙 IG를 대체하기 위해 생산되었고, 1960년까지 제작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뷰파인더가 없어서 두 개 부착되어 있는 액세서리 슈에 거리측정계와 뷰파인더를 장착해야만 촬영이 가능하다. 첫 일련번호가 887001번이었고, 내가 가지고 있는 건 887176번이니 176번째 만든 초기 생산품이라는 데 큰 의미를 두고 있다. 50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지만 여전히 최고의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어서, 유럽의 어느 골동품점에서 어렵게 손에 넣은 후 호텔방에서 밤새 수십 번 만져보고 또 만져보느라 잠을 설친 기억을 잊을 수 없다. – 문재철(‘공간 갤러리’ 관장)

30 years

샤토 라플뢰르 1982
프랑스 보르도의 유명 와인산지 중 하나인 포므롤에서 가장 희귀하고 값비싼 와인 중 하나로 꼽히는 라플뢰르는 몇몇 소유주를 거쳐 1953년에 샤토 페트뤼스의 오너이기도 한 무엑스가(Moueix family)에서 구입했고 현재까지 운영하고 있다. 라플뢰르 포도밭은 페트뤼스 포도밭의 맞은편 언덕에 위치하며, 4ha(13,200평)의 토양은 점토가 섞인 자갈 토양이다. 메를로 60%, 카베르네 프랑 40% 비율로 재배하며 이들 포도나무의 평균 수령은 40년이다. 라플뢰르는 놀라운 집중도를 발휘하는 풍미와 깊은 색상, 긴 여운이 돋보이는 와인으로 페트뤼스를 능가하는 유일한 라이벌이란 평도 받고 있다. 평균 생산량은 1,000상자(만2000병)다. – 은광표(‘카사 델 비노’ 대표)

17 years

돔 페리뇽 외노테크 1995
돔 페리뇽은 품질이 가장 뛰어난 해에 작황이 좋은 포도원에서 생산된 최고급 포도만으로 생산한다는 의미의, 샴페인 역사상 첫 번째 퀴베 프레스티지 샴페인으로 1936년에 모엣 샹동에서 출시되었다. 특히 외노테크는 돔 페리뇽 중에서도 가장 좋은 빈티지와 장기 숙성이 가능한 와인을 골라 지하 셀러에서 오랜 시간 저장한 후 출시한다. 평균 12~16년 정도의 병 숙성을 시키기 때문에, 돔 페리뇽 외노테크를 만드는 것은 무엇보다 시간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까지 16개의 빈티지만이 외노테크에 포함되는 영광을 안았다. 긴 시간을 보냈음에도 신선한 과일의 풍미가 균형을 이루는, 세월을 뛰어넘는 궁극의 샴페인이라는 평을 받는다. – 은광표(‘카사 델 비노’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