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레브리티의 스타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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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일이 세상을 지배하게 된 게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그 스타일의 대부분이 셀레브리티의 힘에 기대기 시작한 것은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다. 이 과정에서 셀레브리티와 밀접하게 움직이는 스타일리스트들은 과거 ‘스타의 시종’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나 현대 패션의 이미지 메이커이자 트렌드세터로서 강력한 힘을 발휘하고 있다. 이달‘, 스타 공화국’ 대한민국을 움직이는 스타일리스트 11인의 화보와 인터뷰를 담았다. 취향 창조자로서 셀렙 스타일리스트의 위상을 새롭게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기사에 게재된 화보는 각 스타일리스트의 포트폴리오에서 발췌한 것입니다.)

1. 소녀시대 1집의 앨범 재킷.2. 포미닛 1집의 앨범 재킷.3. 동방신기의 화보집 ‘The Prince in Prague’.4. 보아의 1집 앨범 재킷.5. 화보집 형태로 만든 이효리의 3집 앨범.6. 애프터스쿨의 1집 앨범 재킷.7. 동방신기의 화보집.8. 동방신기의 4집 앨범 재킷.9. 동방신기의 화보집.

1. 소녀시대 1집의 앨범 재킷.
2. 포미닛 1집의 앨범 재킷.
3. 동방신기의 화보집 ‘The Prince in Prague’.
4. 보아의 1집 앨범 재킷.
5. 화보집 형태로 만든 이효리의 3집 앨범.
6. 애프터스쿨의 1집 앨범 재킷.
7. 동방신기의 화보집.
8. 동방신기의 4집 앨범 재킷.
9. 동방신기의 화보집.

정보윤
profile: 1991년 서태지와 아이들‘ 난 알아요’로 스타일링 시작. 듀스, 언타이틀, 젝스키스, HOT, 핑클, 이효리, 소녀시대, 동방신기의 앨범, 뮤직 비디오, 공연의 비주얼 디렉팅. 김건모, 신승훈, 인순이, 애프터스쿨, 하지원, 한가인, 이휘재, 정준하 외 다수 셀레브러티 스타일링.

서태지와 아이들부터 이효리까지. 우리가 기억하는 대한민국의 대표 가수들을 이름을 차례로 죽 열거하면, 그건 그대로 정보윤의 포트폴리오가 된다. 한국의 1세대 스타일리스트? 유행 아이템 제조기? 그녀를 수식할 화려한 말들이 차고 넘쳐도, 스타일링에 처음 뛰어들던 그때 부터 지금까지 변함없이 반짝거리는 두 눈만큼, 그녀를 잘 설명할 수 있는 건 없어 보인다.

정보윤식 스타일링은 무엇인가?

앞서가는 것? 사실 내 스타일이 정해져 있어서 가수들에게 적용시킨다기보다, 각 가수가 들고 나오는 콘셉트, 곡, 안무 등 여러 가지 상황에 맞춰 다양하게 변주해야 하는 것이 내 임무다. 다만, 대중에게 새로운 것을 전달하기 위해 한 템포 앞서나가려는 노력을 꾸준히 해왔다.

처음 스타일링에 뛰어든 때를 기억하는가?

런던에서 유학 생활을 하다가, 여름방학 때 아르바이트로 월간 <멋>의 촬영 어시스턴트를 잠깐 했다. 그러다 인연이 닿은 것이 서태지와 아이들이었다. 정장을 입고 무대에 나와 ‘난 알아요’로 히트를 쳤는데, 내가 처음으로 힙합 래퍼 스타일의 의상을 입혀 화제를 모았다. 그때를 시작으로 듀스, 언타이틀, HOT와 같은 아이돌의 시대가 열렸다.

히트 제조기로 불리는데, 기억나는 유행 아이템이 있다면?

서태지와 아이들의 힙합 바지, 듀스의 스트라이프 의상, 핑클의 링 귀고리, HOT의 귀마개, 보아의 벨티드 팬츠….

우리 시대에 스타일리스트의 역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비주얼 디렉터. 우리는 단순히 셀레브러티에게 옷을 입혀주는 사람이 아니다. 앨범의 콘셉트는 물론, 뮤직비디오, 공연, 미디어와의 관계, 심리 상태에 이르기까지 총체적인 관리자 역할을 하고 있다. 언제나 ‘핫이슈’가 필요한 한국 시장에서는 스타일리스트의 책임감이 더욱 크다.

최경원1. 김민희의 상큼함이 더욱 돋보였던 드라마 의 스타일링.2. 스타일리스트 서은영의 손과 발이 되어 어시스턴트로 일하던 시절의  화보.최진영1. 조인성의 강렬한 눈빛을 살린  화보.2. 거칠고 야성적인 조인성의 모습을 담은  화보.3. 영화 홍보를 위해 촬영한 강혜정의 사랑스러운 모습.박세준1. 에 게재된 배두나의 감수성을 잘 표현한 화보. 2. 에 게재된 너드 스타일로 변신한 공효진의 모습. 3. 에 실린 김민희의 예쁜 모습.

최경원
1. 김민희의 상큼함이 더욱 돋보였던 드라마 <연애결혼>의 스타일링.
2. 스타일리스트 서은영의 손과 발이 되어 어시스턴트로 일하던 시절의 <더블유> 화보.
최진영
1. 조인성의 강렬한 눈빛을 살린 <코스모폴리탄> 화보.
2. 거칠고 야성적인 조인성의 모습을 담은 <보그> 화보.
3. 영화 홍보를 위해 촬영한 강혜정의 사랑스러운 모습.
박세준
1. <오 보이!>에 게재된 배두나의 감수성을 잘 표현한 화보.
2. <데이즈드 앤 컨퓨즈드>에 게재된 너드 스타일로 변신한 공효진의 모습.
3. <오 보이!>에 실린 김민희의 예쁜 모습.

최경원
profile: 아장 드 베티 스타일리스트 팀 팀장 역임, KBS 드라마 <연애결혼> 김민희 스타일링 참여

최경원은 스타일리스트 서영은의 어시스턴트로 3년간 일을 배우고 최근에 독립. 어시스턴트 시절 쌓아온 인맥과 노하우를 통해 이제 막 사람들에게 인사를 시작한 풋풋한 신인 스타일리스트다. 그러한 타이밍에 더블유는 그녀를 만나게 되었고 이번 기회를 통해 자신의 끼를 유감없이 발휘한, 재능과 운이 함께하는 스타일리스트다.

스타일리스트를 선택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는?

의상학과를 졸업한 후 진로에 대한 명확한 확신 없이 대학원에 진학했다. 학교를 다니다 말고 홀연히 떠난 유럽 여행에서 평소 좋아하던 스타일리스트 서은영에게 무작정 연락을 했고 운좋게 일을 배울 수 있게 되었다. 그후 뒤돌아보지 않고 열심히 달렸다. 어시스턴트 시절 동안 말로는 다하지 못할 무수한 경험을 했고 멋진 비주얼을 통해 시각적인 아름다움을 만들어내는 일, 그게 바로 내가 하고 싶은 일이라는 것을 더욱 명확하게 깨달았다.

셀레브리티를 스타일링하는 것의 가장 큰 매력은 무엇인가?

드라마, 영화, 잡지 화보, 광고. 매체마다 표현할 수 있는 방식이 다 다른데 각기 다른 매력의 이것들을 셀레브리티를 통해서 모두 다룰 수 있다는 점이다.

나만의 스타일링 철학이나 원칙은 무엇인가?

무조건 자연스러워야 한다. 입는 사람이 어색해하지 않아야 한다. 부자연스럽거나 어색해한다면 어떤 방식으로든 그것이 드러나게 되어있다. 사람의 마음이나 감정을 읽을 줄 알고, 이것이 반영된 스타일링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스타일링에 영감을 주는 것들이나 최근에 감명 깊었던 것은 무엇인가?

영화, 사진, 아트북 등. 이들을 통해 느껴지는 생각, 감정들을 늘 메모한다. 이번 더블유 화보를 진행하면서도 모아놓은 메모에서 영감을 많이 얻었다. 뿌듯했다.

앞으로 하고 싶은 작업은 무엇인가?

아직 시작 단계라 하고싶은 게 너무 많지만 우선 <녹색 광선>이나 <브로큰 임브레이스>처럼 매력적인 여자 주인공이 나오는 영화의 스타일링 작업을 해보고 싶다. 또, 개인적으로 타이포그래피나 그래픽 디자인에도 관심이 많은 편이라 패션과 이러한 것들을 접목시켜 할 수 있는 ‘프로젝트’를 만들고 싶다. 그리고 그 프로젝트 그룹과 함께 전시를 열고 싶다.

최진영
profile: 영화 <쌍화점> 조인성 영화 홍보 스타일링, 영화 <걸프렌즈>, <우리집에 왜왔니> 강혜정 영화 홍보 스타일링, 주말드라마 <그대 웃어요> 정경호 스타일링, 주말드라마 <민들레 가족> 이윤지 스타일링

최진영은 첫 미팅에서 수줍게 인사를 건넸다. 하지만 시안을 이야기할 때는 매우 정확하고 분명하게 콘셉트를 전했고 촬영 당일, 자신이 내뱉은 이야기를 명확하게 이미지로 만들어냈다. 그리고 만족스럽다는 그녀는 그 말보다 먼저 멋지게 화보를 완성해준 스태프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건넸다. 그녀는 야무지고 따뜻하고 의리가 있었다. 그것이 그녀가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꾸준하게 셀러브리티들과 작업을 하게 된 이유다.

스타일링 콘셉트를 잡는 데 영향을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치는 것은 무엇인가?

캐릭터다. 몇 달 동안 작품 속 주인공으로 살아가는 배우들 옆에서 동고동락하다 보니 배우 못지않게 그 역할에 집중하게 된다. 나 역시 배우만큼이나 캐릭터를 잘 이해해야 하며 동시에 배우의 마음까지 읽어야 한다.

스타일리스트를 한 마디로 정의한다면?

스타일리스트는 화가다. 어떻게 그려내느냐에 따라 도화지는 달라진다. 도화지의 질감이나 크기, 그리는 상황은 다르겠지만 어쨌거나 그 도화지를 완성해가는 것은 온전히 스타일리스트의 몫이다. 그것이 스타일리스트의 매력이기도 하다.

나만이 가진 스타일링의 철학이나 원칙이 있다면?

기본적인 것에 충실한 것이 원칙이라면 원칙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우선시하는 것은 ‘소재’다. 좋은 소재를 레이어링하는 것을 항상 염두에 두고 스타일링한다.

스타일리스트로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언제인가? 반대로 절망적인 기분이 들 때는?

작품을 시작하기 전 백지 상태에서 콘셉트를 잡을 때가 가장 재미있다. 이번 <더블유> 화보를 위해 시안을 찾을 때도 기분이 무척 좋았다. 그리고 생각했던 이미지가 배우를 통해 눈앞에 펼쳐졌을 때가 가장 행복하다. 절망적인 기분이 들 때는 그 반대일 때다. 원하던 이미지가 나오지 않으면 스스로 고민이 부족했다는 생각이 들면서 아쉽고 속상하다.


박세준

profile: 현재 배우 공효진과 배두나, 뮤지션 정재형의 스타일리스트. 하이트 맥스, 소니, 파리 바게트 등 다수의 광고 촬영. 영화 <오감도> 포스터 및 슈콤마보니의 이보현의 책 <더 슈즈> 스타일링

박세준이 스타일링한 잡지 <오 보이! >의 김민희 화보를 보고 참 예쁘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섬세하고 예쁜 감성을 지녔다. 그녀는 양말의 컬러 하나가 혹은 투명한 소재 하나가 어떻게 다른 느낌을 만들어내는지를 잘 알고 있다. 그리고 이는 본능적인 것이므로 특별하다. 특별한 감성의 그녀가 또 다른 특별한 감성을 지닌 배우 공효진과 배두나를 만나서 그녀의 스타일링은 더욱 빛을 발한다. 그녀가 자신만의 특별한 감성과 스타일을 지켜나가길 바란다.

당신의 스타일에 대해 설명해달라.
심플하지만 감성이 담긴 스타일.

스타일리스트로서 자신의 강점은 무엇인가?

욕심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나만의 스타일을 지킬 수 있는 것 같다. 나와 너무 다른 스타일을 지닌 연예인까지 스타일링하려고 무리하지 않기 때문이다.

스타일리스트의 의미에 대해서 생각해봤나?

한강 같다. 한강은 남과 북을 나누지만 양쪽을 적절히 보여주고 양쪽에 새로운 것을 전달한다. 그것이 바로 내 역할이다.

당신에게 있어 아름다움이란 무엇인가?

자연스럽게 천천히 흘러가는 것이 아름답다. 나 역시 언제 어디에서 무엇을 하든 늘 자연스럽기를 바란다.

세상 누구든 스타일링할 수 있다면 누구를 하고 싶은가?

샤를로트 갱스부르. 왠지 나와 잘 맞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최근 무엇에 빠져 있나?

기타를 친다. 헤비 메탈만 빼곤 장르에 상관없이 좋은 음악을 듣는다. 브릿팝을 많이 듣는 편이고 시규어 로스, 킹즈 오브 컨비니언스를 들을 땐 다른 곳에 다녀온 느낌이다. 뮤직비디오에서도 많은 영감을 얻는다.

거리에 있는 젊은이들의 패션에 대해 한 마디 조언한다면?

스타일은 각자의 취향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이즈와 핏은 매우 중요하다. 팬츠를 너무 꽉 끼게 입은 여성은 한 사이즈만 크게, 팬츠 단을 너무 돌돌 말아 올린 남성은 한 단만 내려 입길.

강이슬1. 영화 에 등장한 전도연의‘ 하녀룩’은 정갈하면서도 묘하게 관능적이다.2. 칸 영화제에 참석한 배우 전도연의 눈부신 레드카펫 룩. 3. 이민기의 날카롭고 세련된 이미지를 담은 패션 화보.남주희1. 고수의 서정적인분위기에 걸맞은 편안한 스타일링.2. 어떤 스타일도 자연스럽게 소화해내는 강동원과의 화보 작업.3. 스타일리시한 스트리트 룩을 부각시킨 송중기 화보. 4. 강렬한 의상을 통해 이동욱의 색다른 모습을 이끌어냈다.5. 최여진의 몸매를 부각시킨 언더웨어 스타일링의  화보.6. 기본적인 스타일도 멋지게 소화하는 배우 이병헌과의 화보 작업.

강이슬
1. 영화 <하녀>에 등장한 전도연의‘ 하녀룩’은 정갈하면서도 묘하게 관능적이다.
2. 칸 영화제에 참석한 배우 전도연의 눈부신 레드카펫 룩.
3. 이민기의 날카롭고 세련된 이미지를 담은 패션 화보.
남주희
1. 고수의 서정적인
분위기에 걸맞은 편안한 스타일링.
2. 어떤 스타일도 자연스럽게 소화해내는 강동원과의 화보 작업.
3. 스타일리시한 스트리트 룩을 부각시킨 송중기 화보.
4. 강렬한 의상을 통해 이동욱의 색다른 모습을 이끌어냈다.
5. 최여진의 몸매를 부각시킨 언더웨어 스타일링의 <더블유> 화보.
6. 기본적인 스타일도 멋지게 소화하는 배우 이병헌과의 화보 작업.

강이슬
profile: 런던 칼리지 오브 패션(LCF) 패션 스타일링 & 포토그래피 전공. 영화 <하녀> 전도연 스타일링, 영화 <퀵> 이민기 스타일링, 영화 <비밀애> 윤진서 스타일링

스타일리스트 강이슬은 낯선 이름이다. 그도 그럴 것이 본격적으로 이 일을 시작한 지 이제 2년여에 불과하니까. 하지만 그녀는 경력이 곧 실력의 잣대가 아님을 증명하듯 신인답지 않은 행보를 보이고 있다. 특히 최근 눈에 띄게 달라진 배우 전도연과 이민기의 스타일은 그녀의 실력을 방증하는 결과물이다. 중요한 건 그녀의 스타일링이 아직 완성형이 아닌 진행형이라는 사실. 그래서 우리는 강이슬을 ‘오늘보다 내일’ 이 더 기대되는 스타일리스트라 부른다.

스타일리스트 일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런던 유학을 마치고 돌아와 영국에서 알게 된 지인의 소개로 한 잡지사에서 어시스턴트로 시작, 잠시 프리랜스 에디터로 활동했다. 그러다 김병철 이사님이 배우 윤진서 씨를 소개하면서 본격적으로 셀럽 스타일리스트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

내로라하는 중견 스타일리스트가 아닌 신인 스타일리스트가 전도연 씨의 스타일링을 맡고 있다는 사강이슬 실이놀라웠다.

나 역시 처음 의뢰가 들어왔을 때 의아했다. 그래서 미팅을 할 때도 ‘설마, 내가되겠어’ 하는 마음으로 그분을 만난다는 사실에 의의를 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미팅 후 그녀는 나에게 작은 인터뷰 스타일링을 맡겼고, 그렇게 시작하게 되었다. 나중에 들어보니 내가 어떤 옷을 갖고 올지 궁금했다고 하더라.

아무래도 주목받는 배우의 스타일링을 맡으면 다른 연예인들로부터 제의가 많이 들어올 것 같다.

제안은 많이 들어오지만 아직은 지금 맡고 있는 일에 더 집중하고 싶어서 감사하지만 고사하고 있다. 물론 어시스턴트들의 힘을 빌리면 가능할 수 있겠지만 뭐든 내가 직접 해야 마음이 놓이는 편이고, 또 아직 내 위치에선 그게 옳다고 생각한다.

스타일리스트들은 저마다 색깔이 있다. 어떤 스타일을 추구하는가.

런던으로 유학을 간 것도 런던 특유의 빈티지한 스트리트 패션이 좋아서였다. 특히 영국 <보그>의 에디터 케이트 펠란의 화보 스타일링을 흠모하는데 런던 특유의 스트리트적인 이미지를 하이패션으로 재해석하는 능력에 감탄하곤 한다. 내가 좋아하고, 추구하고 싶은 스타일도 이와 비슷하다.

훌륭한 스타일리스트가 되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나.

일도 중요하지만 그 못지않게 패션은 물론 미술, 책, 음악 많이 보고, 듣고, 느끼는 것이 스타일리스트의 가장 중요한 일과라고 생각한다. 내가 가진 ‘감’에만 의존하면 금세 바닥이 난다고 생각한다. 항상 발전하기 위해 부지런히 공부하는스타일리스트가 되고 싶다.

남주희
profile: 영화 의상 <늑대의 유혹>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의 강동원, <아내가 결혼했다>의 김주혁 스타일링, 드라마 <아이리스>의 이병헌, <미안하다 사랑한다>의 최여진, <크리스마스에 눈이 올까요>의 고수 스타일링, M.Net <트렌드 리포트필>의 최여진 스타일링, 현재 원더걸스의 해외 프로모션 스타일링

손꼽히는 국내 훈남 배우들의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스타일리스트 남주희. 앨범 한 장, 시상식 한 번에 셀레브리티와 스타일리스트와의 관계가 바뀌는 이 시장에서 꾸준히 그 관계를 지속해오고 있는 그녀의 무기는 사실 가벼운 친근함보다는 묵직한 신뢰감이다. 그 배우가 가진 것을 잘 드러내주는, 무엇보다 그 사람의 이미지와 맞닿은 자연스러운 스타일링이 그녀의 취향과 성격을 대변한다. 이렇듯 그녀가 말하는 스타일링과 삶에는 ‘존중’ 의 미덕이 자리한다.

이병헌, 강동원, 고수, 김강우, 하석진 등 주로 남자 배우들의 스타일링을 맡고 있다. 그 이유가 있나?
처음 스타일링을 시작할 때 함께 작업한 배우가 강동원씨였고, 개인적으로 화려한 것보다는 심플한 룩을 추구한다. 그래서 남성복 스타일링이 더 편안하게 느껴지는 면이 있다.

남자 배우의 스타일링에 있어서 가장 염두에 두는 부분은?
마치 자신의 옷을 입은듯한 자연스러운 피팅감. 그래서 협찬용 수트 샘플을 착용할 경우엔 미리 그 배우의 사이즈에 맞게 가수선을 하기도 한다.

스타일링 콘셉트를 정할 때 영향을 받는 것은?
기본적으로 트렌드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평소 스타일닷컴과 퍼스트뷰 등을 통해 트렌드를 접하고, 그것을 비주얼화할 때면 영화 속의 한 장면에서 영감을 얻기도 한다.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스타일링은?
사람들에게 공감을 이끌어내는 심플한 룩.

오늘날 스타의 스타일리스트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최근 ‘패셔니스타’라는 개념이 대두되면서 셀레브리티 패션에 대중의 관심이 집중되고, 인터넷을 통해 피드백도 바로 이루어지고 있다. 사람들에게 스타일리스트라는 직업이 강하게 인식되는 것 같아 좋아 보이는 부분도 있지만,반대로 작업의 결과물보다는 스타일리스트의 엔터테이너적인 기질을 더 많이 원하는 부분이 늘어나서 조금 아쉽기도 하다.

스타일리스트로서 가장 만족감을 느끼는 순간과 그렇지 않은 때는 언제인가?

셀레브리티와 소속사, 대중, 그리고 나 자신이 모두 만족하는 계산된 결과물이 나왔을 때 기쁘다. 반면 스타일링과는 별개로 셀레브리티들의 파급력이나 위치에 따라 베스트와 워스트 드레서로 나뉠 때는 실망스럽다.

12년이라는 스타일리스트로서의 경험을 통해 깨달은 원칙이 있다면?

다른 전문가들의 작업에 대한 견해을 믿고 따라주는 것. 처음 일을 시작할 때는 메이크업 아티스트에게 ‘이 드레스엔 붉은 입술이 더 잘 어울릴 것 같은데’라고 의견을 제시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이젠 프로페셔널한 스태프들의 작업에는 그들 각자의 이유와 노하우가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최희진1, 3, 4. 한채영, 이병헌, 김민희와 함께 한 파티 화보로 강렬한 스타일링을 시도했다.2. 아방가르드한 스타일을 센슈얼하게 소화해낸 손담비와의 화보 작업.김우리 1. 의 이효리 LA 로케이션 화보.2. 어른이 된 유노윤호의 이미지.3. 그룹 비스트 이기광의 절제된 모습. 4. 의 사극 이미지를 벗고 모던한 모습으로 변신한 이요원 화보 작업.5. 파격적인 신으로 화제가 되었던 의 윤은혜, 이용우 홍콩 로케이션 화보.

최희진
1, 3, 4. 한채영, 이병헌, 김민희와 함께 한 파티 화보로 강렬한 스타일링을 시도했다.
2. 아방가르드한 스타일을 센슈얼하게 소화해낸 손담비와의 화보 작업.
김우리
1. <더블유>의 이효리 LA 로케이션 화보.
2. 어른이 된 유노윤호의 이미지.
3. 그룹 비스트 이기광의 절제된 모습.
4. <선덕여왕>의 사극 이미지를 벗고 모던한 모습으로 변신한 이요원 화보 작업.
5. 파격적인 신으로 화제가 되었던 <더블유>의 윤은혜, 이용우 홍콩 로케이션 화보.

최희진
profile: 1997년 방송 스타일링 시작, 뮤지컬 <하드락 까페>, <페임>, <넌센스>, <로키호러픽처쇼>의 스타일링 디렉터, 각종 시상식과 영화제의 한채영 스타일링
드라마 <꽃보다 남자>의 이민정과 한채영, <커피하우스>의 강지환, <미남이시네요>의 유이 스타일링, 손담비의 무대와 앨범 커버 스타일링, 유이(애프터스쿨)의 광고와 화보 스타일링

스타일리스트의 능력을 가늠하는 첫 번째는 타고난 감각일지 모른다. 하지만 단순한 감각을 넘어서 그녀의 작업을 설명하는 첫 단어는 견고함과 노력이다. 가수 손담비가 선보인 그 유명한 ‘토요일 밤에’ 의 1980년대 파워숄더 룩을 탄생시킬 때도 비딩 원단이 맘에 안 들어 일일이 손으로 비즈를 붙인 그녀. 그리고 이러한 그녀가 지향하는 스타일링의 종착점은 크리에이티브한 작업으로 귀결된다. 매번 한 걸음 더 새로운 작업을 향해 나아가는 스타일리스트 최희진이 자신의 뜨겁고도 차가운 열정을 불러일으키는 것들에 대해 말했다.

스타일리스트로서 작업에 가장 큰 영향을 준 사람은?
지금은 볼 수 없는 디자이너 알렉산더 매퀸. 항상 그가 새롭게 선보이는 무대와 의상을 볼 때마다 천재적인 상상력에 자극을 받곤 했다.

현재의 작업 스타일을 설명하는 한 가지 단어를 꼽는다면?
핸드메이드. 힘은 들지만 최고의 만족도를 얻을 수 있다.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스타일링은?
크리에이티브한 비주얼. 항상 새로운 시공간의 인물을 창조할 수 있는 뮤지컬 스타일링에 매력을 느낀다. 몇 달 전 애프터스쿨의 에코 화보를 통해 비록 재활용 용품이지만 직접 기획하고 만들어낸 의상으로 비주얼을 완성했을 때의 짜릿함은 잊을 수 없다.

스타일리스트로서 갖춰야 할 덕목이 있다면?
늘 이슈가 되는 셀레브리티들과 함께 작업한다는 것은 즐겁지만 항상 긴장의 연속이다. 그리고 언제나 새로운 걸 보여주기 위해서는 남들보다 먼저 보고 있어야 한다.

스타일리스트라는 직업의 매력은?
좋은 쪽이든 나쁜 쪽이든 간에 실험적인 요소들을 많이 활용할 수 있다는 것.

스타일링 원칙이 있다면?
기본에 충실할 것. 단순한 게 가장 어렵고 동시에 가장 좋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나만 더하다 보면 오버하게 되고, 그것이야말로 스타일링을 그르치는 가장 위험한 길이다. 그리고 때론 주관적인 취향을 배제하고 그 사람과 어울리는지에 대해 냉정하게 판단하는 객관성도 필요하다.

스타일리스트라는 역할을 다른 무언가에 비유한다면?
천 가지 삶과 사람을 만드는 일. 그래서 나 역시 매일 다른 세상과 다른 삶을 살아갈 수 있는 것이 이 일의 원동력이 된다.

스타일리스트로서 가장 뿌듯한 순간은?
시상식 드레스를 준비할 때는 그 판단에 신중해지게 된다. 배우 스스로도 맘에 드는 옷을 입고 당당하게 포즈를 취할 때, 그리고 자신감을 갖고 시도한 선택이 프레스와 대중에게도 좋은 반응을 얻을 때 행복하다.

김우리
profile: 서울예전 영화연출 전공, 80년대 후반, 가수로 연예계 경력 시작 태사자, 핑클, 신화 등 1세대 아이돌 가수 스타일링, 이수영, 플라이 투 더 스카이, 박효신 등 스타일링, 광고, 공연, 드라마, 무대의상, 화보를 넘나들며 작업

스타일리스트 김우리의 물샐틈없는 스케줄 사이를 뚫고 약속을 잡는다는 건 어쩌면 그와 함께 일하는 연예인을 직접 보는 것보다 어려운 일일 수도 있다. 스타일리스트라는 직업 자체가 생소했던 시절, ‘남자가 옷 들고 다닌다’ 는 눈총을 받으면서도 트렌드를 읽는 감과 특유의 쾌활한 성격을 무기로 업계의 터전을 닦은 1세대 스타일리스트가 바로 그다. ‘나는 패션 하는 사람이 아니라 세상 돌아가는 방향을 읽어주는 사람’ 이라고 말하는 김우리의 삶과 일에 대하여.

지금은 여러 매체와도 일하지만 역시 김우리를 업계에 인식시킨 것은 ‘스타를 움직이는 힘이 있다’는 이유였다. 어떻게 이 일을 시작하게 되었나?
80년대 후반에 가수로 활동했다. 아주 유명한 가수가 되진 못했지만, 이런저런 옷을 입고 무대에 서는 것을 꽤 좋아했는데, 당시 가수 신효범 씨가 우연히 내게 일을 제안했다.‘난 널 사랑해’로 히트를 치자 입소문이 나서 일이 많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스타일리스트라는 직업이 생소했던 시절이라, 남자로서 일하기에 쉽지 않았을 거 같다.

그렇다. 당시에는 김현량 선배, 정보윤, 김효성 씨 정도만이 ‘코디’라는 이름으로 활동하고 있었을 때였다. 말하자면 ‘이 바닥’은 거친 남자의 세계였다. 남자 매니저들이 수상하게 쳐다보면서 뒷이야기를 하는 경우도 많았다. 하지만 내가 가져온 옷을 스타들이 좋아하면서 입고, ‘형’이라 부르면서 따르기 시작하자 자연스럽게 그런 말이 없어졌다.

유독 가수 스타일링을 많이 했다. 이유가 뭔가?

스피디하게 승부를 봐야 하는 내 성향과 맞는다. 가수는 3분 30초의 무대에서 모든 것을 보여줘야 한다. 하나의 콘셉트를 잡았으면 디자인 오더에서 제작, 가봉과 방송 납품까지 모든 것을 일사천리로 해내야 했고, 그만큼 스타일링에 대한 반응도 빨랐다. 심할 때는 한 달에 몇백 벌의 옷을 제작해야 할 때도 있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어떻게 했나 싶다. 내가 가수 했을 때 입고 싶었던 옷들을 입히니까 입는 스타도, 보는 대중도 재밌게 봐준 것 같다.

사실 연예계와 ‘하이패션계’와는 다소 거리가 있었다. 하지만 당신 같은 스타일리스트들이 진입하면서 상황이 달라지기 시작했는데.

내게 있어 결정적인 터닝포인트는 이효리가 솔로로 데뷔하고, 에릭과 정려원이 드라마로 옮겨가게 된 2002~2003년이었다. 잡지 인터뷰 화보에서도‘ 무대복’을 입는게 보통이었는데 이때부터 스타일리스트가 하이패션 브랜드의 의상으로 지금과 같은 화보를 찍기 시작했던 것이다. 같이 일하는 가수들의 영역이 넓어지면서, 나 역시 전방위로 일하게 되었다.

광고부터 화보, 무대의상과 드라마에 이르기까지 많은 것을 했다. 앞으로 어떤 것을 해보고 싶나?

스타일링 그 자체만으로는 천재처럼 잘하는 분들이 너무 많다. 에디터들도 그렇고. 나는 그런 재주보다는 연출을 전공한 만큼 내러티브가 있는 이미지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에 실린 윤은혜 화보 같은 스타일

서수경1. 2010 S/S NII 광고 비주얼.2. 2010 F/W 비트로 광고의 펑키한 스포티브 룩.지은1. 탑의 하이트 맥주 광고 비주얼 작업. 2. 태양의 솔로 앨범‘ 웨딩드레스’재킷 이미지.3. 지드래곤의 솔로 앨범‘ 하트브레이커’재킷 이미지 작업.한송경1. 고급스러운 란제리 룩을 선보인 박진희와의 화보 작업.2. 박진희의 부드러움이 살아 있는 포트레이트.3. 단아한 이미지의 손예진은 피셔네트 스타킹만으로도 이미지를 변신시킬 수 있다고.4. 영화계의 블루칩, 서우는 과감한 스타일도 잘 받아들여 작업하기 즐거운 배우다.

서수경
1. 2010 S/S NII 광고 비주얼.
2. 2010 F/W 비트로 광고의 펑키한 스포티브 룩.
지은
1. 탑의 하이트 맥주 광고 비주얼 작업.
2. 태양의 솔로 앨범‘ 웨딩드레스’재킷 이미지.
3. 지드래곤의 솔로 앨범‘ 하트브레이커’재킷 이미지 작업.
한송경
1. 고급스러운 란제리 룩을 선보인 박진희와의 화보 작업.
2. 박진희의 부드러움이 살아 있는 포트레이트.
3. 단아한 이미지의 손예진은 피셔네트 스타킹만으로도 이미지를 변신시킬 수 있다고.
4. 영화계의 블루칩, 서우는 과감한 스타일도 잘 받아들여 작업하기 즐거운 배우다.

서수경
profile: 드라마 <에덴의 동쪽> 정혜영 스타일링, 드라마 <맨땅의 헤딩> 아라 스타일링, 드라마 <미남이시네요> 박신혜 스타일링, 드라마 <지붕 뚫고 하이킥> 유인나 스타일링, 에뛰드, 메이폴, 스코노, 비트로, PAT, 와일드 로즈, 가든파이브 등 광고 스타일링

서수경 실장은 비교적 어린 나이(1983년생)임에도 최근 가장 눈에 띄게 활동하는 차세대 스타일리스트. 스타일리스트 한혜연의 어시스턴트로 오랫동안 탄탄한 기본기를 쌓은 덕분에 데뷔와 동시에 굵직한 작업을 맡으며 빠르게 성장했다. 예의 특유의 밝고 활기찬 성격과 친근하고 세련된 스타일링 감각은 셀레브리티들과 광고, 잡지에서 스타일리스트 서수경에게 끊임없이 러브콜을 보내는 이유.

스타일리스트를 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학창시절 선생님께서 꿈을 물으면서 ‘제일 잘하고, 빨리 하는 것’을 떠올리라고 하셨을 때‘ 누군가를 꾸며주는 일’이 생각났다. 그리고 스타일리스트 정보윤 실장님이 핑클을 맡고 있던 시절, TV에 출연한 모습을 보고 ‘바로 이거다’ 싶었다. 이후 대학시절 특강에서 한혜연 실장님을 만나면서 어시스턴트가 되었고, 결국 꿈을 이루게 되었다.

현재 셀렙 스타일링, 상업 광고, 패션 화보 등 다방면에서 활동하는데 어느 것에 가장 큰 애착을 느끼는가?
각자 매력이 다르다. 셀렙 스타일링은 피드백이 매우 빠르고 확실하다. 때문에 희열도 실망도 큰 편. 또 CF나 지면 광고 등은 제약이 많지만 막상 광고가 TV나 거리에서 보이면 왈칵 눈물이 날 것 같다. 또 화보나 패션 광고는 나의 생각과 개성을 표현하는 ‘장’이기에 애착을 갖게 된다.

자신의 강점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밝고 긍정적인 성격과 성실성. 내 욕심을 채우기보단 사람들과 융화하려고 노력한다. 멋진 스타일링만큼이나 촬영장 분위기를 좋게 만들고, 스태프들의 컨디션을 최고조에 이르게 하는 것도 내 일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스타일링에서 가장 중요시하는 점은?
멋진 스타일링은 멋진 옷만으로 가능한 것은 아니다. 입는 사람의 마음가짐이 가장 중요하다. 아무리 예쁜 옷도 입었을 때 자신감을 느끼고 행복해하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궁극적으로 나는 스타일링을 통해 입는 사람, 이를 보는 사람들을 모두 즐겁게 하고 싶다.

지은
profile: 2000년 원타임 스타일리스트로 데뷔, YG 전속 스타일리스트로 지누션, 렉시, 빅뱅, 세븐의 뮤직비디오, 무대, CF 전편 스타일링

우리나라에 처음으로 ‘패션 아이콘’ 뮤지션을 탄생시킨 빅뱅의 스타일리스트 지은. 하이패션과 스트리트 패션의 감성을 적절하게 접목하여, 대중은 물론 패션계의 특별한 관심을 이끌어낸 그녀의 감각은 단순히 옷을 입히는 재주에 있는 것이 아니라, 시대의 흐름을 읽어내는 본능과 뼛속까지 패션으로 똘똘 뭉친 ‘팔
자’ 에 있는 듯하다. 빅뱅에 이어 세븐의 성공적인 컴백까지 완성한 그녀의 다음 행보가 기대된다.

당신의 스타일을 한 마디로 표현한다면?

믹스 매치. 워낙 클래식한 것과 컨템퍼러리한 것을 동시에 좋아하고, 뭐든 살짝 비틀어 보여주는 걸 선호한다. 서로 다른 장르에 속한 사람들이 협업해서 만들어내는 컬래버레이션처럼 말이다. 하지만 그렇게 하기 위해선 자연스럽고 억지스럽지 않을 지점을 찾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 노력은 어떤 건가?
무조건 많이 보려고 하고, 기억하려고 하고, 남기려고 한다. 제대로 섞으려면, 두 가지에 대해 정확히 알고 있어야 하니까. 잡지도 스트리트부터 하이엔드까지, 비주얼 관련 서적은 모조리 섭렵한다.

YG 소속 뮤지션만 맡아서 하고 있는데, 그 이유는 무엇인지?
솔직히 말해, 변신을 꾀하는 여러 셀레브리티들의 제안이 꽤 있었다. 하지만 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 이유는, 이곳이 내 작업을 보호해주고, 또 그 안에서 마음껏 자유로울 수 있기 때문이다. YG만의 색깔이 확실하다는 것, 그리고 그것이 나와 크나큰 연결고리를 갖고 있다는 것, 그리고 YG는 이제 나의 가족 같은 존재라는 것도 큰 이유다.

좌절할 때는 언제인가?
내가 그리는 그림은 너무도 거대한데, 현실적으로 뒷받침되지 않을 때. 패션에는 어쩔 수 없이 시즌이라는 것이 있어서, 욕심만큼 다 공수할 수가 없다는 것이 늘 숙제다. 하지만 그 덕분에 내 손으로 직접 만들어내는 작업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거기서 또 다른 세계를 발견하고 있다.

궁극적인 목표는 무엇인가?
내가 만들어내는 스타일이 대중에게 좋은 자극과 영향이 되면 좋겠다. 어릴 땐 누가 날 따라 하는 게 그렇게 싫더니, 요즘엔 내 우발적인 스타일링 하나가 다음 날 동대문 시장 판매율에 영향을 준다는 사실이 기쁘게 느껴지기도 한다. 엔도르핀이 돈다고 해야 하나.

당신에게 패션은 무엇인가?

나의 세계, 나의 인생.

한송경
profile: 1999년 스타일리스트 정윤기 어시스턴트로 경력 시작, 드라마 <연애시대> <여름향기> 등에서 손예진 스타일링, 영화 <아내가 결혼했다> 스타일링, 드라마 <천생연분>의 황신혜 스타일링, 영화 <친정엄마>의 박진희 스타일링

배우 손예진의 단아하고 지적이며, 남성들에게 어필하는 사랑스러운 이미지는 11년 차 스타일리스트 한송경의 손끝에서 시작된 것이다. 스스로 “배우에게 어떻게 입혀야 남자들의 시선을 끄는지 알고 있다” 라고 확고한 자신감으로 이야기하는 한송경. 드라마와 광고, 영화와 잡지 등 전방위에서 많은 배우와 일하고 있는 그녀가 스타일리스트로 서의 책임과 삶에 대해 말한다.

셀레브리티 스타일리스트로 본격적으로 일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의상디자인을 전공하던 대학 1학년 때 객원강사로 학교를 찾은 정윤기를 만나 베르사체 쇼의 어시스턴트를 하면서 첫 인연을 맺었다. 2003년에 독립하면서 손예진, 황신혜를 전담하게 되었다.

스타일리스트로서 당신의 취향이 극명하게 드러났던 작품을 말한다면?

드라마 <연애시대>에서의 손예진이 입은 의상은 대부분 내 개인 옷이었다. 내가 입던 후드 셔츠, 점퍼 같은 일상적인 아이템이 스타일링의 근간을 이뤘다. 기본적으로 페미닌한 스타일을 선호한다.

함께 일하는 배우 대부분이 여성이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
남자들이 좋아하는 보편적이고 현실적인 스타일에 대해 잘 알고 있는 것이 내 장점이기 때문이다. 현재 함께 일하는 배우들(손예진, 김지수, 이수경, 박진희, 김윤진, 서우 등)만 보더라도 패셔니스타로 특별히 각광받는다기보다는 연기가 강점인 배우들이다. 과장이 센 캐릭터는 내 스타일이 아니다.

가수보다 배우 스타일링을 선호하는 이유는?

배우는 여운이 있는 스타일링을 해야 한다. 인물의 감정을 방해하지 않고 그 캐릭터처럼 보이게 입혔을 때, 리얼리티가 살아나는 스타일을 완성했을 때 보람을 느낀다.

셀레브리티 스타일이 사회적으로 영향을 많이 미치는 상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드라마 <천생연분>에서 황신혜에게 스타일링한 제품이 하루 만에 완판되는 상황을 보면서 많은 생각을 했다. 나로 인해 사람들이 ‘여자’로서 옷을 알아가는 것은 기쁜 일이지만 그에 합당한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 명함에는 ‘Interpreter of Fashion’이라는 표현이 적혀 있다. 화려해 보이는 직업이지만, 결국 해석하고 조율하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거다. 그것이 셀럽 스타일리스트의 책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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