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나는 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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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적이고 절대적인 미의 척도, 가슴은 당신에게 축복인가, 저주인가? 유행의 좌표가 1950년대를 향한 이번 시즌, 패션은 ‘우아한 가슴’의 시대를 천명했다.

언젠가 낯선 이름이 검색어 1순위를 하루 종일 차지했다. 원초적 호기심이 발현하여, 링크를 클릭하자, 헐벗은(?) 사진이 등장했다. ‘숨 막히는 가슴라인, 파격 드레스로 시선 집중, 노출이 너무해’등 직설적인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 가슴이 반쯤 드러나는 미니 드레스를 입은 배우 이채영이 인터넷을 뜨겁게 달군 것. 같은 페이지엔 레이싱걸의 스타 화보와 32E라는 초유의 가슴을 지닌 영국 모델 킬리 하젤의 비현실적인 몸매를 담은 사진이 자리하고 있었다. 이 기사에 줄줄이 달린 수천 개의 댓글은 부러움과 질시가 혼재된 가슴품평회나 다름없었고 자연산이냐, 인공이냐를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풍만한 가슴이 깜짝 스타를 탄생시키는 순간이었다. 사실 이런 일은 비일비재하다. 영화제의 레드카펫위에서 벌어지는 여배우들의 노출 전쟁은 언제나 그렇듯 가슴 위에서 벌어진다. 그렇게 수년에 걸쳐 단련된 덕에 이젠 웬만한 가슴 노출은 이슈 축에도 못 끼는 요즘이다. 그러고 보면 브래지어 광고 모델=톱스타라는 공식이 뿌리내리면서 브래지어 차림의 김태희, 신민아, 윤은혜 등을 볼 수 있게 된 최근, 가슴은 어느덧 ‘가려야 할’ 부위에서 마땅히 ‘드러내야 할’ 존재로 발전했다.

여성스러운 매력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가슴만큼 효과적인 것이 또 있을까? 무릇 남자가 여자의 크고 아름다운 가슴에 매혹되는 건 인간의 원초적 본능. 그러나 간혹 “가슴 사이즈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라고 말하는 남자도 있다. 하지만 이 발언에 정작 같은 남자들은 가식적이라고 일갈한다. 남자는 다 똑같다는 이야기. 홍대의 한 뮤지션은 수많은 여자의 뜨거운 구애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꼿꼿이 절개(?)를 지키기로 유명했는데, 결국엔 가슴 사이즈가 무려 D컵에 달하는 여자와 결혼, 여자들이 격분했다는 이야기가 전설처럼 내려온다. 이에 대해 한 유부남은 “예쁜 얼굴은 쉽게 무덤덤해지지만, 가슴은 그렇지 않아. 시간이 지날수록 감사한 마음마저 든다니까. 크고 예쁜 가슴을 좋아하지 않을 남자는 이 지구상에 없다”라고 단언한다. ‘가슴 성형을 하는 여자 중 70%는 기혼자’라는 통계가 그의 위험한(?) 발언에 신빙성을 더한다. 생각해보면 큰 가슴이 일종의 콤플렉스나 핸디캡으로 여겨지던 시절도 있었다. 가슴의 굴곡을 가리기 위해 XXXL사이즈의 박스 티셔츠를 입고 어깨가 구부정한 친구들을 심심치 않게보던 때가 있었으니까. 게다가 90년대 중후반부터 ‘헤로인 시크’라는 미명 아래 등장한 스키니 모델은 여윈 몸=아름다움이라는 방정식을 만들어냈다. 물론 지금도 스키니 모델들의 시대는 저물지 않았다. 여전히 컬렉션의 백스테이지에는 가슴인지 둔덕인지 구분할 수 없는 모델로 가득하고, 우리는 여전히 이들의 마른 몸을 추앙하고 있으니까. 패션 퍼블리시스트 켈리 커트론 역시 “옷은 마른 사람이 입었을 때 더 예뻐 보인다”라고 말하며 마른 몸에 대한 신념을 드러냈다.

하지만 적어도 이번 시즌의 트렌드는가슴만큼은 예외로 두길 권한다. 영화 <슈퍼 배드>에서 성욕이 충만한 청소년 조나 힐은 가슴 축소 수술을 받은 한 여자아이에게 “신이 아름다운 선물을 주셨는데 수술을 하다니 너는 이에 뺨을 때린 거다 다름없구나”라고 했는데, 그의 말마따나 이번 시즌 트렌드 역시 신이 내린 선물, 가슴에 초점을 맞춘 패션이 부각되고 있다. 여성미가 거세된 파워숄더 재킷과 록 시 크 룩이 휩쓸고 지나간 자리에 풍만한 가슴을 한껏 강조한 50년대 레이디라이크 룩이 슬그머니 찾아온 것이다. 특히 루이 비통과 프라다 등의 패션 메시아들이 부르는 가슴 찬양은 그 어느 때보다 열광적이다. 특히 50년대 프랑스영화 <그리고 신은 여자를 창조했다>의 ‘청순 글래머’ 브리짓 바르도에게서 영감을받은 루이 비통은 이번 시즌의 가슴 패션의 방향성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예라 할 수 있다. 래티시아 카스타를 비롯하여 엘 맥퍼슨, 카렌 엘슨 등 올드 멤버부터 미란다 커, 로지 헌팅턴 위틀리, 비 라파엘리 등의 최근 멤버까지 마치 빅토리아 시크릿 쇼에 등장함직한 모델을 대거 등장시킨 루이 비통에서 이들은하나같이 풀 스커트와 보디스로 풍성한 가슴을 강조한 채 허리는 바짝 조이고 아래로 갈수록 풍성하게 퍼지는 모래시계 실루엣의 룩을 입었다. 급격한 커브를 그리며 넘실대는 실루엣은 비너스처럼 풍요로운 여성미를 상징하는것 같다. 또한 프라다는 B.B와는 또 다른 매력을 지닌 이탤리언 플라워, 소피아 로렌처럼 강렬한 인상의 클래식 룩으로 가슴 예찬론을 펼쳤다. 직접적인 노출보다는 가슴의 볼륨감에 집중한 프라다는 절묘한 핀턱, 러플 장식을 전면배치하고 때론 가슴 바로 아랫부분을 뻥 뚫어, 정숙하게 무릎까지 내려오는 스커트와 극적인 대비를 꾀했다. 그런가 하면 돌체&가바나는 치명적인 매력의 시칠리안 여성상을 컬렉션에 담았는데 브랜드의 시그너처로 꼽히는 보디수트와 정숙한 디자인의 테일러드 재킷의 조합을 통해 앞서 언급한 브랜드들이 추구하는, 우아한 가슴 패션의 또 다른 예를 보여주었다. 또 전성기에 비해 살집이 두둑하게 오른 왕년의 슈퍼모델 캐롤리나 쿠르코바, 안젤라 린드발, 카르멘 카스 등이 등장한 자일스 역시 완숙한 아름다움의 란제리룩으로가슴 패션 대열에 합류한 브랜드. 허리를 잔뜩 강조하고 가슴을 한껏 강조한 부팡 헤어스타일의 모델들은 ‘관능’그 자체다. 또 베르수스가 추구하는 가슴패션은 섹시하지만 천박해 보이고 싶지 않은 20대 여성을 위한 것이다. 활짝 만개한 서클 스커트에 허리가 잘록하고 가슴선이 강조된 톱을 매치, 경쾌한 피트&플레어 실루엣을 연출했다.

결론적으로 이번 시즌 디자이너들이 역설하고자 하는 바는‘우아한 가슴’으로 요약할 수 있다. 즉 자칫 천박한 이미지로 전락할 수 있는 가슴 패션을‘레트로&클래식’으로 표현함으로써 기존의 이미지를 쇄신한 것. 이 트렌트에 75C의 바람직한 가슴을 지닌 한 지인은 크게 반색을 표한다.“솔직히 가슴을 조금이라도 드러내면 사람을 쉽게 보는 경향이 있더라고요. 그런데 이번 시즌처럼 클래식하고 우아한 방식을 취한다면 가슴을 보는 시선도 조금은달라질 것 같아요.”

그런데 우리가 상기해야 할 현실은 우리 대부분이 완벽한 가슴을 타고나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겉옷만으로 승부를 보려는 생각은 버릴 것. 속옷의 힘이 절실한 순간이다. 지금은 기능성 브라의 춘추전국시대! 특히 즉석 가슴 성형을 가능케 한, 20세기의 위대한 발명품 원더브라는 최근 홈쇼핑을 통해 국내시장에 진출, 중력을 법칙을 거스르고 싶은 여자들의 욕망을 달래주고 있다.그뿐만 아니라 국내에 새롭게 선보인 스팽스의 브래지어,‘브라렐루야’는 가슴 주변 불룩하게 올라오는 군살을 깔끔하게‘정리’해줌으로써 상대적으로 가슴이 돋보이도록 연출하며, 아메리칸넥스트탑모델의 ‘익스트림 볼륨’브라는 마치 코르셋처럼 가운데에 스트링을 달아서 넓게 퍼져 있는 가슴을 양쪽에서 조이고 모아주는 기능으로 인기가 높다. 물론 내 가슴의 특징에 맞는 브라의 종류를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마른 몸매에 가슴마저 납작한 체형은 당연히 몰드 브래지어를 선택해야겠지만 소위 과도한 ‘뽕’은 역효과를 불러온다는 사실을 염두에 둘 것. 만약 가슴은 작지만 팔뚝이나 등에 지방이 많은 체형이라면 흩어져 있는 살을 모아, 가슴으로‘활용’하도록! 즉 가슴 주변까지 넓게 감싸주는 3/4 컵 브라가 적당하다. 반면 핵 미사일처럼 너무 크고도드라진 가슴도 문제. 이 경우에는 가슴을 넓게 감싸는 디자인으로 볼륨을 눌러주는 사이드 스트레치 브라가 적당하다. 또 벌어진 가슴은 바깥에서 중심으로 모아주는 3/4 컵의 브라를, 크고 퍼진 가슴에는 U자형 와이어가 있는 풀컵 브래지어를 추천한다. 네크라인에 따라서도 브라를 달리해야 하는데가슴골이 보이는 V 네크라인 상의에는 3/4 컵 브라가 어울리며, U자 형태로파인 경우엔 가슴의 윗부분이 드러나기 때문에 1/2 브라를 착용해야 한다.이때 작은 가슴은 자칫 가슴과 컵사이가 떠서 겉옷에 브라가 경계선이 드러날 수 있으니 아래쪽에 패드를 넣어 가슴을 ‘업’시켜서 빈 공간을 메우는 것이 좋다.

원더브라 광고 시리즈는 사람들의 눈에 가슴이 주는 인상이 얼마나 강렬한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브라로 한껏 부풀리고 치켜올린 모델의 가슴 앞에 놓인 물건들은 마치 소인국의 것들처럼 작아 보인다. 가슴에 시선이 꽂히면 그 외에는 보이지 않는다는 의미. 가슴이 풍만한 체형은 작은 가슴에 비해 확실히 다른 단점이 쉽게 눈에 띄지 않는다. 즉 크고 아름다운 가슴은 그 어떤 액세서리와도 비교할 수 없는 가치를 지니는 것. 물론 가슴을 둘러싼 이 트렌드는 서글프게도 기능성 브라도 해결할 수 없는, 구제 불능의 작은 가슴의 여자들에겐 그야말로 먼나라 이야기인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 이번 시즌의 트렌드는 분명 비옥한 가슴을 지닌 여자들에게 바치는 헌사다. 그러니 후자에 속한다면 지금이야말로 신이 당신에게 내린 축복을 오롯이 즐겨야 할 때가 아닐까?“ Love Your W.”

에디터
컨트리뷰팅 에디터 / 송선민
포토그래퍼
GETTY IMAGE/MULTIBITS, KIM WESTON ARNO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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