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런트 로에 앉아서 좋은 점은? 뒷줄에서는 헤어쇼만 보기 십상인 반면에 모델의 워킹을 느끼며 의상의 소재와작은 디테일까지도 생생하게 살펴볼 수 있다는 특권? 물론 있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바로 프런트 로에 앉아 사진을 찍히는 것이야말로 자신이 패션의 주류로 평가받는다는 ‘인증샷’과도 같은 일. 그렇다면 새파랗게 젊은 그들은 어떻게 프런트 로에 앉았나. 냉장고에 코끼리를 집어넣는 3단 논법만큼이나 아이러니하고, 생각보다 간단한 프런트 로 점령기를 소개한다.

마크 제이콥스가 더 이상 셀레브리티를 자신의 쇼에 초대 안 하기로 했다지만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패션계는 여전히 80년대 생의‘젊은 패션 아이콘’을 모색 중이다. 원로 디자이너들이 1980년대의 파워나 경쾌함을 찬양하며 회상에 젖어 있는 사이, 어느새 그들은 쑥숙 자라나 컬렉션의 꽃인‘프런트 로’까지 차지하게 된 것. 이 프런트 로에 앉는 이들의 평균 연령을 낮춘 주요 원인은 패션계의 오랜 보수 세력들(?)이 자신의 2세를 컬렉션장에 대동하고 나타난 것에서 상당 부분 기인한다. 안나 윈투어와 카린 로이펠드가 각자 자신의 사랑스러운 딸인 비 셰퍼와 줄리아 로이펠드와 함께 주요 컬렉션 현장에 나타나 플래시 세례를 받으며 그녀들 역시 유명인사가 되었다. 더구나 지난 시즌, 장 폴 고티에의 파리 쇼장에서는 패션계의 짬밥 40년을 자랑하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그레이스 코딩턴이 비셰퍼의 뒤에 앉는 상황까지 벌어졌으니 같은 에디터 입장에서 씁쓸함을 감출 수 없다. 하지만 이것이야말로 프런트로 세계의 비정한 현실인 걸 어찌하랴.
전통적인 패션 하우스의 셀레브리티의 초청 기준 역시 변화했다. 드레시한 포멀 룩을 차려입은 우아하고 잘생긴 남녀배우 대신 대중의 인기를 한 몸에 얻는 젊고 트렌디한 스타들을 선호하게 된 것. 젊은 패셔니스타의 대명사가 된 알렉사 청을 비롯해 버버리 프로섬 쇼에 빅토리아 베컴 등 쟁쟁한 언니(?)들 사이로 최연소 퍼스트로 초대 셀럽의 영예를 안은 엠마 왓슨, 그리고 루이 비통과 협업한 운동화를 선보이는 등 패션에 대한 지대한 관심으로 패션계의 새로운 블루칩으로 떠오른 힙합 뮤지션 카니예 웨스트는 요즘 대중의 패션 취향이 어떻게 변해가는지 말해준다. 그는 마치 흑표범과 같은 매끈한 몸매를 자랑하는 여자친구 앰버를 대동한 채 루이 비통 맨을 비롯한 몇몇 쇼장에 성지 순례하듯 등장해 관심을 받는 것을 즐긴다.

한편‘ 선택받은 자’가 되는 조건에는 록스타나 부동산 재벌과 같은 유명인의 딸로 태어난 행운도 한몫을 한다. 물론 자신만의 패션 감각이 뒷받침되기에 프런트 로 초대 리스트에서 당당히 합격점을 받을 수 있겠지만 말이다. 뮤지션 레니 크라비츠의 딸인 조 크라비츠, 영국 밴드 제네시스의 보컬 필 콜린스의 딸인 릴리 콜린스, 영국의 록 밴드 붐타운 랫츠의 리더였던 밥 겔도프의 딸인 피치스 겔도프와 픽시 겔도프 자매, 셀프리지 백화점의 대표이자 런던의 시크한 잇 걸이었던 엄마를 둔 영국 모델 파피 델레빈, 영국 뮤지션 게빈 로스데일과 펄 로의 딸로 태어난 모델 데이지로, 그리고 베스트셀러 작가 다니엘 스틸의 두 딸인 빅토리아와 바네사 트라이나 자매는 올슨 자매와 친분을 자랑하며 샌프란시스코의 힐튼 자매라고 일컬어지는 이들이다. 나아가 <가십걸>의 헤로인인 블레어의 실제 모델이라고 알려진 올리비아 팔레르모, <90210>속의 핫한 TV 스타인 애너린 맥코드, 록 시크 스타일로 스타일 아이콘이 된 <가십걸>의 주인공 테일러 맘슨, 그리고 DJ이자 모델인 리 르작,핫한 스트리트와 클럽 룩을 엿볼 수 있는 사이트 ‘코브라 스네이크’를 통해 이름을 알리고 제레미 스콧의 뮤즈로도 일컬어지는 모델 코리 케네디, 유명한 모델 엄마를 둔‘배드 걸(BadGirl)’이미지의 대명사이자 자신도 모델 출신인 앨리스 데랄, 샤넬의 뮤즈인 아만다 할레치의 딸로 배우 활동을 하며 파티광으로 알려진 탈룰라 할레치, 배우와 모델 활동에 DJ까지 겸하고 있는 베카 다이아몬드는 알렉산더 왕의 뮤즈로서 드리 헤밍웨이와 브라이디 벨과 절친인 프런트 로의 단골 손님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주목할 것은 패션계의 새로운 권력 집단이다. 2010 가을/겨울 뉴욕 컬렉션 현장, 세계 각국에서 10시간이 넘는 비행을 마치고 날아온 프레스들조차 손에 쉽사리 넣지 못하는 가장 핫한 쇼는 마크 제이콥스와 로다테, 알렉산더 왕이었다. 그리고 그 모든 쇼에 작은 체구의 개성 있는 차림으로 나타나(주로 꼼데가르송을 입는데 머리에 큼직한 꽃을 단다든지, 양쪽이 다른 타이츠를 신은 채 말이다) 제일 앞자리에 풀썩 주저앉는 13세 소녀가 있었으니, 이제 웬만한 사람들은 알 만한 타비 개빈슨이다. 하루에 자그만치 5만 명이 그녀의 블로거인‘스타일 루키’를 방문한다고 하니 그 실시간 파급력은 인정해줄 만할 듯. 또한 마크 제이콥스가 선보인 BB백의 주인공이기도 한 브라이언 보이 역시 영향력 있는 패션 블로거로서 종종 프런트 로에 모습을 드러내며, 얼마 전 레이디 가가 같은 금발머리로 염색한 줄리아 프레이크스는 19세의 어린 나이로 페이퍼 매거진에 칼럼을 연재한 파워 블로그‘줄리아 라핀’의 운영자이다. 이처럼 유명 패션 블로거가 디자이너들이가장 초대하고 싶은 VIP가 되어 프런트 로에 앉는다는 것은 몇 년 전만 해도 상상 할 수 없었던 일. 다시 말해 유명 편집장이나 록스타의 딸, 패션 브랜드의 뮤즈, 혹은 부유한 집안의 처자나 디제잉을 할 줄 아는 힙한 모델이 아니어도 괜찮다. 다만 패션에 대한 깊은 애정과 위트, 개성 넘치는 감각, 그리고 부지런한 손만 있다면‘21세기 기회의 땅’인 블로그를 통해 어쩌면‘당신도’프런트 로에 앉을 수 있을 테니, 이제 패션계가 조금은 공평하게 느껴지지 않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