씻기의 달인

꽃이 지니 각질이 핀다. 블랙헤드는 수줍게 고개를 내밀었고, 낯은 두꺼워만 간다. 평생, 매일을 반복했음에도 여전히 감이 없다. 알면 알수록 어려운 클렌징, 8명의 엑스퍼트에게 그 해답을 구했다.

(좌쪽부터)BOBBI BROWN 버핑 그래인스 포 훼이스 일본 아주키 콩으로 만든 천연 스크럽제. 클렌저와 섞어 사용한다. 28g, 5만5천원.
SISLEY 마스끄 에끌라 엑스쁘레스 인텐시브 포뮬라 민감한 피부의 딥클렌징을도와주는 화이트&레드 클레이 성분의 마스크 팩. 60ml, 12만원.
LANEIGE 리프레싱 클렌징 오일 물처럼 산뜻한 타입으로 흰자작나무 추출물이 피부 트러블을 방지한다. 175ml, 2만5천원대.
AESOP 파슬리 씨드 페이셜 클렌징 오일 합성 계면활성제나 인공 색소, 향, 방부제가 일절 첨가되지 않은 마일드한 처방의 클렌징 오일. 200ml, 6만3천원.
AMORE PACIFIC 라이브 브라이트 엔자임 필 식물성 엔자임 성분이 각질을 녹여 자극 없이 제거해주는 파우더 타입 세안제. 70g, 6만원.

화장품만으로도 딥클렌징, 즉 모공까지 씻어낸다는 것이 가능한가?
기본적인 세안은 물로 닦아주는 것만으로도 가능하지만, 모공 표면을 덮고 있는 피지와 유분기, 메이크업 잔여물을 제거하려면 계면활성제가 함유된 클렌저가 필요하다. 계면활성제란 기름은 포장하듯 겉에서 둘러싸고 물은 자석처럼 서로 흡착하는 성질을 가진 물질로, 물과 섞이지 않는 기름을 물에 씻겨나갈 수 있도록 하는 유화 기능이 있다. 클렌징 크림이나 오일, 폼 클렌저 등이 여기에 해당. 스크럽이나 마스크 등을 이용하면 보다 확실한 딥 클렌징, 즉 모공 속 세정도 일정 부분 가능하다. 미세한 알갱이나 마스크가 모공 속에 들어가 피지와 각질, 노폐물을 제거하기 때문. 대부분은 모공 상부까지 관리가 가능하다고 보면 된다. -장승호(후즈후피부과 원장)

얼굴에 비늘처럼 각질이 많아졌다. 각질을 손으로 벗겨내도 괜찮나?
본래 건강한 피부는 따로 관리하지 않더라도 세포주기에 따라 각질이 저절로 제거된다. 하지만 탈락되어야 할 각질이 탈락되지 않고 비정상적으로 많이 생겨났다면, 물리적인 방법으로 깨끗하게 제거하는 것이 좋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스크럽이나 필링이다. 각질뿐 아니라 칙칙함이나 여드름도 심해졌다면 피부과의 스킨 스케일링 시술을 받는 것도 방법이다. 그러나 과도한 태닝 후에 생기는 각질이나 화장품 트러블로 인한 자극성 각질은 되도록 건들지 말고 충분한 보습을 주어 저절로 제거되도록 기다리는 것이 좋다. 또한 손이나 이태리 타월로 강제로 밀어내는 것은 피부에 자극을 주고 필요 이상의 각질을 제거할 수 있으니 피한다. -한원석(모델로 피부과 강남점 원장)

최근 코 주변에 비늘처럼 넓은 각질이 눈에 띈다. 지성 피부도 각질이 생길 수 있나?
물론이다. 각질은 건성, 지성에 상관없이 모든 피부 타입이 경험할 수 있다. 본래 정상 상태의 피부는 새로 재생되는 세포와 떨어져 나가는 세포의 비율이 동일하게 유지된다. 하지만 피부가 건조해 각질층의 수분이 부족하면 탈락되어야 할 각질이 제대로 탈락되지 못하고 피부에 붙어 푸석푸석하고 칙칙한 피부를 만든다. 특히 모공 내에서 쌓인 피지와 각질 덩어리가 외부의 먼지를 흡착하여 피지선 입구에 정체된 모양으로 생겨난 것이 지성 피부에게 나타나는 각질의 특징. 코 주변이나 미간에 이런 각질이 심하고 붉은 기운마저 보인다면, 지루성 피부염을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강승희(리더스피부과 원장)

필링 vs스크럽, 뭐가 다르지?
엄밀히 따지자면 필링이 불필요한 각질을 제거 하는 화학적·물리적 방법을 두루 뜻하는 단어라면, 스크럽은 파우더 알갱이로 피부 표면을 벗겨내는 물리적인 방법의 하나다. 대체로 스크럽은 사용 즉시 피부 표면이 부드러워진 것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즉각적인 효과에 중점을 둔 제품이 많은 반면, AHA 등의 성분을 사용한 화학적 필링은 각질들이 쉽게 제거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주는 개념의 제품이라 할 수 있다. -강찬구(아모레퍼시픽 제품 개발 연구소 연구원)

(좌측부터)ESTEE LAUDER 사이버화이트 EX 엑스트라 인텐시브 일루미네이팅 마스크 10분 정도 도포한 뒤 씻어내면 묵은 각질과 피부 칙칙함이 제거된다. 50ml, 7만원.
CHANEL 무쓰 엑스폴리앙뜨 쀼르떼 아주 미세한 각질 제거 알갱이가 들어 있는 지복합성 피부용 클렌징 폼.
150ml, 5만8천원.LA MER 클렌징 플루이드 해조 오일과 진주 파우더가 모공 속까지 말끔히 청소해주는 클렌징 오일. 200ml, 9만5천원.
CLINIQUE 더마 화이트 퓨리파잉 바&더마 화이트 모이스처 바 세안 후에도 촉촉함이 유지되는 브라이트닝 솝. 피부 타입에 따라 선택 가능. 각 100g, 3만원.
IMPRESS IC WT 브라이트닝 쉐도우 클리어 워시 풍성하고 크리미한 거품과 실크 스크럽 입자가 묵은 각질을 부드럽게 제거한다. 175g, 4만5천원.
SK-II 페이셜 트리트먼트 클렌징 젤 메이크업 잔여물과 피부 노폐물을 제거해주는 말랑말랑한 젤 타입의 클렌저. 100g, 5만8천원대.
CLARINS 원스텝 젠틀 엑스폴리에이팅 클렌저 클렌징, 각질 제거, 디톡스, 모공 축소와 토닝까지 하나로 해결해주는 원 스톱 아이템. 125ml, 3만7천원.

아주 민감한 피부는 각질 제거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먼저, 횟수를 일주일에서 보름에 1번 정도로 제한한다(건강한 피부는 일주일에 2~3번이 적당). 알갱이가 들어간 스크럽제는 자극이 될 수 있으므로, 클레이 성분의 부드러운 크림 타입 마스크나 액상 제품을 권한다. 미지근한 스팀 타월을 이용해 30분 정도 각질을 불린 다음 얼굴에 제품을 도포, 얼굴이 약간씩 조이는 기분이 들 때 손에 힘을 빼고 피붓결을 따라 부드럽게 밀어낸다. 남아 있는 것은 미지근한 물로 깨끗이 씻어낸다. 뜨거운 스팀타월을 사용하거나 제품이 완전히 마른 뒤 제거하면 오히려 피부를 자극할 수 있으므로 주의한다. 각질 제거 후에는 진정 오일이나 수분 마스크 등으로 마무리한다. -김경희(클라란스 스킨스파 테라피스트)

블랙헤드, 짜서 없앨까? 그냥 둘까?
블랙헤드란 밖으로 배출되지 못하고 쌓인 피지가 각질과 함께 모공 속에 박혀 까맣게 산화된 것. 미관상은 물론이거니와 피부를 위해서도 블랙헤드는 생기는 즉시 제거하는 것이 좋다. 간혹 블랙헤드를 제거하면 모공이 커진다는 오해가 있는데, 이는 피지가 있던 자리가 뻥 뚫려 일시적으로 그렇게 보이는 것뿐이다. 오히려 블랙헤드를 오랫동안 방치하면 이후 분비되는 피지까지 차곡차곡 쌓여 블랙헤드의 몸집이 점점 더 커지고, 자연히 모공도 계속해서 늘어날 수 있다. 단, 함부로 손톱 등으로 블랙헤드를 짜는 것은 염증이나 흉터를 유발할 수 있으니 주의. 시중의 블랙헤드 전용 제품으로 꾸준히 관리하거나 피부과의 스킨스케일링을 통해 정기적으로 제거한다. -김지은(차앤박 피부과 양재본원 원장)

클렌징 로션이나 오일을 사용할 때 핸들링을 오래 하면 피부에 클렌저가 흡수될 수 있어 안 좋다던데.
클렌저는 피부 위의 더러움을 마치 눈사람을 만들 듯 돌돌 말아 벗겨내는 원리. 그러므로 일단 클렌저 입자들이 더러움을 둥글게 둘러싼 상태에서는 자연히 그 입자의 크기도 훨씬 더 커진다. 이 커다란 덩어리 입자가 다시 피부 속으로 침투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이라 볼 수 있다. 때문에 핸들링을 오래 하면 제품과 더러움이 피부에 재흡수된다는 설은 맞지 않다. 물론 핸들링을 오래 하는 것이 좋을 건 없다. 핸들링을 하다 보면 어쩔 수 없이 손의 압력과 마찰로 인해 피부가 예민해질 수 있기 때문. 하지만 핸들링으로 인한 트러블보다는 오일이나 크림 타입의 클렌저가 깨끗이 씻기지 않고 모공을 막아 생기는 트러블인 경우가 훨씬 더 많다. -이나경(<화장품에 대한 50가지 거짓말> 저자)

아침에는 정말 물세안만으로 충분할까요?
그렇다. 잠을 자는 동안에는 노폐물이 많이 쌓이지 않기 때문에 아침에는 미지근한 물로 가볍게 세안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폼 클렌저나 비누를 사용하는 것은 전형적인 오버 클렌징. 피부 표면의 천연 보습막을 과도하게 제거해 피부를 더욱 건조하고 예민하게 만들 수 있다. 20대 이후의 피부에겐 ‘뽀득뽀득’ 한 느낌이 오히려 해가 될 수도 있음을 명심한다. 다만 아침에 피부가 심하게 번들거리는 지성 피부라면 젤 타입의 논포밍 클렌저를 사용해 가볍게 씻어내는 것도 나쁘지 않다. -최광호(초이스 피부과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