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이 술술 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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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디찬 글라스에 쓰디쓴 소주를 가득 채우고 지새우고 싶은 밤, ‘주방 7475’로 간다.

소주 마실 데 참 없다. 요리 보고 조리 봐도 내앞에 앉은 사람보다 옆 테이블 손님 목소리가 더 크게 들릴 만큼 시끌벅적하거나, 젓가락을 부르는 접시가 없어 술만 들이켜게 되는 곳들뿐이다. 그래서 압구정 골목 구석에 자리 잡아 찾아가기가 영 쉽지 않은 술집 ‘주방 7475’의 오픈 소식이 반갑다. 주인들에겐 미안한 말이지만 아는 사람들만 모여들어, 소박한 술상을 차릴 수 있기 때문이다. 메뉴판은 달랑 한 장뿐이지만, 계절이나 그날 사온 재료에 따라 변하는 안주 맛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요즘은 도가니가 좋단다. 오래 우린 사골 국물과 함께 먹는 도가니찜은, 술 먹은 다음 날 해장하려고 먹었더니 다시 해장술을 들이켜게 만들 만큼 진하고 시원하다. 도루묵 구이 역시 두 명의 여사장이 쑥스러워하며 말하는 대로 “도무룩을 구웠을 뿐”인데, 제철을 맞은 도루묵은 알이 가득이라 맛이 꽤나 차지다. 미리 전화해 백숙이 먹고 싶다고 주문하면, 메뉴판엔 없는 특식이 식탁으로 배달되기도 한다. 샴페인, 매실 원주, 맥주 등 술이라면 종류별로 다 있지만, 마치 친구네 집 주방처럼 편안한 공간을 감싸는 어두운 조명 아래 알찬 안주들을 앞에 놓고 있으면, 누구라도 소주부터 찾게 될 것이다. 강남구 신사동 655-7번지.

에디터
에디터 / 김슬기
포토그래퍼
김범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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