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일의 발명 part.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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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다른 상상력으로 자신만의 이미지를 꾸준히 발명해가는 인물을 우리는 종종 스타일리스트라고 부른다. 인디의 문법으로 주류 영화계를 활보하는 감독부터 20년에 걸쳐 미니멀리즘을 변주해온 뮤지션과 그래픽 디자이너까지, 독특한 시각적 쾌감의 전도사들을 한자리에 모았다. 최고의 스타일리스트로 추천받은 이름들, 그리고 꼼꼼히 엿본 그들 작업의 DNA는 다음과 같다.

Movie director

스파이크 존즈
스파이크 존즈는 인디와 할리우드를 넘나드는30대 비주얼리스트 감독 모임의 선두주자다.스케이트 보드 문화, 패션, 컨템퍼러리 포토그래피, MTV의 영향을 진득하게 받은 집안 좋고때깔 좋은 젊은 감독들로 구성된 이 모임의 멤버로는 웨스 앤더슨, 빈센트 갈로, 소피아 코폴라, 미셸 공드리 등이 있다. 스파이크 존즈는 이들 중에서도 가장 성공적으로 할리우드 주류시장에 입성한 작가다. 사실 그의 비주얼리스트로서의 특징이 그렇게까지 독창적인 건 아니다. 거친 핸드헬드와 무자비한 역광의 사용 등,그가 활용하는 영상 기법은 사실 90년대 이후MTV 뮤직비디오들(동시에 볼프강 틸먼스 이후 현대 사진작가들)이 지겹도록 반복해온 클리셰에 가깝다. 하지만 스파이크 존즈는 이처럼 대안적이고 인디적인 영상 기법을 대담하게주류 영화에 접합할 줄 안다. 할리우드에서 주류와 비주류의 경계를 이토록 세심하게 무너뜨릴 줄 아는 감독은 정말이지 드물다. 특히 <괴물들이 사는 나라>에서 괴물들이 해변으로 질주한 뒤 석양을 바라보는 장면은 가장 스파이크 존즈다운 시퀀스라고 할 만하다. 그는 보통의 할리우드 영화라면 보정을 거친 인공적인조명과 스테디캠으로 유려하게 뽑아낼 법한 스펙터클을 핸드헬드와 (관객의 눈을 어지럽히는) 역광을 이용해 거칠고 인디적인 느낌 그대로 살려낸다. 재미있게도 이 장면은 그가 오래전에 감독한 위저의‘ Island in the Sun’ 뮤직비디오와 똑 닮았다.
-김도훈(<씨네21> 기자)

MoviePoster designer

존 앨빈
미국의 전설적인 영화 포스터 디자이너. 주인공의 얼굴만 크게 새겨 넣는 형식을 지양하고대신 영화의 메시지를 강렬한 일러스트레이션으로 표현했다. 피사체를 역광과 함께 실루엣만으로 표현하는 건 존 앨빈이 유독 선호했던스타일. 그는 포스터 디자인을 단순한 광고 이미지 이상의 독립된 예술로 격상시키는 데 크게 공헌했다고 평가받는다. <태양의 제국>, <컬러퍼플>, <그렘린>, <블레이드 러너>, 그리고1990년대의 디즈니 애니메이션인 <인어공주>등 일일이 꼽기 힘들 만큼 많은 대표작 가운데서도 디자이너의 개성을 가장 분명하게 담고있는 건 역시 다.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를 패러디한 아이디어도 돋보이거니와 카피와 비주얼이 어느 것 하나 넘치는 느낌 없이 담백하고 또 효과적이다. 손맛이 느껴지는 클래식한 스타일은 포토샵이 세상을 점령한 지금까지도 여전히 요긴한 영감을 불러일으킬 정도다. 2008년, 심근경색으로 세상을 떠나 더 이상 그의 작품을 만날 수 없게 됐다는 사실이 새삼 안타깝다.
-최지웅(디자인 스튜디오 ‘프로파간다’실장)

Furniture designer & Merchandiser

닐스 홀저 무어만
독일의 가구 회사 무어만의 창립자이자 그 자신도 디자이너인 닐스 홀저 무어만은 단순함, 지성, 혁신과 같은 덕목을 제품 디자인의 주요철학으로 삼고 젊은 재능을 발굴해내는 데 주력한다. 대부분이 목재로 만들어지는 무어만사의 제품들은 대단히 실용적일 뿐더러 늘 유쾌한 아이디어를 담고 있는데 대표적인 예가 바로 ‘Bookinist’다. 그 자신 역시 상당한 애서가인 무어만이 눈의 피로를 덜어줄 전등과 80여권의 문고판을 꽂을 수 있는 책꽂이, 이동을 돕는 바퀴 등이 장착된 독서용 의자를 제작한 것. ‘Lese+Lebe(독서+ 삶)’ 역시 아예 책장과 의자를 합체해놓은 제품이다. 순진한 발상을 실생활에 적용 가능한 형태로, 그것도 보기 좋게 구현해내는 그만의 스타일이 잘 녹아 있다.
-이경미(‘인엔 디자인웍스’ 팀장)

Music Video director

크리스 커닝엄
<헬레이저>, <에일리언3> 등의 작품에 특수효과 스태프로 참여하기도 했던 크리스 커닝엄은 1990년대 후반 일렉트로닉 뮤지션 오테커와 만나면서 뮤직비디오 감독으로서의 경력을 시작한 바 있다. 분명한 개성과 이를 시각적으로 풀어낼 연출력을 갖추고 있던 그가 이름을 알리는 데까진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여전히 대표작으로 꼽히는 에이펙스 트윈의 ‘Cometo Daddy’ 클립만 봐도 알 수 있듯, 커닝엄은 나쁜 꿈처럼 음산한 상상력을 축축한 색감으로 묘사하는 데 탁월하다. 수공예적인 연출이 돋보이는 미셸 공드리나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담백한 스타일로 표현하는 스파이크 존즈 등 종종 나란히 언급되는 뮤직비디오 거장들과 비교할 때 그의 세계는 특별할 만큼 위험하고 차가우며 그래서 더 매혹적이다. 포티쉐드의 , 마돈나의 등 널리 알려진 작품이 많지만 비요크의 는 특히 압도적이다. 섬뜩하게 차가운 화면의 질감, 신체 변형, 기이한 에로티시즘 같은 연출자의 특징이 흥미롭게 변주된 클립이기도 하다.
-위정환(영상 집단 ‘어 배드 로봇 프로젝트’)

포토그래퍼
김범경, COURTESY OF TEAM GALLERY, COURTESY OF INNEN DESIGN WOR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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