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레스 업 혹은 다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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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과 음악 그리고 패션이 거세게 요동치는 관능의 밤. 떠들썩한 파티 고어들의 열기로 휩싸일 서머 파티에서 취할 수 있는 애티튜드는 두 가지로 압축된다. 드레스 업 혹은 드레스 다운, 이 중 당신의 선택은?

dressed up with glamour

만약 이번 시즌 디자이너들이 파티장에서 드라마틱한 변신을 꾀하고 싶은 여자들을 겨냥해 스타일 교본을 편찬한다면 그 제목은‘ 격식을 차리되, 상식을 넘어설 것’이 어울리겠다. 이번 시즌 디자이너들은 결혼식장부터 장례식장까지 전방위적인 영역을 오가는 전천후 아이템‘ 리틀 블랙 드레스’를 잊고, 우아한 파격을 추구 하라는 말씀을 전하고 있으니 말이다. 가상의 스타일 교본 제1장은‘ 비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 것’이라는 제목으로 시작된다. 대놓고 살을 드러내는 것보다 보일 듯 말 듯 비치는 것이 유혹적이라는 사실은 조숙한 초등학생도 고개를 끄덕일 만한 사실이 아닌가. 컬렉션 전반에 시스루 소재의 이브닝드레스를 시리즈로 선보인 디올을 위시해 모시 속곳처럼 투명한 드레스가 탐스러운 펜디 역시 이브닝드레스를 통해‘ 비치는 아름다움’을 예찬했다. 뿐만 아니라 관능적인 시칠리안 여인을 그린 돌체&가바나와 청순한 시골 소녀의 숨겨진 관능을 표현한 샤넬 또한 시스루 이브닝 룩에 무한한 애정을 표한 경우. 제2장은‘ 컬러에 담대할 것’. 잉크통에 넣었다 뺀 듯 검정 일색의 파티장에서 돋보일 수 있는 방법은 대담한 컬러의 드레스를 선택하는 것. 생생한 홀치기 염색 프린트의 이브닝드레스를 선보인 블루마린과 다채로운 컬러가 물결치는 그래픽 프린트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 마리 카트란주는 ‘화려한 색상’이 지닌‘ 힘’을 힘주어 역설했다. 제3장의 제목은‘ 팬츠도 할 수 있다’. 그 어떤 파티장의 드레스 코드에도‘ 스커트 혹은 드레스’ 여야 한다고 적혀 있을리 만무하건만‘, 파티 룩=드레스’라는 고루한 공식에 반기를 들 듯 에르메스는 가슴골이 깊게 파인 점프수트에 희디흰 재킷을 어깨에 걸친 파티 룩을 선보였다. 그뿐 아니라 9부 길이의 실크 팬츠와 스톤 장식의 칼라리스 재킷을 선보인 드리스반 노튼 역시 팬츠 룩으로도‘ 드레스드 업 파티룩’을 연출할 수 있음을 분명하게 보여주었다.

dressed downwith young spirit

“남자는 연미복에다 여자는 이브닝드레스로 옷차림을 깨끗이 하고, 찬란히 하며….” 1880년대 조선인 최초로 미국 유학을 다녀온 개화 사상가 유길준이 서양 무도회의 의상을 표현한 대목이다. 하지만 2010년 현재, 파티의 종류는 여름밤 하늘의 별만큼이나 많다. 그만큼 파티 룩 역시 이전처럼‘ 이브닝드레스’에 국한되어 있지 않다는 이야기. 특히 뜨거운 피가 솟구치는 젊은이라면 일상적인 아이템을 파티 룩으로 승화시키는 기술을 마땅히 익혀야 할 것‘. 티셔츠의 본좌’ 하우스 오브 홀랜드는 컬러풀한 레이스 레깅스에 타이포그래픽 프린트의 탱크톱을 매치하고 저스트 카발리는 황금빛 스키니 진과 헐렁한 티셔츠의 조합으로 지극히 동시대적이고 쿨한 모습의 캐주얼 파티 룩을 완성했다. 디스퀘어드2에 등장한 튜브 드레
스와 티셔츠 그리고 트러커 캡으로 완성한 스타일과 등산 양말에 고무 부츠를 신고 마이크로 미니 드레스에 데님 재킷을 걸친 스타일 역시‘ 좀 놀 줄 아는 언니’들이 참고해야 하는‘ 드레스드 다운’ 파티 룩의 모범답안. 그런가 하면 발맹은 하우스의 시그너처인 록 시크를 밀리터리와 버무린 파티 룩을 선보였는데, 한 뼘이 될까 말까 한‘ 익스트림 쇼츠’에 탱크톱 그리고 밀리터리 재킷을 슬쩍 얹었다. 록 페스티벌에서 종종 벌어지는‘ 진흙탕에서의 난장 파티’에서 입는다면, 그날의 헤로인은 따놓은 당상‘! 파격’을 추구하기엔 예산도, 간도 손톱만 한 당신을 위해서 3.1필립 림과 마크 by 마크 제이콥스가 제안한 파티 룩은 발랄하고 귀여운 18살 소녀를 닮았다. 그런가 하면 해맑은 소년처럼 발랄한 쇼츠와 정갈한 소매를 둘둘 말아 올린 셔츠에 큼직한 주얼리를 얹은 3.1 필립 림의 룩은 데이 룩과 이브닝 룩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든다. 또 마크 by 마크 제이콥스, D&G, 프로엔자 스쿨러는 꽃처럼 만개한 풀 스커트에 발랄한 티셔츠 혹은 셔츠를 매치함으로써 캐주얼한 ‘드레스드 다운’ 파티 룩을 걸리시한 버전으로 선보였다

에디터
컨트리뷰팅 에디터 / 송선민
포토그래퍼
PHOTOS|JASON LLOYD-EVA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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