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라다이스로의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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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매불망, 훌쩍 떠날 그날만을 애타게 기다려온 당신. 올여름, 근사한 휴가를 꿈꾸는 당신을 위해 준비한 스타일 가이드 3부작.

SPORTIVE CLASSIC

실패 확률 0%, 투자가치 100%. 마린 룩은 시대를 훌쩍 넘어선 리조트 룩의‘진리’ 혹은‘본좌’로 불러 마땅하다. 여행과 고행의 경계가 불분명한 배낭여행족을 제외하고는 이 불멸의 클래식휴양지 룩에 감히 반기를 들 수 없으리라. 특히 흰색과 감색 그리고 스트라이프로 상징되는 마린 룩은 일상과 일탈의 순간을 동시에 아우르는 서머패션의 아이콘이다. 특히 세기의 패션 아이콘, 재키 케네디와 오드리 헵번이 즐겨 입었던 마린 룩은40~5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세련된 휴양지 룩의 표상으로 추앙받고 있지 않나. 특히 올해엔 마린 룩에 스포티브한 요소를 적재적소에 가미한 스타일이 주목받고 있다. 쾌활하고 역동적인 무드를 등에 업은 스포티브 클래식 룩의 단서는 이번 시즌에도 크고 작은 컬렉션에서 발견할 수 있다. 가장 대표적인 컬렉션은 테니스 경기복을 클래식하게 재해석한 에르메스. 겉으론 테니스 룩을 표방했지만 막상 코트보다는 으리으리한 요트가 정박된 부둣가와 잘 어울릴 것 같은 모습이다. 특히 흰색 블레이저를 어깨에 살짝 걸친 쇼츠 룩은 호화로운 여행을 즐기는 젯셋족을 연상시킨다. 명랑한 클래식 마린 룩을 대거 선보인 마가렛 호웰 컬렉션 역시 주목할 만한 컬렉션. 롤업 크림빛 팬츠와 스트라이프 티셔츠의 조합은 청년부터 노년까지 다양한 세대와 유행을 넉넉히 아우를 만하다. 카리브 해처럼 청명한 리조트 룩이 넘실대는 라코스테와 오스카드 라 렌타 역시 여유로운 마린스타일의 휴양지 룩을 선보인 컬렉션. 스포티브한 투명 선캡을메인 액세서리로 삼은 로에베 컬렉션은 또 어땠나. 지퍼, 벨크로, 후드 등 스포티한 장식을 응용한 블루종과 수영복 등을 런웨이에 올려, 클래식 스포티브룩의 또 다른 면모를 보여주었다.

ETHNIC GLAM

아무리 애를 써도 여행지에선 관광객‘티’를 감출 수는 없는 게 사실이다. 비록 인종의 한계를 극복하는 건 불가능하지만 이왕지사우리의 일상과 완벽하게 분리된 낯선 곳으로 여행을 떠날 거라면 옷차림을 통해 그 나라, 그곳의 자연과 문화에 동화되는 경험을 해보는 건 어떨까? 모로코의 마라케시, 인도의 고아, 태평양의 타히티 등 우리의 익숙한 일상과는 정반대의 이국적인 풍광이 펼쳐지는 곳에서라면 더더욱. 그렇다면 다음의 컬렉션을 교본으로 삼아보는 것도 좋겠다. 특히 DVF와 에트로는 에스닉 무드에 잔뜩 심취한 컬렉션으로 이국적인 휴양지와 완벽하게 어울리는 스타일을 보여주었다. 특히 이번 시즌 런웨이에 끊임없이 등장한 맥시드레스는 이들 컬렉션에서 가장 눈에 띄는 아이템. 이 정도면 에스닉한 휴양지 룩의 주요 아이템을 하나만 꼽으라는 질문이 던져졌을 때, 단연 1순위에 오를 법하다. 납작한 통 샌들에 매치한 현란한 프린트가 바람에 펄럭이는 맥시 드레스는 진정한 일탈을 꿈꾸는 여행자의 꿈과 현실을 이어주는 메타포와도 같다. 물론맥시 드레스만이 에스닉 휴양지 룩의 다는 아니다. 핑크, 그린, 블루, 옐로 등 바닷속 열대어를 연상시키는 색상을 홀치기 염색으로 표현한 블루마린의 리조트 룩과 데렉 램과 DKNY 컬렉션에서 본 대담한 색상의 프린트 플레이가 돋보이는 서머 드레스역시 이국에서의 화려한 밤을 꿈꾸게 한다. 한편 프라다는 이번 시즌 휴양을 키워드로 트로피컬 무드가 자욱한 룩을 선보였는데, 특히 일본의 인공 해변 풍경을 실사 프린트한 쇼츠, 미니 드레스, 톱 등의 아이템은 시즌 하이라이트라 할 만하다.

NEO MINIMALISM

올여름 리조트 룩을 해부하면서 발견한 미니멀룩의 도발적인 면모가 사뭇 신선했다. 턱밑까지 단추를 채운 청교도적 미니멀리즘에 길들여진 이들에겐 생소하겠지만 군더더기를 덜어낸 채로 파워풀한 카리스마를 발산하는 휴양지 룩은 다분히 관능적이다. 물론 손이 베일 듯 날카로운 실루엣 혹은 대담한 커팅이호위할 뿐, 정제되고 세련된 이미지는 여전하다. 관능적인 미니멀리즘의 역습이 눈에 띄는 가운데 단연 발군의 매력을 과시하는 아이템은 역시 수영복. 하나같이 현란한 프린트나 너덜거리는 장식 대신 아찔한 컷아웃 장식이 아슬아슬하게 몸을 지탱한다. 단언하건대 컷아웃 수영복이야말로 이번 시즌 미니멀 휴양지 룩의 헤로인이라 할 만하다. 실용주의에 입각한 휴양지 룩의 선구자인 마이클 코어스와 가장 동시대적인 패션을 추구하는 스텔라 매카트니 그리고 스포티브한 룩을 관능적으로 재해석한 구찌 등 유수의 컬렉션에서 일제히 컷아웃 장식의 수영복을 선보인 것. 그리고 누가 누가 더 대담한지 내기라도 하듯 하나같이 ‘가리기’보단 ‘ 보여주기’에 주력한 디자인이다. 네오 미니멀리즘의 영향력은 수영복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디테일은 완전히 덜어내고 펜으로 그린 듯 미니멀한 디자인의 톱, 드레스, 반바지등도 예외는 아니다. 특히 클리비지가 금방이라도 드러날 것 같은 톱에 풍성한 와이드팬츠를 매치한 라코스테의 룩이나 측면을 가위로 잘라낸 듯한 디자인의 드레스에 수영복을 매치한 막스 아즈리아의 룩은 일상에선 가까이하기엔 너무 부담스러울지 몰라도 휴양지라는 지역적, 상황적 어드밴티지를 고려한다면 충분히 수용할 만한 디자인.

에디터
컨트리뷰팅 에디터 / 송선민
포토그래퍼
jason Lloyd-Eva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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