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갑게 더 차갑게. 하얗게 더 하얗게. 꽁꽁 얼어붙은2009 F/W 백스테이지.

“얼음 눈물을 흘리는 얼어붙은 신부!” 메이크업 아티스트 팻 맥그라스가 맡은 갈리아노의 모델들은 몇 시간 동안 꽁꽁 얼어붙어 있어야 했다. 하얗다 못해 서슬 퍼런 기운마저 감도는 백색 파우더를 얼굴에 잔뜩 뿌린 모델들의 눈가에는 마지막으로 크리스털처럼 투명한 눈물 장식이 더해졌다. 2009 F/W 파리 패션위크의 백스테이지에는 러시아의 한파가 몰아쳤다. 창백하기 그지없는 피부, 속눈썹에까지 소복하게 눈이 쌓인 듯 하얗게 물든 아이 메이크업, 금방이라도 바스러질 듯한 입술까지. 런웨이 앞에는 차분하고 도도하게 차례를 기다리는 얼음 공주들로 가득했다.
지방시의 메이크업을 맡은 피터 필립스의 냉랭하면서도 아티스틱한 퍼포먼스는 마치 영화 <가위손>의 조니 뎁을 연상시켰다.“그레이와 블랙 섀도를 함께 섞어 연하디연한 베일을 만들었어요. 물론 이 투명한 베일 위로 인위적인 마스카라는 생략했지요.”발맹 백스테이지의 메이크업 아티스트 톰 페슈는 한층 더 차갑고 투명한 눈가를 연출해냈다.“영롱하고 빛나는 눈가. 굳이 칭하자면‘고딕 글로시’룩이라고 부르고 싶군요.”이처럼 서리가 소복하게 쌓여 있는 듯 파우더리한 화이트부터 녹아 내리기 직전의 얼음조각처럼 영롱한 투명 젤에 이르기까지, 얼음 공주들의 이국적이고 날카로운 눈매는 매퀸, 조너선 선더스, 지암바티스타 발리 등의 백스테이지로 이어졌다.

크리스털처럼 날카롭고 차갑게 빛나는 얼음 공주들의 눈 밑으로는 역시 앙다문 창백한 입술이 제격이다. 물론 내추럴, 누드 립은 어느 시즌에나 볼 수 있었지만, 이번 시즌 얼음 공주들의 입술은 과연 저 입술에서 말 한 마디 내뱉어질까 싶을 정도로 창백하고 무표정했다. 누드라기보다는 페일 혹은 화이트, 혹은 그저 피부의 일부분이란 설명이 더 적당하겠다.
바스러질 듯이 창백한 입술의 극단적인 예는 빅터&롤프에서 보여졌다. 얼굴 전체에 화이트 파운데이션을 바르는 작업으로 시작된 빅터&롤프의 메이크업은 모델들의 붉은 입술마저도 새하얗게 지워냈고, 속눈썹마저도 화이트 마스카라로 코팅하는 것으로 마무리되었다. 빅터&롤프의 화이트 입술이 엄두도 못낼 만큼 과도하게 실험적이라면, 지암바티스타 발리 정도로 수위를 낮춰보자. 메이크업 아티스트 엘리 파스는 맥의 립 이레이저를 이용해, 입술색과 라인을 말끔하게 지워낸 다음, 이 위에 립 컨디셔너만을 사용해 약간의 생명력을 불어넣는 것으로 립메이크업을 마쳤다. 립 이레이저와 같은 특수 제품이 없다면, 컨실러가 충분한 대응책이 될 수 있다. 별다른 테크닉 없이 지워내기만 하면 되는(혹은 극도로 소량의 립
컨디셔너, 립스틱만을 사용할 것) 이 쉬운 립 트렌드는 마리오스 슈왑, 릭 오웬스 등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