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에다 영을 더해 예술의 또 다른 창구를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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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에다 영을 더해 예술의 또 다른 창구를 만들었다. 제로제로 프로젝트와 독일의 신예 로버트 노키가 만난 결과다.

좀처럼 잰 체하거나 호들갑 떠는 일이 없는 디자이너 정욱준이 어느 날 슬그머니 웃으며 가방에서 뭔가 꺼내 보여주기에 눈이 동그래졌다. “그림이에요.” “엥? 갑자기 웬 그림이에요?” “독일 작가 한 분이 저를 그려주셨어요.” 무슨 소리인가 싶어 넘겨보니, 거기엔 정욱준뿐만 아니라 패티 스미스, 릭 오웬스, 마크 제이콥스 등 이 시대의 내로라하는 크리에이터들의 초상이 힘차고 날카롭고 생동감 넘치는 붓질로 완성되어 있었다. 독일 출신의 로버트 노키(Robert Knoke)의 작품이라고 했다. “누가 이 사람들을 다 불러 모아 이렇게 멋진 일을 벌인 거죠?” 그는 10월 29일 청담동 페이스 갤러리에 해답을 남겼고, 입구에선 뉴욕의 에이전시 ‘컬렉티브 V’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민경아 대표와 아트 디렉터 데이비드 로엔필트가 어리둥절한 나를 맞았다. 그들이 벌인 이 프로젝트의 이름은 ‘OO(zero zero) Project’. 문자 그대로 무색무취의 ‘비어 있는 공간’ 안에 예술과 동시대의 정신을 담아내고자 하는 아티스트 발굴 프로젝트인데, 아트북과 영상물로 귀결된 작품들은 뉴욕, 런던, 파리 등의 패션도시를 돌며 전시 중이며, 서울이 그 두 번째 행선지라는 것이 그들의 설명.

불연속성의 연속인 우리 시대와 그 속에서 발견되는 창조성을 드러내고자 한다는 프로젝트의 의지는 240페이지 분량의 패키지 속, ‘Black Material’을 주제로 한 드로잉과 비디오 디렉터 옌스 칼슨이 디렉팅한 세계적 비디오 아티스트 14명의 작품이 되었다. 로버트 노키는 “심오할 수도 있지만 매우 단순할수도 있는 검정을 통해 새로운 충격과 자극을 받았고, 그걸 기라성 같은 아티스트들을 통해 표현할 수 있어 기뻤다”고 말했는데, 정작 ‘검정’을 주제로 삼겠다는 아이디어는 본인의 것이었다고. 비디오 디렉터인 옌스 칼슨은 2달여 동안 14개국에서 촉망받는 영상 아티스트들과 함께 작업한 결과물 앞을 떠날 줄 몰랐는데, “검정이라는 색 하나로 이렇게 다채롭고 흥미로운 결과에 도달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프로젝트의 방향성과 일치한다는 기분”이라며 만족을 표했다. 이들의 다음 전시는 파리의 셀렉트숍 콜레트에서 열릴 예정이고, 다음 프로젝트는 또 하나의 보석 같은 아티스트를 발굴하는 것이라 전해진다.

에디터
최서연
포토그래퍼
COURTESY OF ZERO ZERO PROJEC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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