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칸디나비아의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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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5년 비틀스가 노래했다. “멋지지 않아? 노르웨이산 가구(Norwegian Wood)야.” 그리고 그 가사는 2011년에도 유효하다. “멋지지 않아? 스칸디나비아에서 온 거야”라고 조금만 바꾼다면.

테이블 위의 보드카는 앱솔루트, 나무 소재의 베이식한 느낌의 의자·테이블·서랍장은 모벨랩, 서랍장 위의 목마 오브제·테이블 위의 문구류는 북바인더스 디자인, 알록달록한 주전자·볼·식탁보·러그·쿠션은 마리메꼬, 나무 소재의 조명은 이노메싸, 서랍장 위의 오디오는 뱅앤올룹슨 제품.

테이블 위의 보드카는 앱솔루트, 나무 소재의 베이식한 느낌의 의자·테이블·서랍장은 모벨랩, 서랍장 위의 목마 오브제·테이블 위의 문구류는 북바인더스 디자인, 알록달록한 주전자·볼·식탁보·러그·쿠션은 마리메꼬, 나무 소재의 조명은 이노메싸, 서랍장 위의 오디오는 뱅앤올룹슨 제품.

지난 10월 15일 가로수길에, 핀란드의 대표적인 패션&디자인 컴퍼니 ‘마리메꼬’의 첫 플래그십 스토어가 문을 열었다. 그런데 안개 낀 호수, 아주 오래된 이야기에나 나올 법한 오로라와 백야 현상, 그리고 자작나무로 가득한 북유럽의 숲을 기대하며 그문을 열었다면 당황스러울 듯 싶다. 강렬한 패턴, 다채로운 색채를 지닌 다양한 리빙제품과 패션 소품이 가득한, 전혀 새로운 북유럽과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처음 스칸디나비아 브랜드가 우리의 일상에 파고들었을 땐, 마치 미지의 숲과 같은 청정한 디자인을 선보이는 브랜드들이 주를 이룬 게 사실이다. 성북동에 위치한 ‘모벨랩’은 1900년대 중반 북유럽 출신 작가들이 만들어낸, 기능을 해치지 않는 간결한 디자인의 빈티지 가구를 소개해왔다. 우아하고 고풍스러운 덴마크의 명품 식기 브랜드인 ‘로얄 코펜하겐’, 군더더기 없는 전자제품을 선보이는 덴마크 브랜드 ‘뱅 앤 올룹슨’ 역시 시간에 구애받지 않는 모던하고 심플한 디자인의 정석을 보여준다.

하지만 스칸디나비아의 모습을 단 하나로 규정하는 건 섭섭한 일이다. 화려한 색채의문구류로 시선을 사로잡은 스웨덴 브랜드 ‘북바인더스 디자인’에 이어 마리메꼬에 이르기까지, 그동안 국내에 소개되지 않았을 뿐 모던한 모양새 안에 독특한 문양과 컬러를 담아내는 또 다른 북유럽의 면면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나뭇잎, 꽃과 같은 자연을 소재로 한 디자인, 친환경적인 천연 소재처럼 자연과 맞닿은 북유럽 특유의 정서를 품고 있으면서도 말이다.

“스칸디나비아 브랜드들이 만들어내는 제품들은 실용성을 강조한다는 특징이 있어요. 그래서인지 과도한 장식을 거두고, 자연의 느낌을 살려 시간에 구애받지 않는 디자인을 추구하죠.” 마리메꼬의 정윤주 브랜드 매니저의 말이다. 많은 사람들이 지적하는 대로, 우리는 편리하지만 천편일률적인 미국의 디자인, 예술적이지만 실용적이지는 않은 유럽의 디자인, 그리고 친근하지만 새롭지는 않은 아시아 디자인에 싫증을 느껴 새로운 땅 북유럽을 찾아냈는지 모른다. 그리고 그 신선함에 열광하는 것도 잠시, 또 다른 트렌드를 찾아 헤맬 수도 있다. 이유가 무엇이든 이제 수많은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는 스웨덴의 가구 브랜드 ‘IKEA’도 한국 진출을 점치고 있다는 얘기가 들린다. 그런데 그때가 되면 쇼핑 카트에 싣는 스칸디나비아 브랜드의 물건들만큼 군더더기 없이 똑 떨어지는, 간결한 일상을 살게 될 수 있을까.

에디터
에디터 / 김슬기
포토그래퍼
김범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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