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생긴 카페와 레스토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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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이라는 단어가 제법 잘 어울리는, 새로 생긴 카페와 레스토랑 세 곳.

{ the Quattro in the kitchen }

마음 맞고 뜻 맞는 네 사람이 모여 홍대 앞에 이탤리언 레스토랑을 열었다. 뒷짐 지고 산책하면 좋을 걷고 싶은 거리의 한적한 골목에 자리한‘더 꽈뜨로 인 더 키친’은 전 직장에서 만난 네 명의 셰프가 만든 곳이다. 2층집을 개조해 왠지 친구 집에 놀러 가는 것처럼 편안하고 푸근한 기분이 든다. 이런 기분은 메뉴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데, 커다란 접시에 깜찍한 양의 음식이 담긴다는 건 이곳에선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일단 샐러드를 살펴보자. 베이컨과 닭 안심을 넣은 빅 볼 샐러드나 크릴 새우와 해산물을 넣은 고래밥 샐러드는‘우리가 토끼도 아니고 풀만 먹고 밥이 되냐’고 투덜거리는 성난 육식동물을 무안하게 할 만큼 배부르다. 피자와 파스타가 주요 메뉴인데 기름기 없이 담백하게 나와 굳이 피클을 찾지 않아도 된다. 평일과 일요일엔 밤 11시까지, 금요일과 토요일엔 새벽 1시까지 이들의 즐거운 요리 공간을 방문할 수 있다. 홍대 걷고 싶은 거리 골목, 노란 벽돌집.

{cafe flower }

‘연애 1시즌’에 막 접어든 새내기 커플이나 장난꾸러기 아이들을 앞세운 단란한 가족들의 천국. 남산은 왠지 이런 이미지 때문에 자주 가기 어렵다. 친구들과 아무렇게나 앉아 마음껏 수다를 떨 만한 공간도 없고 케이블카가 아니면 딱히 할 만한 것도 없는 듯해서다.‘ 카페 플라워’는 이런저런 핑계로 남산을 멀리하는 사람들을 불러모으기 좋은 곳이다. 플로리스트인 김민주 오너가 남산에도 이렇게 밝고 환한 카페가 하나쯤 있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열었다. 일주일에 한 번씩 플로리스트 수업을 하고 따로 주문을 하면 꽃도 살 수 있다. 메뉴는 오믈렛, 치킨 커리 라이스, 샌드위치 등 가볍게 먹을 수 있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저녁이 되면 하우스 와인을 판매하는데 예쁜 디자인만큼 맛도 좋다. 아빠 다리를 하고 앉아 해가 질 때까지 수다를 떨어도 무방한 편안한 공간이다. 크리스마스 때는 파티를 하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 대여도 한다. 전화로 예약을 하면 케이터링 서비스와 꽃으로 예쁘게 데커레이션도 해준다. 남산‘왕 돈까스’바로 옆.

{ paris by night }

가로수 길의 두 번째 골목길에 접어들면‘대체 이곳의 정체는 뭘까’라는 의구심을 품게 되는 곳이 한 군데 있다.‘ 파리 바이 나이트’는 온통 핑크빛으로 물든 벽과 에펠 탑처럼 솟아 있는 조명, 그리고 갖가지 장식품이 로맨틱한 파리를 연상시키는 곳이다. 저녁6시부터 새벽2시까지 요리와 사케, 와인 등을 즐길 수 있다. 이곳의 오너이자 영화 음악 감독인 정무곤은 고등학교 이후 줄곧 해외에서 생활을 했다. 그 당시 친구들이 놀러 올 때마다 냉장고에 있는 이런저런 재료들을 섞어 만들어주던 요리들이 지금‘파리바이나이트’의 메인 메뉴가 되었다. 명란 우동 파스타, 오징어 먹물 떡볶이, 크로크 마담과 샐러드 등은 그의 친구들도, 손님들도 모두 좋아하는 메뉴다. 음악 감독답게 매일 다채로운 음악을 들려준다는 것도 매력적이다. 공간과 분위기에 딱 들어맞는 선곡은 웬만해선 경험하기 힘든 센스다. 가로수길 DINER LIKE 옆.

{artisee }

왠지 울적한 기분이 든다면, 입에 넣는 순간 녹아 없어지는 마카롱과 따뜻하고 달콤한 수플레가 당신의 우울한 마음을 녹여줄 거다.‘ 아티제’는 도곡 타워 팰리스 점에 이어 두 번째로 선보이는 곳이다. 아티제 도곡점이 풀 서비스 레스토랑이라면, 아티제 도산대로점은 카페에 가깝다. 푸짐해 보이는 샌드위치들이 준비되어 있긴 하지만 맛있는 커피와 디저트를 즐기기에 적합한 곳이다. 세 집 건너 한 집 들어선 커피 전문점에 길들여진 입맛을 한번 바꿔보고 싶다면, 칼로리가 거의 없고 향이 풍부한 드립 커피는 꼭 도전해볼 만한 종목이다. 호텔 신라 베이커리에서 만들어낸 갖가지 케이크와 파이도 먹음직스럽지만 매장 벽과 컵 그리고 냅킨 위에 그려진 귀여운 일러스트 역시 당장 따라 그리고 싶을 만큼 매력적이다. 차가운 바람에 얼어붙은 손을 녹여줄 누군가가 없더라도 괜찮다. 따뜻한 커피와 케이크가 대신해줄 테니까. 물론 그게 사람이라면 더욱 좋겠지만 말이다. 압구정 씨네시티 옆 호림 미술관 건물.

{take urban }

‘강남역 멀미 증후군’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교보문고 맞은편에 생긴‘테이크 어반’이 반가울 수밖에 없다. 커피숍에서 친구랑 대화 한 번 하고 나오면 목이 쉬는‘강남 대란’에서 잠시 벗어날 수 있는 한적하고 조용한 공간이라서다. 두 층으로 나뉜 압구정점과 달리 교보문고 맞은편에 새롭게 오픈한 이곳은 기둥 하나 없이 탁 트여 답답함을 느낄 새가 없다. 평일엔 아침 9시 30분부터, 주말엔 아침 10시부터 갓 구운 따끈한 빵을 뷔페처럼 먹을 수 있는‘스마일 타임’은 압구정점에 이어 여전히 인기 종목이다. 거제도 농장에서 직접 재배한 과일들이 마들렌에도, 케이크에도, 주스에도 들어 있다. 샌드위치도 냉동실에서 추위에 떨고 있는 것이 아니라 즉석에서 만들어준 따끈따끈한 신상만 취급한다. 런치 타임에 2천원가량을 더 내면 커피와 샐러드까지 함께 즐길 수 있다. 아침 8시부터 새벽 2시까지 하니까 아무 때고 들러도 된다. 강남역 교보문고 대각선 방향

{oz’s kitchen }

한가롭게 삼청동을 산책하다 보면 동화책에서나 보던 커다랗고 귀여운 두 마리의 개, 하이디와 멜로디가 뛰노는 예쁜 집을 발견할 수 있다. 지나가던 사람들의 발길을 붙잡는 이곳은 청담동에서 사진 스튜디오와 쿠킹 클래스를 운영하던 이성호 오너가 새롭게 오픈한 레스토랑‘오즈의 키친’이다. 그의 머릿속에서 꿈꾸던 공간을 그대로 재현한 곳이다. 1층 전면에 위치한 주방에서는 방금 화덕에서 구워낸 피자가 노릇노릇하게 익고 있다. 요리하는 사람들이 일하기 쾌적한 주방이다. 2층 테이블에는 구석구석 햇살이 잘 들어 앉아만 있어도 기분이 좋아진다. 피자를 중심으로 하는‘피제리아’라다양한 종류의 피자와 함께 파스타, 샐러드를 맛볼 수 있다. 월요일은 휴일이고 주말엔 오전 11시부터 오후 1시 30분까지, 평일은 12시부터 2시 30분까지가 런치 타임이다. 하이디와 멜로디의 애교, 그리고 담백한 이태리 음식과 함께 나른하게 찾아오는 편안함은 덤이다. 삼청동 삼청 터널 방향 명성 마트 건너편.

에디터
서동현
포토그래퍼
박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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