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러버들의 활기와 함께 홍대 앞을 채우는 것은 골목길 카페에서 기분 좋게 흘려보내는 커피 향이다. 한발 앞서 트렌드를 수혈하고, 그 바이러스 같은 영향력을 금세 퍼뜨릴 줄 아는 곳, 홍대 앞 카페들에 다녀왔다.

rommandcafe

그저 주택을 개조한 카페라면 당장 꼽을 수 있는 것만도 여럿이다. 하지만 룸앤카페는 단지 외관만 유지하는 게 아니라 가정집의 구조를 고스란히 살렸다는 점이 특별하다. 칸막이 벽으로 나뉜 내부는 각각 리빙 룸, 스터디룸, 다이닝룸 등의 컨셉트로 꾸며졌다. 취향 좋은 누군가의 집을 구경하는 듯해 가게에 들르는 재미가 각별하다. 구석구석 눈에 띄는소품이 아기자기하지만 필요 이상으로 귀여운 인테리어는 아니다. 구식 보온병이며 믹서기, 푸른 줄무늬의 예스러운 커피잔따위가 나무 선반이며 테이블에 가지런히 진열되어 공간에 편안하고 앤티크한 느낌을 더한다.

drink:에스프레소 머신으로 뽑는 아메리카노가 다소진한 느낌이다. 커피는 4천~5천원선. 단맛을 좋아하지 않는다면 시럽을 넣지 않고 쌉쌀하게 만들어주는 그린티 라떼(5천원)도 괜찮은 선택이다.

food:수프와 샐러드, 하이라이스(8천원) 같은 메뉴가 있어 제대로 배를 채울 수 있다. 반죽에 바나나 슬라이스를 얹어 굽는바나나 핫케이크(5천원)도 좋지만 녹차 카스테라와 레드빈(7천원)은 맛과 차림이 독특하다. 알코올이 든 시럽을 자작하게 담은 뒤 단팥을 얹고 그위에 녹차 카스테라를 올렸다. 고양이 무늬가 남도록 파우더 슈가를 뿌리는 데커레이션이 재미있다.

music:카운트 베이시, 베보 발데스, 트리오토이킷등 담백한 재즈 위주의 선곡.

물고기

별다른 꾸밈도 없이 목재와 시멘트의 질감을 거칠게 살려낸 인테리어가 오히려 독특하다. 낮에는 카페로, 그리고 밤에는 바로 운영하는 물고기는 무뚝뚝한 사내의 음악 창고, 혹은 아지트 같은 느낌이다. 소박한 오픈 키친과 천장의 나무 장식 외에는 가게 한쪽에 놓인 기타, 드럼 등의 악기와 LP 레코드 정도가 눈길을 끈다. 뮤지션인 오너가 직접 연주를들려줄 때도 있다는 귀띔이다.

drink:커피는 4천~6천원 선. 칵테일, 와인 등 주류가 다수 구비되어 있어 바의 성격도 확실하다. 칵테일은 6천원부터 1만원까지고, 와인도5만원 이하의 저가품 위주다.

food:볶음밥과 구운 스팸, 계란 부침을 함께 제공하는 스팸 정식 세트(6천원)처럼 다른 카페나 바에서 맛보기 힘든 메뉴가 있다. 치즈와 해산물을 푸짐하게 얹어 오븐에 데워 내는 씨푸드 도리아(미네스트론 수프와 함께 나오는 세트가 6천원)도 한 끼 식사로 훌륭하다. 느끼하지 않아 부담이 없으며 씹는 맛이 부드럽고 고소하다.

music: 머무는 동안 내내 흘러나온 음악은 존 메이어. 과하게 소란스럽지 않은 록 사운드로 가게를 채우는 날이 많겠다.

zari

먼저 눈에 띄는 건 실내 곳곳에 집게며 자석으로 고정해둔 사진들이다. 조각조각 잘라둔 풍경의 콜라주가 환하고 깔끔하기만 한 공간에 재미를 더했다. 북카페를 의도한 건 아니지만 사진 관련 서적이나 화집, 소설책 등을 구석구석에서 찾아볼 수 있는 곳이다. 하나 집어 들고 안쪽에 들어서면 크고 작은 스탠드를 하나씩 배치한 테이블들이 눈에 띈다. 여럿이 몰려가 수다를 떨어도 좋고, 혼자 들러 여유롭게 시간을 흘려도 괜찮을 예쁜 카페 하나가 홍대 앞에‘자리’를 텄다.

drink:커피는 4천원부터 6천원 선이다. 에스프레소와 아메리카노의 경우 1천원을 추가하면 리필해준다. 딸기, 바나나 등의 과일 라테뿐 아니라 조각 치즈와 함께 와 인도 맛볼수 있다.

food:바나나 땅콩 토스트, 프렌치 토스트(5천원)부터 카프레제 샐러드(1만5천원)까지 메뉴가 다양하다. 속을 알차게 채운클럽 샌드위치(7천원)는 과한 소스 없이 재료의 맛만 살려 깔끔하다.

music:케이 고바야시부터 포플레이풍의 퓨전 재즈까지, 귀가 기분 좋게 노곤해지는 이지 리스닝 계열 선곡이다.

돼지라 불리운 고양이

낭만 고양이가 아니라 비만 고양이인 셈이다. 과일을 사용한 수제 쿠키나 타르트를 양껏 즐길 수 있는곳이니, 고양이든 호랑이든 꾸준히 들르다 보면 토실하게 살이 오를 만하다. 다이어트 중이라면 기를 쓰고 외면해야겠지만, 달콤한 먹을거리로 스스로를 위로해야 할 만큼 기분이 무거운 날에는 특별히 찾아도 좋겠다. 실내가 상당히 좁아서 테이크아웃고객이 대부분이다. 그래도 날이 풀린 뒤에는 작은 마당에 테이블을 꺼내두기 때문에 공간에 여유가 생긴다.

drink:커피는 3천~5천원 정도 가격이다. 쿠키 전문점의 성격이 강하지만 와인 판매를 겸한다는 점이 독특하다.

food:오렌지, 라즈베리, 크랜베리 등을 이용한 쿠키와타르트(각각 5천원)의 맛이 충실하다. 매장 지하의 공장에서 마멀레이드며 반죽을 직접 만들어 구워 낸다. 과육을 달지 않게 조리하고, 반죽의 씹는 느낌은 최대한 살렸다. 2, 3일 전에 주문하면 2만원 정도의 가격으로 축하 메시지를 넣은 타르트를 만들어준다.

music:음악이 없다. 볼륨 한껏 높인 댄스 뮤직 컴필레이션을 들려주는 것보다는 차라리 이편이 낫다.

즐거운 북카페

서재는 취향의 소우주다. 누군가의 서가를 둘러보는 건 그 사람을 파악할 가장 쉽고 정확한 방법 중 하나다. 묵은 먼지 냄새가 나는 서로의 책 무더기를 훑는 것만으로도 상대와 충분히 가까워진 기분이 들 정도다. 오너가 꾸준히 수집한 책들로 작은 공간을 빼곡 채워둔 즐거운 북카페는, 그래서 유독 편하고 친하게 느껴지는 가게다. 타셴의 아트북부터우라사키 나오키의 만화책, 그리고 카이에 뒤 시네마나 포지티프 같은 영화 비평지가 서로 어깨를 맞대고 있는 모습은 그 자체로 보기에 좋다. 각국의 언어로 쓰인 동화책을 두루 구경할 수도 있다. 그림만 넘기더라도 한두 시간이 훌쩍 지난다.

drink:커피 가격은 3천5백원부터 5천원 선까지다. 딱히 진하지도 묽지도 않게 적당한 농도다. 벨기에 핫초코(7천원), 오미자차(6천원)뿐 아니라 와인과 맥주도 주문 가능하다.

food:베이글 샌드위치(5천5백~6천5백원)나 프렌치 토스트(7천원)도 괜찮지만, 크로크 무슈와 크로크 마담(각각 8천원)은 특히 주문이 많다. 두툼한 식빵 토스트에 5가지 치즈를 곁들이고 베이컨, 또는 계란프라이를 얹어 그린 샐러드와 함께 낸다.

music:물기 많은 보컬로 마음을 편하게 하는 유로 팝, 또는 재즈를 들을 수 있다. 기타를 뜯으며 새처럼 노래하던 줄리 델피 정도의 느낌을 떠올려도 무방할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