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랜딩 테크닉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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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안개 속에서 막 걸어 나온 듯 수분과 공기 입자로 뒤섞인 얼굴. 섬세하고 미세한 손길로 만지고 또 다듬은 결과다. 2011년 첫 달을 여는 메이크업 트렌드, 블렌딩 테크닉에 대하여.

블랜딩, 메이크업, 안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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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IN :경계없는안개처럼

이음새도 없고 경계도 없다. 어디서부터 시작이고 어디가 끝인지도 알 수 없다. 이번 시즌 아티스트들이 가장 사랑한 피부 표현 테크닉은 창백하기도, 농밀하기도 한 안개를 닮았다. 안개 속 미스테리 걸들은 4개 도시 이곳저곳의 백스테이지에서 종종 목격됐다. 필립 림의 백스테이지에서는 우아하고 파우더리한 페일 핑크의 향연이 두 뺨 위로 펼쳐졌고, 펜디의 백스테이지에서는 이 위로 시폰이 하늘거리듯, 얇은 시머링 입자들이 덧입혀져 음영을 더했다. 에트로와 타쿤에서는 이보다 좀 더 농밀한 섀딩을 보여주었지만, 물론 안개 속의 입자들이 촉촉하게 내려앉아 뭉개진 듯 경계나 이음새는 보이지 않았다. “아주 센슈얼한 공기에서 영감을 받았어요.” 에트로를 맡은 샬롯 틸버리는 그레이 색조와 하이라이트만 이용해 얼굴에 충분한 음영을 주었다고 설명한다. 더할 나위없이 쉽고 간단해 보이지만, 그저 가볍고 건강해 보이는 내추럴 메이크업과는 미묘한 차이가 있다. 내추럴메이크업이 모든 요소를 최소화한 것이라면, 이른바 안개 메이크업은 모든 요소를 극도로 세심하게 다루어 제각각의 역할을 최대화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피부는 시폰처럼 가벼워 보이지만, 강렬한 힘을 내뿜어낸다. 안개처럼 그윽하고, 또 농밀하다.

EYE :블렌딩, 블렌딩, 블렌딩!

아이 메이크업에도 짙은 안개가 드리우긴 마찬가지였다. 마치 카메라 렌즈의 초점이 안 맞은 듯 경계선이 불분명한 실루엣을 그려냈는데, 그때문에 마치 피부 표현의 일부인 듯 보였다. 메이크업 아티스트 샬롯 틸버리가 소니아 리키엘이나 프링글 등에서 선보인 아이 메이크업을 예로 들어볼까? 언뜻 보면 옅은 스모키 메이크업 같아 보이지만, 그보다는 몽환적이면서도 극적이다. “센슈얼(sensual), 시크(chic), 드라마틱(dramatic), 미스테리어스(mysterious)! 마치 20년대 사진을 보고 있는 듯하죠.” 클래식하면서도 신비로운 안개 테크닉은 알투자라의 백스테이지를 맡은 메이크업 아티스트 톰 페슈에 이르러 극대화됐다. 몽환을 대표하는 컬러, 퍼플을 안개 테크닉에 매치시켰고 이 두 요소가 만나자 강렬함이 폭발했다. 그렇지만 제아무리 강렬한 눈매라고 할지라도 짙은 안개 속에서는 그것이 광대인지, 입술인지 구분하기 힘들다. 앞서 말한 듯 경계는 모호하고, 끝과 시작 또한 없기 때문이다. 단, 여기서 짚고 넘어갈 것은 이토록 많은 아티스트들이 이 수수께끼 같은 테크닉에 몇 시즌째 집착하는 이유다. 그건 바로 부드러움이 때론 가장 강렬하다는 것, 과장하지 않을수록 얼굴 본연의 아름다움은 극대화된다는 것!

에디터
이지아
포토그래퍼
Photo / KIM WESTON ARNO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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