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시즌 팜므 파탈과 거리의 파이터들이 백스테이지로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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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해서 아름다운! 이번 시즌 팜므 파탈과 거리의 파이터들이 우루루 백스테이지로 몰려 들어왔다.

STREET FIGHTER!

건조한 피부, 과장된 아이 메이크업
심장을 둘로 갈라놓을 정도의 팜므 파탈이 있는가 하면, 한쪽에서는 마치 만화 속 스트리트 파이터를 연상시키는 여전사들이 뛰어다니고 있었다. 그 가운데 단연 눈에 띈 것은 릭 오웬스의 모델들. 메이크업을 맡은 아론 드 메이는 이렇게 설명한다. “사나운 박쥐의 눈을 그렸어요. 언뜻 크고 둔하기 그지없는 덩어리쯤으로 보일지 모르지만, 쿠튀르에서나 시도할 만큼 실험적인 메이크업이었어요. 피부는 정말 가볍고 깨끗하게 표현했고, 입술 역시 톤 다운되도록 연출했어요. 컨실러는 매트한 질감만 사용했는데, 마치 창백한 맨 얼굴을 보는 듯하죠. 일본 그림 속 가부키처럼요.” 영화 <아바타>의 주인공들을 연상시킨 백스테이지도 있었다. 바로 런던의 토드 린. “주제는 전쟁, 싸움에 관한 것이었어요. 그 뒤에 있는 수많은 이유들! 이번 쇼는 그것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파이터들에게 메이크업이란 하나의 의식과도 같은 것. 생략하면 밋밋하기 그지없겠지만, 아무래도 화려한 컬러는 금물이다. 루이스 골딘의 메이크업을 맡은 발 갈란드 역시 18살 젊은이들처럼 복잡한 건 다 잊고 과감히 쓱쓱 메이크업하라고 이른다. “크고 강한 검은색 눈을 표현하는 것, 그것이 이번 메이크업의 전부예요. 단, 제가 이번 쇼를 위해 사용한 제품은 한 가지! 펜슬 하나로 모든 것이 끝났죠.”

FEMME FATAL!

파워풀한 여성스러움
콘데나스트 아시아퍼시픽 뷰티 디렉터 캐시 필립스가 보내온 2010 F/W 뷰티 트렌드 리포트에는 선명한 볼드체로 이렇게 적혀 있었다. “그녀는 당신의 심장을 둘로 갈라놓을 겁니다!” 물론, 아쉽게도 상대방의 심장을 둘로 갈라놓는 방법 따위는 자세히 나와 있지 않았고, 강한 여자들이 즐겨 하는 메이크업과 헤어에 관한 얘기들. 이번 시즌 미니멀리즘이 대세로 부상한 가운데, 백스테이지에서도 클린 뷰티가 주를 이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슈퍼 우먼 그룹은 한쪽에서 작지만, ‘강하게’ 그 존재감을 알렸다. 랑방이 대표적인 예. “슈퍼 파워풀! 하지만 지적인 면도 갖춘, 뭐랄까 영화 속 마네킹 같은 느낌이랄까요? 강하면 서도 여성스럽죠.” 메이크업 아티스트 팻 맥그라스는 크고, 깊고, 긴 스모키 아이를 연출하며 이렇게 설명했다. 한편 뱅 헤어의 가발은 영화 <펄프 픽션>의 여주인공 우마 서먼을, 혹은 클레오파트라의 헤어를 연상시키기도 했다. 헤어 스타일리스트 기도 팔라우는 “좀 만화스럽죠. 섹슈얼하면서도 어딘가 신비로운!”이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그런가 하면 이번 시즌 가장 붉디붉은 립을 선보인 디스퀘어드 역시 강하지만, 어딘가 비현실적인 허구 속 여자에게 흠뻑 빠진 듯했다. 메이크업의 영감이 된 원천은 바로 지킬 앤 하이드의 으스스한 연구소, 그 속으로 들어간 헬무트 뉴튼!

에디터
이지나
포토그래퍼
Photo / KIM WESTON ARNO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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