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킷 가라사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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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시즌, 몇 개의 키워드가 발견되었고, 그 속에서 유독 눈에 띄는 잇 아이템을 추리니 재킷이 모습을 드러냈다. 2010 F/W에 주목해야 할 아이템은 다름 아닌 재킷. 그 중에서도 다음의 것들이다.

Military
견장, 골드 단추, 높고 곧은 칼라 등의 장식이나 카키색 등으로 이루어진 것을 밀리터리 재킷이라 하지만 이번 시즌은 시선이 조금 다르다. 기존 밀리터리 무드의 ‘장식’들은 그대로 유지하되 여자가 입는 재킷임에 집중하여 ‘라인’을 살린 것이 특징. 잘록한 허리 주름이나 팔에 딱 맞는 얇은 소매통처럼 말이다. 그래서 매니시한 느낌보다는 오히려 여성스러운 느낌이 더 강하게 드러날 정도. 이처럼 이번 시즌에는 밀리터리룩을 입더라도 당신이 ‘여자’임을 잊지 않는 것이 좋겠다. 버버리 프로섬처럼 시폰이나 새틴 소재, 러플이나 주름 장식 등 여자만이 소화할 수 있는 것을 매치하거나 막스마라처럼 펜슬 스커트를 매치하는 것이 가장 손쉬운 방법이다. 대신 버클 장식 부츠나 싸이하이 부츠 등으로 이미지를 완충하고, 스터드 장식이나 거친 질감의 가죽 백을 매치하되 크기는 크지 않은 것을 선택한다.

Classic
이번 시즌에는 유독 할머니나 엄마가 입던 옷을 물려 입은 것처럼 느껴지는 빈티지한 재킷이 눈에 띈다. 소재나 패턴에 따라 조금씩 차이를 두었을 뿐, 기본형 충실한 것이 대거 등장한 것. 남성복 테일러링을 기본으로 한 울 소재의 핀 스트라이프 패턴의 에드워디언 재킷을 선보인 랄프 로렌이나 헤링본이나 글렌체크 패턴 재킷을 선보인 페라가모처럼 말이다. 이처럼 복고풍 재킷을 선택할 때는 군더더기 장식이나 변형 없이 기본적인 형태로 된 것, 허리나 소매가 체형에 딱 맞는 것을 선택해야 한다. 그만큼 많이 입어보아야 한다는 소리다. 그리고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체크나 스트라이프 등의 패턴이나 코듀로이 소재처럼 특징이 있는 것이 더욱 분위기를 살려준다는 것도 기억해두도록. 여기에 투박한 가방이나 낡은 벨트, 낡은 듯한 색감의 가죽 슈즈 등을 매치한다면 완성도 있는 복고풍 룩이 완성된다.

Lady
과거로의 타임머신은 50년대에도 안착했다. 육감적이지만 지나치게 드러내거나 과하지 않았던 50년대 여배우의 모습을 재현한 브랜드들이 많았는데 이를 표현하는 데 이용된 대표적인 아이템이 바로 재킷이다. 곡선으로 깊게 파인 칼라와 동그란 헴라인이 특징인 아담한 재킷을 미디 길이의 풀 스커트와 매치한 루이 비통의 재킷은 가슴을 훤히 드러냈음에도 재킷의 힘으로 단아한 인상을 풍긴다. 마찬가지로 은막의 여배우의 초상을 담은 로에베 역시 무릎 위에서 잘린 단정한 스커트에 원 버튼 재킷을 매치하여 조신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이렇듯 글래머러스하면서도 우아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데는 허리 주름이 잡힌 아담한 재킷이 제격이다. 여기에 스커트와 톤을 맞추고 크지 않은 토트백을 들고, 굽이 높지 않은 슈즈를 매치하는 것이 시대를 관통하는 스타일링 법이다.

Tailored
클래식이 트렌드의 큰 축을 차지한 이번 시즌에는 그 흐름을 따라 견고한 테일러링 재킷이 대거 등장했다. 누구나 하나쯤 은 가지고 있을 기본형의 테일러드 재킷을 트렌디하게 즐기는 방법은 명확한 콘셉트로 스타일링하는 것. 남장 여자 콘셉트의 에르메스, 남성복으로 느껴질 정도로 크고 투박한 실루엣과 가죽 소재로 분위기를 더한 보테가 베네타, 날선 팬츠와 하이힐로 날렵함을 더한 지방시처럼 완벽하게 남성적인 아이템을 취하거나 반대로 슬립 형태의 이너를 매치하여 재킷만 입은 것처럼 보이게 한 돌체&가바나, 몸에 딱 맞는 스커트와 볼드한 코스튬 주얼리를 매치한 랑방처럼 재킷을 제외한 다른 아이템을 매우 여성스럽게 연출하는 방법이 있다. 어떤 방식으로 연출하든지 주의할 점은 검은색으로 스타일링하는 것. 이는 테일러드 룩의 시초인 르스모킹 시절부터 지금까지 변함없이 통용되는 법칙이자 가장 손쉽고도 시크한 스타일링 법이니까.

Cropped
싹둑 잘려나간 느낌의 크롭트 재킷이 지난 시즌에 이어 가을 겨울에도 지속될 전망이다. 배 부분이 드러난다는 변할 수 없는 디자인 특성상 재킷 아래 부분을 항상 유념해야 하는 것이 크롭트 재킷의 특징이자 주의점. 셀린처럼 길게 내려오는 블라우스와 매치하면 재킷과 블라우스의 실루엣이 모두 살아나며 멋진 효과를 내고, 그보다 더 짧아 가슴 바로 아래에서 끝나는 재킷은 로에베처럼 하이 웨이스트 팬츠와 매치하면 다리 길이가 극적으로 길어 보인다. 똑 떨어지는 헴라인으로 깔끔하고 단호한 느낌을 준 이브 생 로랑의 경우도 마찬가지. 한편 프로엔자 스쿨러처럼 볼륨 스커트와 매치하면 잘록한 허리는 드러나고 실루엣은 더욱 극명해지니 여성스러움을 물씬 풍길 수도 있다. 이처럼 상의건 하의건 크롭트의 특성을 얼마나 잘 드러내느냐가 관건이다. 한쪽에 힘을 주되 상하의의 조화를 유념하는 것이 중요하다.

Collarless
테일러링 재킷은 식상하지만 그렇다고 해체주의적인 아이템은 부담스러운 당신이라면 칼라리스 재킷이 적당하다. 다양한 스타일로 연출 가능하도록 길이나 패턴, 소재의 차이를 두면서도 조신한 느낌을 내는 디자인이 대거 등장했으니까. 테일러드 재킷에서 칼라만 떼어내 변화를 준 구찌나 길이를 늘려 원피스 느낌을 낸 스텔라 매카트니의 재킷이 도전해볼 만한 아이템. 또한 폭이 좁은 반바지와 매치한 질 샌더의 재킷은 단정하고 아담한 느낌을 주니, 평소 재킷을 즐겨 입는 사람이라면 신선하면서도 격식에 벗어나지 않은 시도가 될 것이다. 이번 시즌 칼라리스 재킷의 또 하나의 특징은 여밈이 없다는 것. 오픈되어 있는 실루엣에서 기존 재킷보다 여유로운 느낌을 준다는 것이다. 때문에 매서운 겨울보다는 가을에 입는 것이 좋겠다. 새로운 계절, 가장 먼저 시도해야 할 아이템이야말로 바로 칼라리스 재킷이라는 말이다.

에디터
패션 에디터 / 김한슬
포토그래퍼
KIM WESTON ARNOLD, 엄삼철, 김범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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