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이라는 블루 오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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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남자가 등 뒤로 감춘 손 위에 살포시 놓인 작은 블루빛 상자. 그 에그 셸 블루 박스에서 연상되는 것은 언제나 티파니의 달콤한 로맨스가 깃든 프러포즈 링이었다.

한 남자가 등 뒤로 감춘 손 위에 살포시 놓인 작은 블루빛 상자. 그 에그 셸 블루 박스에서 연상되는 것은 언제나 티파니의 달콤한 로맨스가 깃든 프러포즈 링이었다. 하지만 지난 9월 티파니는 백 컬렉션을 새롭게 론칭하며 – 국내에는 아직 입고 미정인 상태지만 – 주얼리를 넘어 ‘백’이라는 복수 전공을 택한 게 아닌가. 이 같은 티파니의 도전을 향해 ‘욕심쟁이 우후훗’이라고 내뱉기 전에 하게 되는 말은 그런데, 갑자기, 왜?

뭐, 쉽게 생각하면 경제적인 이유가 큰 건 자명한 일. 최근 몇 년간‘잇백’이나‘더 백’의 영향으로 전반적인 백 라인의 판매가 급증했으며, 오늘날 여성들은 생애 몇몇 순간의 의미를 담은 주얼리보다는 매 시즌의 새로운 백에 더 쉽게 마음이 흔들리는 법이니까. 티파니 백 컬렉션의 디자이너 리차드 램버트슨과 존 트루엑스는 사람들이 티파니라고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아이덴티티를 부여하는 것이 가장 어려운 과제였다고 말한다. 이를 위해 그들은 걸쇠와 리벳, 안감 등에 티파니 블루 색상을 사용해 누가 봐도 ‘Tiffany & Co.’를 연상할 수 있는 백을 만들었다. 또한 티파니 주얼리에서 디자인 영감을 얻기도 했는데, 주얼 장식이 된 잠금 장치가 특징인 사보이 클러치는 6개의 프롱이 있는 약혼반지의 세팅에서 모티프를 따온 것. 다시 말해 전통 있는 브랜드가 지닌 고유의 특징을 새로운 제품의 영역에도 적용해 친근하게 전달하는 일은 우선 세일즈에 도움이 되고, 나아가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도 높일 수 있는 탁월한 선택이라는 거다.

물론 1847년 보석상으로 시작해 1906년에 고급 액세서리 라인의 백을 선보인 까르띠에, 주얼리를 다루는 장인들과 같은 정교한 기술력을 가죽에 적용해 1997년부터 백 라인을 선보인 불가리의 움직임도 이와 맞닿아 있다. 한편 파인 주얼리 영역에 도전한 패션 하우스도 있다. 주얼리 디자이너 빅투아르 드 카스텔란을 영입하며 1998년 파인 주얼리 라인을 선보인 디올, 2005년에 파인 주얼리 디자인을 시작해 고유의 모노그램 패턴에서 볼 수 있는 모티프를 LV컷 다이아몬드로 선보인 루이 비통 등이 그 주인공. 그들의 경쟁력은 하이 주얼리의 퀄리티와 패션 브랜드의 트렌디한 감각, 무엇보다 마니아들을 유혹하는 브랜드 고유의 아이덴티티를 두루 지녔다는 점이다. 이처럼 자신의 매력과 가치를 충분히 알고 블루 오션에 도전하는 브랜드들의 콜롬버스 못지 않은 개척정신이 당신 앞에 놓인 선택의 즐거움을 망망대해처럼 확장하고 있다.

에디터
박연경
포토그래퍼
COURTESY OF TIFFANY&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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