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한잔 하러 들어왔다 다른 것에도 마음을 빼앗길, 재주 많은 세곳. 그리고 다른 것에 한눈 팔지 않고 눈 앞의 맛있는 음식에만 집중하게 되는, 순정파 세 군데.

J’S RECIPE

 

어느 한가한 오후, 읽고 싶은 책을 한 권 들고 발길이 닿는 대로 걷다가 들어서게 된 곳이 제이스 레서피(J’s Recipe)라면 참 좋을 거 같다. 햇빛이 환하게 쏟아지는 창가에 앉아서 연하게 내린 아메리카노를 홀짝이며 빵빵한 스피커에서 흘러 나오는 음악에 귀를 기울이다 출출해지면 프랑스 시골식 빵인 캉파뉴에 샐러드와 요리를 곁들인 맛있는 딱띤을 먹을 수도 있으니까.

바리스타들이 정성껏 만들어주는 커피와 음료 리스트를 살펴본다면 카페에 더 가깝지만, 배고파지면 볼레네제나 봉골레 같은 파스타와 리조토까지 꼼꼼하게 준비해둔 친절한 곳쯤으로 여기면 된다. 디저트 종류는 매일매일 바뀌는데 주문이 들어오면 그 자리에서 만들어주기 때문에 15분 정도 기다려야 한다. 막상 상큼하고 신선한 산딸기 타르트를 한입 먹어보면 그 정도 인내심은 기꺼이 발휘할 수 있다. 점심 12시부터 밤 11시까지, 월요일은 쉰다. 홍대 감싸롱 바로 옆

MACARONI MARKET

요식업계의‘박지성’이라고 해야 할까. 마카로니 마켓은‘올라운드 플레이어’를 지향하는 멀티태스킹 공간이다. 먼저 하몽, 프로슈토, 돼지 넙적다리와 치즈, 버터 등 식재료를 판매하는 진짜‘마켓’을 지나 코너를 돌면 탁 트인 테라스에서 커피와 샌드위치를 즐길 수 있는 카페가 보인다. 여기서 조금만 더 안쪽으로 들어가면 풀 서비스가 제공되는 레스토랑을 볼 수 있다. 4월 초부터 새롭게 메뉴를 단장해 주방장의 코스 요리를 맛볼 수 있는 유러피언 스타일의 파인 다이닝이다.

다시 코너를 돌아 더 깊숙이 들어가면 파티를 즐길 수 있는 부티크 클럽‘function’이 보인다. 금요일 밤, 여기저기서 쏟아져 나오는 젊은이들 때문에화장실에서 춤을 춰야 하는 비극이 발생할 리가 전혀 없는, 친한 친구들과 오붓하게 흔들 수 있는 프라이빗한 공간이다. 이렇게 다른 네 가지 공간이 마카로니마켓이라는 소박한 이름으로 모여 있다. 카페는 새벽 2시까지, 레스토랑은 밤 11시까지, 그리고 클럽‘function’은 새벽 3, 4시까지 문을 열어둔다. 이태원 제일기획 맞은편.

TUTTI MATTI

뚜띠마띠는 프리미어 리그에서 활약하고 있는 이탈리아 축구 선수 이름 같지만,사실은 가로수길에 위치한 레스토랑 라운지다. 이탈리아어로 ‘Everybody’s Crazy’라는 뜻의 이곳은 먹고 마시고 노는 걸 격하게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해 만든 복합적인 공간이다. 지하 1층은 들썩들썩 크게 하우스 음악을 틀어놓고 맥주 한잔하면 좋을 라운지 바로 꾸며졌다.

한 층만 올라가면 햇살이 나른하게 들어오는 카페테리아가 나오니까 지난밤 광란의 파티일랑 모른 척하고 조신하게 커피 한 모금을 홀짝이면 된다. 2층과 3층은 이탈리아 나폴리에서 온 셰프가 만들어주는 요리를 맛볼 수 있는 레스토랑이다. 꼬불꼬불 유선형 계단을 하나 더 올라가면 나오는 프라이빗 룸은 누군가와 심도 깊은 대화를 나눠야 할 때 추천할만하다. 음주가무와 식도락 중 기분 내키는 대로 골라잡으면 된다. 가로수길 미래희망산부인과 옆.

MY SSONG

아메리칸 홈메이드 레스토랑 ‘마이쏭’은 어쩐지 있는 힘껏 애교를 담아 외쳐야할 것만 같은 곳이다. 이태리 레스토랑 ‘그랑씨엘’의 오너 박근호가 사랑하는그녀이자 또 다른 오너인‘쏭’, 이송희를 위해 지어준 이름이란 설명을 듣고 나서야 이곳을 맴도는 사랑스러움의 정체를 눈치 챌 수 있었다.

오전 9시부터 밤11시까지 다양한 올데이 메뉴를 골라 먹을 수 있다.‘미쿡’수제 버거, 치킨 런 버거, 니모즈 피시 버거 등 이름에서부터 귀여움이 뚝뚝 묻어나는 메뉴가 푸짐하게 차려진다. 가게 분위기만 봐선 깍쟁이처럼 양이 적을 것 같지만, 의외로 양껏 나온다. 하루 전날 주문받는 케이크는 벅스 버니 캐롯 케이크와 바나나 케이크가 특히 인기다. 충분히 달콤하면서도 왠지 모르게 건강한 맛에 기분까지 좋아진다. 식사 전에 제공되는 따끈하고 향긋한 빵, 팝오버에도 자꾸만 손이 간다. 도산공원 입구에서 왼쪽 첫 번째 골목.

BAUME

프랑스식으로 읽으면 ‘보므’지만 라틴식으로‘보메’라고 발음하는 이곳은‘안식처’라는 뜻을 가진 프렌치 레스토랑이다. 유행을 타지 않는 동네에서 정통 프랑스 요리를 맛보고 싶을 때, 느긋한 점심이나 저녁을 즐기고 싶을 때 방문하면 좋겠다. ‘정통 프랑스 식’을 표방하는 만큼 가벼운 메뉴보다는 오랜 시간을 두고 천천히 음미해야 할 메뉴들이 대부분이다. ‘보메’의 점심과 저녁은 A, B, C 세 가지 코스로 깔끔하게 나누어져 있다. 애피타이저부터 디저트에 이르기까지 어느것 하나 소홀히 하지 않는 꼼꼼함과 정성이 느껴진다.

대표적 메인 요리인 스테이크는 촉촉한 육질과 함께 향긋한 향이 먼저 식욕을 자극한다. 디저트도 전부‘홈 메이드’인데, 특히 포크를 대자마자 뜨거운 초콜릿이 퐁퐁 솟아오르는 초콜릿 퐁당은 함께 간 사람과 조금도 나눠 먹고 싶지 않을 정도로 맛있다. 한남동의 조용하고 정적인 분위기와 단정하고 정갈한 메뉴들이 무척 잘 어울린다. 점심은 오전 11시 30분부터 오후 3시까지, 저녁은 5시 30분부터 10시 30분까지 즐길수 있다. 하얏트 호텔 맞은편 난 사진관 옆.

JUNG SIK DANG

커다란 그릇에 정갈하게 담긴 한정식이 떠오르는 정식당은, 상상력과 재기발랄함이 돋보이는 곳이다. 오너이자 셰프인 임정식의‘정식’을 따서 지은 가게 이름만큼이나 유쾌하고 자유분방한 음식을 즐길 수 있다. 점심과 저녁은 셰프가 마음대로 짠 코스 한 가지씩밖에 없기 때문에 불평해도 소용없다.

신사동 미역 빠에야, 오감만족 돼지 보쌈, 가리비 버거, 천궁 삼계탕 등 요리 만화에서 주인공이 역경을 딛고 일어설 때 만들어낼 법한 음식들이 눈에 띈다. 두세 달에 한 번씩 메뉴를 바꿀 예정이라고 하니 그의 머릿속에서 어떤 음식 조합이 나올지 상상해보는 것도 재미있겠다. ‘뉴 코리안’이라는 이곳의 캐치프레이즈처럼 젊은 상상력이 느껴진다. 점심은 12시부터 오후 2시 30분까지, 저녁은 6시부터 밤 10시까지다. 일요일은 점심만 먹을 수 있고 월요일은 쉰다. 압구정역에서 안세병원 방향, 삼성 디지털 플라자 골목으로 직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