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례차례 줄을 세우고, 거대하게 올려지고. 아티스트들에 의해 설계된 아티스틱 헤어 퍼레이드.

PIN-UP

백스테이지는 많은 것들을 요구하는 곳이다. 믿기지 않은 체력과 순발력, 창의력. 그리고 인내심! 이번 시즌, 헤어 스타일리스트 올란도 피타가 맡은 2개의 빅쇼를 보고 있자면, 그에게는 우리와는 다른 특별한 인내심의 유전자가 있음을 확신하게 된다. 우선, 디올의 백스테이지부터 보자. 1920년대 보브 헤어의 대표적인 아이콘, 루이스 브룩스에게서 영감을받아 탄생한 디올의 모델들은 하나같이 3백여 개의 헤어 실핀을 꽂느라고 마네킹처럼 앉아 있어야 했다. 이날 필요로 했던 총 실핀의 개수만 해도 무려 1만3천5백여 개. 헤어 컬러에 맞게 매치된 실버, 골드, 레드 컬러의 실핀은 사전에 올란도피타의 스태프들에 의해 일일이 염색 작업을 마친 것들. 이렇게 사전 작업을 마친 실핀은 보브 헤어의 아찔하고 경쾌한 실루엣을 따라 차례차례 머리 전체에 꽂혀졌고, 인내심의 시간 끝에 완성된 실핀 룩은 잘 재단된 모자를 연상시켰다.사실 인내심 테스트는 디올보다 보름 정도 먼저 열린 캐롤리나 헤레라의 백스테이지에서도 치러진 바 있다. 가볍게 묶인 시뇽 헤어 위로 차분하게 줄을 서 있는 실핀들 그리고 그 사이로 한가롭게 꽂힌 플라워 모양의 핀 작업은 여느 수공예 레이스보다도 섬세하고, 촘촘하게 빛을 발했다. 이외에도나 카란, 프라다 등의 백스테이지에서도 아티스트들을 상대로 한다양한 방식의 인내심 테스트는 계속됐다.

ROYAL UP-DO

설명이 필요 없는 마리 앙투아네트, 지난해 키아라 나이틀리가 열연한 영화 <공작부인 : 세기의 스캔들> 속의 주인공 조지아나, 그리고 루이 15세의 연인 마담 퐁파두르까지. 이들의 공통점을 꼽으라면, 물론, 첫 번째는 치명적인 매력으로 18세기를 풍미했다는 것, 두 번째는 당대의 트렌드세터였다는 것이다. 이들의 헤어가 2009년 백스테이지에서 재현되었다.오스카 드 라 렌타가 대표적인 예. 더할 나위 없이 우아한 곡선을 그리며 거대하게 부풀린 업 헤어, 한 올의 엉클어짐도 없이 올려 하얗게 드러난 긴 뒷목의 키아라 나이틀리들이 그곳을 누비고 있었다. 또, 정수리를 중심으로 아담하게 작은돔을 지어 올린 모스키노, 우아한 백작부인 스타일링에 80년대 코드를 가미한 루이 비통, 곡선보다는 직선적으로 접근해구조적인 맛을 더한 페레티 등도 18세기 여인들의 스타일을 변형한 예라 하겠다.

그런가 하면 잭 포슨의 백스테이지에는 나폴레옹의 여인들이 치장에 여념이 없었다. “사치스러웠던 18세기 프랑스의 정부들과 펑크의 만남이라고 할까요?”헤어 스타일리스트 오딜 길베르는 조세핀의 헤어, 메이크업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말했다. 컬을 잔뜩 줘서 보다 풍성하고 탄력 있게 올린 업 헤어, 여기에 더해진 앙증맞은 브레이드 헤어밴드는 백스테이지에 농염한 공기를 불어넣기에 충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